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팝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이순재는 연기에 대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을까.
만으로 83세. 지난 1956년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가’를 통해 본격적인 연기생활을 시작한 배우 이순재는 여전히 현역 배우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난 2월 방송을 시작한 JTBC ‘리갈하이’에서는 고태림(진구) 법률사무소 사무원이자 집사로, 또 이번 영화 ‘로망’에서는 사랑이 남사스러운 무뚝뚝한 남편 조남봉 역을 연기한다. 87편의 공연, 92편의 방송, 123편의 영화라는 국보급 필모그래피를 선보이고도 여전히 멈출 수 없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다.
대한민국 텔레비전 드라마 역사의 시작부터 함께했다고 할 수 있는 최고령 현역 배우가 이처럼 계속해서 연기 열정을 이어가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21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난 이순재는 과거 연기를 시작하던 때부터의 에피소드부터 지금의 연기론을 가지게 된 모든 내용을 깊이있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1958년부터 연극을 시작했다는 이순재. 하지만 그는 연극의 출연료는 1978년부터 받을 수 있었다고 얘기해 눈길을 끌었다. 경제적으로도 취약하고 사회적으로도 ‘천직’과 ‘딴따라’라는 모진 편견에 시달려야 했던 과거. 이에 대해 이순재는 “나도 TBC 전속계약을 한 뒤에 드라마 두 개 하고 영화도 하루에 네 편 찍은 것이 많았다”며 “신성일 씨 같은 경우에는 한 번에 20여 편을 계약했다. 요즘 같았으면 10조를 벌었을 양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만큼 취약했던 것이 과거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과거와 달리 현재의 미디어 산업은 급속도로 발전하며 배우들을 선망의 시선으로 보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이순재는 “연기에도 엄청난 변화가 온 거다”라며 “90년대 까지도 소위 말하자면 노조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에 80년대 중반부터 이 문제가 있었다. 협회가 중간이 돼서 촬영을 협회가 주도했다. 1년에 5만 원 올리는 걸 30년 동안 해왔다. 힘들면 동결도 시켰다”고 얘기하기도.
이어 이순재는 “우리 직종이 정당한 직종으로 평가 못 받은 건 역사성 때문이었다. 우리는 공연 역사가 없다. 일본은 가부키가 있고 중국은 경극이라는 게 있었다. 결국은 현대 공연의 개념은 일본에서 들어온다. 뿌리가 없는 직종 아니냐. 그래서 상놈의 직종이라는 거였다. 유랑극단이 돌아다니다 망하는 게 서울 이남에서부터 망하는 거다. 어른들이 안보고 머슴 기생들이 보는데 다 망하는 거였다. 그래서 과거의 시선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순재는 현재의 변화에 대해 “지금 배우들은 체격조건이 달라지고 용모가 달라졌다. 수준으로 보면 글로벌적으로 변화했다”며 “하지만 공부를 좀 해야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고 쓴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더러는 공부 열심히 하는 친구도 있는데 공부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경제적 안정성을 얻었다. 그러면 새로운 걸 창조하고 개발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 돈 버는 건 성공했는데 본질로 보면 한참 멀었다. 그런 데에서 전문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끝까지 밀고 갈 수 있는 게 이 길이다. 짧게 보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순재는 연기에 대한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을까. 이에 대해 그는 “역할을 위해서 자기를 버리는 배우와 자기를 내세우는 배우를 구분해야한다”며 “어느 역할이든 자기가 나오려고 하는 것과 자기를 버리는 배우가 있다. 김명민은 자기를 버리는 배우다”라며 “최민식이나 송강호, 이병헌도 열심히 한다. 근데 건성으로 하는 몇이 있다. 그런 인물들은 배우로서의 조건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나 싶다”고 설명하기도.
이처럼 대한민국 연기 역사와 함께 살아 숨 쉬어 오며 이제는 원로 배우를 넘어 국보급 배우로 자리잡은 이순재. 그의 83년 인생의 이야기를 담아내기에는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왜 이순재가 ‘배우’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됐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팝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