CINEMA

[팝업리뷰]'소녀의 세계', 풋사랑의 특별한 감성 담은 오묘한 성장통

입력 2018-11-29 16: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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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안태현 기자] 과잉된 감성에도 풋풋함은 매력적이다.

풋사랑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어려서 깊이를 모르는 사랑이라는 뜻을 가졌다. 다른 말로 풀이하자면 첫사랑은 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놓여있는 사랑 정도 되겠다. 대체로 어린 시절, 성장의 과정에서 아무렇지 않게 스쳐지나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풋사랑’은 어떠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풋풋했던 첫사랑이 정말 뜨거운 순간이었을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밋밋한 순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소녀의 세계’는 이러한 풋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봉선화(노정의 분)에게는 뜨거웠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선화는 우연히 친구를 따라 고등학교 연극반의 오디션장을 찾는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친구 대신 연극반이 준비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배역을 따버리고, 모든 학생들이 동경하는 하남(권나라 분)의 파트너가 된다. 그렇다고 선화가 학생들의 시기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줄리엣 역으로 캐스팅 되며 바뀌는 것은 사진부 선화의 일상과 하남에 대한 감정뿐이다. 동성인 선배, 하지만 또 어딘가 모르게 중성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는 하남. 선화는 이러한 하남에 대해 사랑인지 동경인지 모를 감정을 가지게 된다.

사진=영화 '소녀의 세계' 스틸
사진=영화 '소녀의 세계' 스틸

소녀들의 세계, 더 나아가 소년, 소녀들의 세계는 혼잡함으로 가득 차 있다. 성적에 대한 불안, 진로에 대한 고민, 자신의 꿈에 대한 열정 등이 뒤섞인 채 성장해야만 한다. 어쩌면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많은 성장을 이루는 시기일 수도 있다. 선화는 학교에서 꾸벅꾸벅 잠만 자고, 흥미를 느끼는 건 사진과 연극,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뿐인 소녀다. 그런 선화에게 하남이라는 존재의 등장은 일종의 혼란이다. 사랑일까. 혹은 그저 동경일까. 이야기의 전개는 선화의 이러한 감정이 사랑이라는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그리고 선화는 이 사랑의 감정을 지나가며 조금씩 더 성장한다.

관습적 시각에서는 ‘소녀의 세계’도 단순히 ‘퀴어 영화’로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엄연히 따진다면 ‘소녀의 세계’는 성장 영화고 첫사랑 영화다. 다만 그 대상이 동성인 선배를 향하고 있을 뿐이다. 영화는 그저 소녀가 사랑의 감정에 눈을 뜨면서 어떠한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다. 진정 선화가 겪는 ‘소녀의 세계’만을 말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소소하고 아기자기하다.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들도 많지만 그만큼 과잉된 감성에 부끄러워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가끔씩 등장하는 소녀의 세계를 표현하는 장면들은 다소 의아함을 자아내게 만든다.

사진=영화 '소녀의 세계' 스틸
사진=영화 '소녀의 세계' 스틸

하지만 이러한 점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소녀의 세계’의 매력을 이루는 구심점으로 그 역할을 단단하게 해낸다. 특히 영화의 중심이 되는 선화 역을 맡은 노정의는 순수하고도 담백한 매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2년 전 이 작품을 통해 첫 연기에 도전했던 권나라의 풋풋한 연기도 ‘소녀의 세계’의 관전 포인트다. 이러한 두 배우가 함께 호흡을 맞출 때 새어나오는 오묘한 분위기가 영화 전반을 감싼다. 다만 영화 속 캐릭터들이 균형된 느낌을 주지 않으니 배우의 연기에 다소 의지하려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어 분위기를 반감시킨다.

“살면서 우리가 잊고 있었거나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마음을 되찾고 싶었다”라며 “관객들의 마음에 오래 남아 두고두고 기억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소녀의 세계’에 대해 설명했던 안정민 감독. 과연 ‘소녀의 세계’는 남다른 감성으로 관객들의 마음속에 소중한 작품으로 남을 수 있을까. 서사는 큰 매력을 가지지 않지만 감성만큼은 뚜렷한 ‘소녀의 세계’가 소녀와 소년의 시기를 거치고 있는, 거쳐 온 이들에게 어떠한 의미로 전달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오늘(29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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