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부산, 이미지 기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회고전의 주인공인 정일성 촬영감독이 자신의 영화인생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꿈을 언급해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정일성 촬영감독 기자회견이 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9층 문화홀에서 열렸다.
정일성 촬영감독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회고전의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이는 아시아 최초의 촬영감독 회고전. 이에 정일성 촬영감독은 "일본 평론가가 내 회고전을 위해 보낸 원고를 읽어 보니 자기가 아는 상식에서 촬영감독 회고전은 없다고 하더라. 내 개인적으로도 영광이고, 나를 계기로 좋은 촬영감독이 보다 많게 회고전을 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영화인생을 돌아보면 격변이 많았다. 지금까지의 원동력은 불행했던 우리 근대사에서 고통과 기쁨, 슬픔 같이 나눈 우리 세대를 통해 영화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며 "긴장해서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에서 영화인으로서 영화를 통해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것인지 고민해온 선배님들 덕에 정신무장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 표현의 자유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에서 영화를 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영화적 질이 나아져야 하는데 질이 더 나아졌다고 하는 영화도 몇몇 있지만 우리들이 겪었던 정신을 이어받은 것들을 가미해서 더 발전하고 좋은 영화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비판적인 건 아니지만 슬픈 역사, 열악했던 시대를 겪은 우리 세대로서는 무리한 요구를 현재 영화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심경이다"고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정일성 촬영감독은 "한국 영화 100년 되는 해에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을 통해 칸에서 상 받은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굉장히 축하 드리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그 외에도 좋은 감독들, 좋은 촬영감독들이 많다. 내가 열심히 만든 영화들 이후로 더 좋은 영화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에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정일성 촬영감독은 "그동안 138편 정도 찍었다. 40~50편은 부끄러운 영화다. 지금 생각하면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다. 대표작이 뭐냐고 하는 질문을 많이 한다. 에전에는 철딱서니 없는 말 많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부끄럽게 생각하는 40~50편이 교과서적으로 날 지배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인정한 영화보다 실패한 영화가 나에게는 좋은 교과서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또 "원칙주의자였다. 내 나름대로 생각하는 원칙이 있었다. 영화의 격조였다. 촬영감독이 뭘 해야 할 것인지 젊을 때부터 지금까지 숙제로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리얼리즘 하면 있는 그대로 찍는 줄 아는 젊은 학도들이 많다. 리얼리즘 속 꿈이 없으면 한낱 뉴스로 전락한다. 꿈이 있어야 한다. 내 나름대로의 원칙은 한 번도 져버린 일이 유지해왔던 게 지금까지 이어온 게 아닌가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내가 촬영한 작품을 보고 아름답다고, 장소 어디냐고 물어본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름답게 찍으려고 노력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아픔을 어떻게 극대화해서 사람들에게 역사의 이어짐을 보여줄 수 없을까 초점을 맞췄다. 난 미국 영화의 아류를 찍고 싶지 않았다. 흉내내는 게 싫어서 영화 할 때 남의 영화는 일절 안 봤다. 나도 모르게 휩쓸려 모방하는 게 자존심 상하더라"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일성 촬영감독은 "사람이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걸 하고 죽는 사람이 어딨겠나. 난 만족한다. 앞으로도 만족을 채운다고 하면 개인적인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까지 내가 있게 한 1/3은 감독의 힘이 아니었나 싶다. 나머지 1/3은 떠돌이 생활하듯 다녔는데 집을 홀로 지켜준 아내에게 1/3 공을 돌리고, 나머지 1/3은 나에게 돌린다"고 감사를 표하며 "오히려 나를 모르는 젊은 감독이 느닷없이 같이 영화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아주 길이 없는 들판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고 싶다 생각한다. 잔잔한 저예산 독립 영화라고 해도, 개런티가 없다고 해도 내가 필요로 하면 기꺼이 찍어주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정일성 촬영감독은 1950년대 후반 데뷔 이후 김기영, 유현목, 김수용, 하길종, 이두용, 임권택 감독까지 한국 영화사를 대표하는 수많은 감독들과 작업해온 거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