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신선하고자 했지만 너무 날 것의 맛이다.
영화 ‘어쩌다, 결혼’은 발칙하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외피를 입고도 영화 속에서 진지한 로맨스를 그려내지도 않는 점이 그러하고, ‘결혼이 꼭 인생의 완성인가’라고 던지는 질문도 그러하다. 기획 단계부터 관객들이 쉽게 공감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남녀 감독이 공동 연출을 하는 획기적인 시도를 했다는 ‘어쩌다, 결혼’. 소재와 기획, 의도는 분명 발칙하고 획기적이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지는 감히 확언하지 못한다.
영화는 ‘왜’ 성석(김동욱 분)과 해주(고성희 분)이 3년간의 위장 결혼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됐는지를 각자의 시선에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성석은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서 결혼을 하려 하지만, 이미 그의 마음속에는 아이가 있는 돌싱녀 혜진(이채은 분)으로 가득 차 있다. 혜진과 결혼을 하면 당연히 아버지가 재산을 상속하지 않을 것이 뻔한 일. 이에 성석은 선 자리에서 만난 해주에게 결혼한 ‘척’만 할 수 있냐는 당돌한 제안을 하게 된다.
육상 선수로 활약하고 부상으로 꿈을 접어버린 해주는 매번 ‘결혼하라’는 엄마와 오빠의 닦달에 지쳐있다. ‘결혼은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진 해주는 3년 간 결혼한 ‘척’만 하자는 성석의 제안에 이끌린다. 3년 뒤, 깔끔하게 이혼만 하고 돌아오면 이제 누구든 해주에게 ‘결혼하라’는 소리는 하지 못할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가짜 결혼을 계획하고, 모든 영화가 그러하듯 그 과정에서 돌발 변수들이 생겨난다.
이러한 과정을 그리면서 영화는 ‘결혼’에 대한 다양한 가치를 펼쳐낸다. ‘결혼을 하라, 마라’를 논하는 게 아니다. 그저 결혼에 대해 이만큼 다양한 견해들이 존재한다는 것만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어쩌다, 결혼’은 필연적으로 ‘결혼’에 대한 깊은 이야기보다 ‘다양한 견해’들만 보여주는 것에 머무를 뿐이다. 공감을 이끌어내기에는 충분하지만 깊은 이야기로 나아가지 못하니 다소 아쉬움을 자아내게 만든다.
결혼에 대한 다양한 가치관만큼이나 많은 배우들이 영화 속에 얼굴을 비춘다. 주연 배우 김동욱, 고성희를 비롯해 황보라, 김의성, 한성천, 손지현, 임예진, 염정아, 조우진, 김선영, 이준혁 등 수많은 배우들이 등장해 영화의 보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이정재와 정우성의 카메오 출연은 ‘어쩌다, 결혼’에 대한 배우들의 관심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하지만 87분의 짧은 러닝타임에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탓일까, 다소 산만함을 지워버릴 수 없는 것이 흠이다.
물론, ‘어쩌다, 결혼’은 앞서 얘기했듯이 ‘요즘 것들의 결혼’ 대해 이야기하는 지점에서 꽤 명료한 입장을 취한다. 감정적으로만 바라보면서 결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품게 하기 보다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결혼에 대해 바라본다. 어느 한 쪽의 시선에만 몰리지 않도록 박호찬 감독과 박수진 감독이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공동연출을 맡은 것도 꽤 효과적으로 발휘된다. 또한 많은 배우들이 동시에 등장하는 마지막 웨딩 파티 장면은 꽤 많은 웃음도 담는다.
그렇지만 ‘어쩌다, 결혼’은 코미디를 풀어내는 데에 있어 완급 조절 없이 급하고, 상황에 집착하려다 인물의 감정을 풀어내는 것을 놓쳐버린다. 관객들이 급한 유머에 휩쓸려 영화 속에 깊숙하게 빠져들지 못하는 한계성을 드러낸다. 또한 인물의 전사에 대한 설명을 그저 내래이션으로 풀어버리는 지점은 의아함을 품게 만드는 구석이다. 충분히 이야기 속에 이를 녹여낼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선택을 해버리니 이야기를 너무 직설적으로 구사하는 느낌도 준다.
“조금은 과장되고 아이러니하게 보이는 상황 속에서 꿈이나 사랑 같이 보편적인 고민을 갖고 있는 두 남녀 주인공이 같은 상황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유쾌하면서도 즐겁게 보여주고자 했다”는 박호찬 감독. 또한 공동연출을 맡은 박수진 감독은 “내면을 보기 위해 멈추는 순간, 그리고 무언가를 멈출 수 있는 용기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과연 ‘어쩌다, 결혼’은 이런 두 감독이 성취하고자 했던 소정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공은 이제 관객에게로 던져졌다. 오늘(27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