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올해 감독 된지 20년..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고 싶다”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등을 통해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최고의 감독으로 인정받은 봉준호 감독이 신작 ‘기생충’을 통해서는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은 ‘설국열차’, ‘옥자’와는 달리 자본주의 사회의 빈부격차 문제를 일상을 통해 한층 더 현실적으로 다뤘다고 밝혔다.
“‘설국열차’ 후반작업 당시 구상하게 됐다. 가난한 집과 부잣집의 두 가족 이야기를 떠올렸다. ‘설국열차’, ‘옥자’가 SF라면, ‘기생충’은 우리 주변 이야기다. 격렬한 파국이 있지만, 현실적이라 사회, 경제적인 걸 붙이는 게 꺼려진다. 부자와 빈자는 실제로 다 있지 않나. 피부에 와 닿는 만큼 자본주의, 계급 이런 단어들을 쓰기보다는 인간이 예의를 지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갔을 때 어떤 에너지가 폭발하는지 표현하고 싶었다.”
‘기생충’의 주인공은 극과 극의 삶의 조건을 가진 두 가족인 가운데 보통의 작품들에서 빈자와 부자를 다룬 방식과는 다르게 그려내 신선하다.
“말 그대로 극과 극인데 서로 돕고 마음 착한 가난한 사람들과 탐욕스럽고 갑질하는 부자들은 너무 전형적이고 상투적이지 않나. 현실에서 그런 부류도 있지만, 너무 단순한 도식처럼 되기 싫었다. 선악이 실제로는 쉽게 구분이 되지 않는다. 캐릭터들의 미세한 레이어드를 만들고 싶었다. 가난한 주인공들이 먹고 살기 위해 합리화를 잘하면서 마냥 천사는 아니고, 부자 주인공들은 세련된 매너를 가지고 있다. 그걸 배우들이 미묘하게 잘 소화해줬다.”
무엇보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에서 냄새’를 중요한 소재로 활용해 흥미롭다. ‘냄새’라는 게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에 봉준호 감독은 표현을 배우들에게 맡겼다.
“냄새라는 건 누군가와 이야기하기 힘들 만큼 사적이다. 또 다른 계층의 사람들은 동선이 겹칠 일이 없으니 서로의 냄새를 맡기가 쉽지 않다. ‘기생충’의 경우는 직업들로 인해 겹치게 되지만 말이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접점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예의가 붕괴되는 모티브로 냄새를 사용했다. 미세한 과정들을 거쳐 모멘트에 달하는 과정이 논리적이지 않지만, 위대한 배우 송강호 선배님이 설득시킨다.”
이처럼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의 호평을 두고 자신은 설계만 했을 뿐 배우들이 다 한 거라며 배우들에게 공을 돌려 인상 깊었다.
“배우들의 덕이 크다. 배치는 내가 했더라도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기에 가능했다. 축구감독이 배치하고 나면 선수들이 알아서 하는 것처럼 내가 쓴 시나리오를 갖고 배우들이 축구 그라운드 뛰어들 듯 카메라 앞으로 달려가는 거다. 다만 내가 세심하게 신경 쓰는 건 배우와 카메라의 관계다. 홍경표 촬영감독님과 서로 믿기에 부부 사이 같은 호흡에 대한 자신이 있다. 기계적인 교통정리가 끝나면 정밀한 리듬은 배우들의 감수성이 활짝 꽃이 피면서 가능한 거다. 잘해준 배우들에게 너무 고맙다.”
특히 ‘기생충’은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 봉준호 감독은 당연히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앞으로를 위해 되도록 빨리 잊으려고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칸은 이미 과거다.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꼬리표가 되면 창작자의 발전에 지장을 줄 것 같아서 되도록 빨리 잊으려고 한다. 칸에서 한국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시나리오를 썼다. 차기작은 두 편을 준비 중이다. 한 편은 미국 영화인데 ‘마더’ 정도의 사이즈로 실제 있었던 사건이 기반될 것 같다. 또 다른 한 편은 2000년대 중반부터 구상한 한국 영화인데 서울 도시에 공포스러운 사건이 중심에 놓인다. 아주 오랫동안 머릿속에 있었는데, 완성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올해로 감독 된지 20년인데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고 싶다.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