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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리뷰]'자전차왕 엄복동', 뜨거운 애국심만 외치다 쉬어버린 목소리

입력 2019-02-27 18: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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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포스터
사진=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끊임없이 페달은 밟지만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개봉 전부터 꽤 많은 논란을 겪어야 했다. 영화의 모델이 되는 실제 인물 엄복동이 왕년에는 잘 나가는 ‘자전차왕’이었지만, 말년에는 ‘자전거 도둑’이 됐다는 점을 짚으며 그를 단순히 영웅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냐는 비판을 받아야 했고, 일제강점기의 실화를 소재로 한 덕분에 소위 국뽕과 신파 논란에 휩싸여야 했다. 어쩌면 ‘일제강점기,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한일전이 있었다’라는 홍보문구부터가 너무 노골적이었다는 비판이다.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평할 때에는 다소 껄끄러움이 존재한다. 자칫 잘못하면 영화에 대한 비판이 실제 인물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까하는 문제의식 탓이다. 이는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인물을 영화 속 인물로 극화하면서는 혹여 인물에 대한 잘못된 사견이나 인식을 심게 해선 안 된다. 무조건적인 영웅화 역시 마찬가지. 청년 엄복동(정지훈 분)이 일제강점기 자전차 영웅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독립군과 연관이 있었다는 건 너무 많이 앞서간 영웅화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영화는 일제강점기, 물장수를 하던 엄복동이 ‘어떻게’ 해서 자전차(자전거)에 관심이 생겼는지부터 그가 집을 나와 ‘어떻게’ 자전차 선수가 되는지에 대한 과정을 꽤 자세하게 그리며 시작된다. 일미상회의 사장 황재호(이범수 분)는 애국단 출신으로 ‘일본군 한 명을 죽이는 것보다 백성 한 명의 마음을 얻는 것이 진정한 독립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며 그 시절 가장 인기 있던 자전차 경기의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황재호는 엄복동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를 자신의 소속 자전차 선수로 육성한다.

사진=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스틸
사진=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스틸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황재호와 인연이 있던 애국단 행동대원 김형신(강소라 분)이 엄복동과 미묘한 감정의 기류를 형성한다. 덕분에 영화의 서사는 이제 양 갈래로 나눠진다. ‘자전차왕’ 엄복동이 일제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자전차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는 서사와 독립군들이 민족의 독립을 위해 싸워나가는 서사로 말이다. 영화는 매끄럽게 이 두 서사를 이어 붙이려 노력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친일파 사카모토(김희원 분)가 매력적인 악역을 자처하면서 접점을 만들려고 하지만 그에 비해 2시간의 러닝타임은 너무 부족하다.

덕분에 영화의 색채는 매 장면마다 이격이 크다. 차라리 엄복동이 일제의 억압 속에서 ‘자전차왕’으로 성장하고, 민중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모습을 그리는 데에만 집중했다면 영화는 더욱 매력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으로 완성됐을 터다. 하지만 계속해서 ‘애국심’을 증폭시키려는 설정들이 개입하면서 오히려 반감을 가지게 만드는 역효과를 낸다. 특히 실제 엄복동을 지키기 위해 그를 에워쌌던 민중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마지막까지 애국심을 고취하는 장면을 집어넣는 것은 끝까지 이 영화가 ‘애국’ 영화라는 전형성을 가지게 만드는 한계다

사진=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스틸
사진=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스틸

물론, 매력적인 장면들도 존재한다. 빠른 현대극의 카체이싱 장면에 익숙한 대중들을 위해 자전차 경기를 더욱 스펙터클하게 그려내려고 한 노력들과 김형신이 친일파를 척살하기 위해 잠입을 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특히 김형신이 위주가 되는 서커스장 시퀀스는 꽤 세련미 가득한 영상미와 긴장감을 구축하면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배우들 역시 극의 긴장감을 위해 비장미를 장착한다. 다소 이질감이 생길 수 있는 구석도 배우들이 만들어놓은 비장한 분위기에 심취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하지만 너무나 평면적인 인물들과, 갑자기 장면을 뛰어넘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하는 개연성의 부재, 끊임없이 엄복동이라는 인물과 3.1 만세 운동·독립군의 업적을 연결 지으려하는 전개는 ‘자전차왕 엄복동’의 너무 큰 약점이다. 시대를 이야기하기 위해 인물을 소비하기보다 인물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시대를 녹여냈으면 어땠을까하는 씁쓸함이 영화의 러닝타임 동안 계속 침범해온다.

실제 엄복동은 우리 민족을 꽤 단단하게 결속시켰던 희대의 스포츠스타였다. 1920년대 조선에서는 ‘하늘에는 안창남 땅에는 엄복동’이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다. 이후 손기정과 박찬호, 박세리, 김연아 등 수많은 스포츠스타들이 우리 민족의 얼을 고취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엄복동은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마음에 큰 불을 지핀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의 위대함을 그리기 위해 정지훈은 쉴 새 없이 페달을 밟는다. 하지만 ‘자전차왕 엄복동’은 끊임없이 오르막길이다. 힘겹게 밟는 대로 속도는 붙지 않는 안타까움이다. 오늘(27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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