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스트레스 날려버릴 수 있음 좋겠다”
배우 마동석의 뒷모습에서 탄생한 제목 ‘성난황소’의 연출을 맡은 김민호 감독에게 ‘성난황소’는 기적의 데뷔작이다. 8~9년 전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던 이 작품은 제작 확정까지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김민호 감독이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면서 꿈을 포기한지 얼마 안 돼 투자를 받게 됐다. 영화 같은 일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김민호 감독은 마음 고생했던 나날들을 떠올리면서 개봉하게 된 지금까지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며 유쾌하고 통쾌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 시나리오를 쓴지는 7~8년 됐다. ‘이웃사람’ 끝나고 마동석이 우연히 보고 너무 좋아해서 5년 전쯤부터 의기투합하게 됐다. 투자될 듯하다 안 되는 게 반복됐다. 재작년 아이를 낳게 되면서 현실적인 걱정이 됐다. 오래 준비하다 보니 시나리오 쓰는 것도, 영화 보는 것도 다 싫어져서 그만두고 닥치는 대로 돈을 벌었다. 오히려 희망고문을 안 해도 되니 정신적으로는 편해졌던 것 같다.”
이어 “그렇게 지내는 동안 갑자기 시나리오를 좋게 봤다는 연락을 받았다. 안 믿겼다. 못믿겠더라. 눈물이 다 났다. 이후 번개처럼 진행돼 프로덕션하고, 촬영 들어가고, 후반작업하고, 개봉까지 하게 됐다. 처음이다 보니 부담이 많이 됐는데 다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면서 내가 생각한 것보다 재밌게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성난황소’에서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과거를 덮고 착실하게 살던 한 남자가 납치된 아내를 구하려는 과정이 큰 줄기다. 여느 범죄물에서 자주 봐온 스토리지만, 납치범이 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신선하다. 김민호 감독은 이 흥미로운 상상에서 출발했다.
“오래 전 돈과 연인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관련된 설문조사를 본 적이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술을 마시다 ‘납치범이 돈을 주게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게 됐다. 실제 이런 일이 있었나 찾아봤더니 없긴 하더라. 하하. 돈이면 다 된다는 가치관의 ‘기태’(김성오) 캐릭터를 만들게 됐고, ‘기태’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게 됐다. 다들 겉으로는 정의, 도덕을 내세우겠지만, 반대로 사람이면 흔들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성난황소’는 범죄물이긴 하지만, 오락성을 기반으로 한다. 이에 잔인하기보다는 유쾌하고, 통쾌하다.
“굉장히 오랫동안 수정하면서 바뀌었다. 처음 시나리오는 잔인하고 불편한 장면들도 꽤 있었다. 시나리오를 계속 수정하는 과정에서 내 생각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려고 한 이야기를 들려주려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재밌을 수 있어야 한다 싶었다. 또 아빠가 되면서 가족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오락 영화로 수정하게 됐다.”
이러한 가운데 ‘성난황소’에서 인신매매가 핵심 소재이기에 일각에서는 여성 대상 범죄를 다룬 데다, 여성을 수동적으로만 비췄다는 점에서 불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민호 감독은 절대 그런 의도가 없었으며, 불편한 장면은 최대한 배제했다고 강조했다.
“시나리오 지문에는 액션 역시 잔인한 게 많았다. 납치하고 나서도 불편한 장면들이 있었지만, 최대한 배제했다. 인신매매 조직이 아닌 ‘동철’(마동석)이 ‘지수’(송지효)를 온전히 구하러 가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지수’가 탈출하고자 하는 의지 역시 넣었다. 우리 영화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오락 영화의 장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잔인하고, 불편한 장면들은 가능한 다 빼버렸다.”
‘성난황소’의 주연이 마동석인 데다, 박지환, 임형준이 출연하면서 ‘범죄도시’가 생각난다는 평 역시 존재한다. 김민호 감독은 결 자체가 다르다고 자부했다.
“마동석, 박지환, 임형준이 출연하면서 ‘범죄도시’ 기시감이 든다는 분도 있을 것이다. ‘범죄도시’가 강하게 표현했다면, 우리는 보다 가볍고 유쾌하게 표현했다. ‘범죄도시’가 훌륭한 작품이지만 우리 영화는 스토리 전개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연령대별로 다양하게 스트레스가 있을 텐데 ‘성난황소’가 모든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