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욕심이 과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남녀칠세부동석,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라는 차별이 만연했던 조선. 오직 여자는 남편을 위하여 정성을 기울이고 살아가야 하지만 남자들은 기생집을 들락날락 거리며 온갖 기품 있는 척은 다 해왔던 시대에 ‘남자 기생’이 생긴다니. 영화 ‘기방도령’의 이러한 설정은 진부했던 고정관념의 전복이었고, 그렇기에 기발함과 신선함에 대한 기대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기방도령’의 시작은 신선하다. 불경기가 들이닥친 조선, 폐업 위기의 기방 연풍각을 살리기 위해 꽃도령 허색(이준호)이 조선 최초의 남자 기생이 되고, 그 과정에서 양반가 규수 해원(정소민)에게 마음이 뺏긴다는 설정. 판에 박힌 기존의 로맨스 구조일 수 있지만 ‘조선 최초 남자 기생’이라는 설정이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문제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주제, 웃음, 스타일까지 종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는 것이다.
영화는 초반, 주제의식을 단단하게 붙잡기 위해 ‘열녀’에 대한 비판을 끌어온다. 정절을 지켜야 한다는 강요 아래 고통 받던 조선시대의 여성들. 이들을 위로하고 즐기게 만드는 남자 기생 허색의 등장은 조선시대가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던 남녀 차별의 부조리함을 비꼬는 완벽한 장치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메인 플롯과 허색·해원의 로맨스를 이어붙이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다.
기방 출생인 허색이 양반댁 규수인 해원과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나누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영화의 안타고니스트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아닌 ‘신분에 대한 차별’로 치환되는 것. 허색은 신분에 대한 차별을 뛰어넘어서 사랑도 나눠야 하고, 여성에 대한 시대의 차별 또한 혁파하기 위해 시종일관 바삐 뛰어다닌다.
이런 허색을 대신해 최귀화가 연기하는 ‘육갑’과 예지원이 연기하는 ‘난설’이 유머를 채우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 역시 중반부까지만 유효할 뿐, 갑작스럽게 이야기가 무거워지는 후반부에서 두 인물은 의미 없이 소비되는 전형적인 주변 인물로밖에 기능하지 못한다. 또한 몇몇 웃음은 다소 철 지난 유머들로 채워지며 관객들의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뉠 것으로 예측된다.
‘기방도령’이 전작 ‘위대한 소원’에 대한 남대중 감독의 확실한 반성이 들어있는 영화라는 점은 분명하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친구의 첫 경험 소원을 해결해주기 위한 절친들의 고군분투를 담은 영화 ‘위대한 소원’. 그 무지막지한 설정 덕에 비판을 받아야만 했던 남대중 감독은 ‘기방도령’을 통해 여성인권에 대한 변화된 시선을 담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러한 반성이 웃음과는 전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절묘하게 웃음이 터져야 할 부분에서는 주제 의식의 눈치를 보고, 후반부에서는 감동 포인트의 눈치를 보다가 웃음이 터지지 못한다. 소소한 웃음은 있지만 큰 한 방이 없다보니 시원함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웃음, 감동, 주제의식을 모두 담으려다가 오히려 한 부분도 확실해지지 못한 모습이다.
허나 이준호, 최귀화, 예지원, 정소민의 연기 호흡은 확실하게 극의 중심을 탄탄하게 잡고 있다. 극을 이끌어가는 이준호는 확실하게 제 몫을 다 해낸다. 정소민 또한 영화의 소소한 균열들을 채울 만큼의 열연을 펼친다. 최귀화, 예지원의 남다른 코믹 호흡은 자연스럽게 호감이 생길 정도다. 다만 이마저도 어딘가에서 표류하고 있을 영화의 꽁꽁 숨겨진 매력을 구조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울고 있으면서도 웃음이 나고, 웃다가 눈물이 나는 웃픈 코미디, 해학과 풍자가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남대중 감독. 웃음에 대한 기대를 안고 간 관객들은 과연 범람하는 주제의식과 감정들 속에서 웃음과 감동을 모두 낚아낼 수 있을까. ‘기방도령’은 오늘(10일) 개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