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김윤석이 이토록 섬세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었다니!” 이는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인 영화 ‘미성년’을 보면 절로 나오는 감탄사다. ‘미성년’은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김윤석은 워크숍에서 선보여진 옴니버스식의 연극을 접하고 그 중 자신의 첫 연출작의 모티브가 된 연극에 빠져들었다. 어른들이 저지른 잘못을 아이들이 해결하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렇다. ‘미성년’은 ‘대원’(김윤석)의 딸 ‘주리’(김혜준)가 아빠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고, 불륜의 상대인 ‘미희’(김소진)의 딸 ‘윤아’(박세진)와 직접 대면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해당 영화의 강점은 불륜이라는 흔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신선하게 풀어나가는데 있다. 기존 작품들에서는 불륜 소재 자체에 초점을 맞춰 어둡다면, ‘미성년’에서는 아이들을 통해 시각을 비틀면서 새로운 블랙코미디 장르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스타킹 올이 나가거나, 냉장고에서 떨어진 물건에 발등을 찍거나, 병원에서 오지랖을 부리거나 등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을 스크린에 섬세하게 담아내며 몰입도를 이끈다.
뿐만 아니라 답답한 상황에서도 중간 중간 자연스럽게 빚어진 코믹요소들을 통해 웃음이 터져 나오게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가볍게 웃기는 걸로만 끝나지 않는다. 제목을 ‘미성년’으로 지었듯 성숙하지 못한 어른들과 성숙한 아이들을 통해 ‘미성년’의 기준을 나이에 따라 정할 수 있는지 묵직한 화두를 던지며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김윤석은 두 아이 중심으로 흘러가는 원작을 영화화하면서 성인의 비중 역시 높였다. 대신 자신이 직접 연기한 ‘대원’은 기능적 역할을 하게 한 뒤 네 캐릭터 중심으로 극을 전개시키며 긴장감을 팽팽하게 이어간다. 더욱이 사건에 집중하는 기존 스토리텔링 방식에서 벗어나 캐릭터 각각의 내면을 보여주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택해 메시지가 한층 도드라진다.
네 캐릭터 모두 매력적인 가운데 배우들의 연기가 일조했다. 베테랑 염정아, 김소진 그리고 신예 김혜준, 박세진은 쓸데없는 설명을 생략시키고 캐릭터의 감정에 집중한 영화의 특성에 따라 관객들이 온전히 캐릭터들의 심리를 받아들일 수 있게 돕는다. 염정아, 김소진이 얼마나 연기를 디테일하게 잘하는 배우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김혜준, 박세진은 신예임에도 불구 선배 배우들 옆에서도 꿀리지 않은 존재감을 내뿜으며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이로써 김윤석은 연기에 이어 연출에 있어서도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 다만 결말은 파격적이라 꽤 많은 의견들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윤석 감독이 고민에 고민 끝에 탄생시킨 만큼 의미는 분명히 있다.
연출을 맡은 김윤석 감독은 “‘미성년’은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영화다. 화목했던 가족 사이를 균열시키는 것은 비밀과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그 비밀과 거짓말이 들통이 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고 전했다. 김윤석이 배우에 이어 감독으로도 관객들에게 환영 받을 수 있을까. 개봉은 오늘(1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