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천윤혜기자]자극적이지 않은 사랑 이야기가 따뜻한 감성으로 위로를 건넨다.
'윤희에게'는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윤희(김희애 분)가 잊고 지냈던 첫사랑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찾아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떠나는 감성 멜로. 올해 개최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선정돼 큰 관심을 받았다.
'윤희에게'는 특별한 자극 없이 일본 오타루 지역의 가득 쌓인 눈과 여정을 함께 하며 무공해 매력을 선사한다. 남편과 이혼한 후 나홀로 딸을 키우며 세상 풍파를 겪어온 윤희의 삶은 퍽퍽하기만 하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며 윤희가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은 여자의 삶, 더 나아가 한 인간의 삶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첫사랑. 그 첫사랑의 기억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하얀 눈처럼 아름답게 마음 속에 피어있을 것. 윤희가 기억하는, 그리고 재회한 첫사랑 역시 왜곡되지 않은 순수한 추억이고 그리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윤희가 첫사랑과 만난 순간은 그 누군가에게는 놀라움일 수도 있지만 이마저도 포용될 수 있는 사랑으로 그려진다.
'윤희에게'는 윤희의 첫사랑을 기억하는 멜로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윤희와 딸 새봄의 관계에도 중점을 둔다. 여행을 떠나기 전만 해도 서먹서먹하던 모녀사이는 여행을 거치며 관계를 회복해간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티격태격하는 여느 모녀관계로 바뀌며 진정한 가족의 관계와 의미에 대해 조명한다.
이 영화는 오로지 김희애를 위한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윤희의 감정선을 따라간다. 그런 만큼 김희애의 연기력이 가장 돋보이기도 한다. 김희애는 자신을 잃어버린 삶을 사는 윤희의 모습부터 첫사랑을 기억하며 차츰 생기를 회복하는 모습까지 변화를 세심하게 그려낸다. 특별한 장면이 없었어도 충분히 감정선을 유지해나갔기에 마지막 순간 표출되는 윤희의 감정신은 짙은 울림을 안긴다.
윤희의 딸을 연기한 김소혜 역시 부족함 없는 연기를 선보인다. 이번 작품이 스크린 데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당차다. 김희애와의 호흡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며 때로는 속 깊게, 때로는 풋풋하게 새봄을 그려나간다.
다양한 사랑의 종류가 있는 만큼 어느 사랑이라고 가볍게 볼 수 있을까. 물론 기호에 따라 이번 영화가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의 종류를 따지기 이전 그 사랑의 깊이와 본질을 따진다면 불편함은 어느새 우리 모두를 향한 위로로 다가올 수 있다.
연출을 맡은 임대형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사랑이란 무엇일까' 질문을 많이 했다. 국경과 인종, 연령, 성별 등을 사랑의 힘이 깰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모든 것을 초월한 사랑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음을 밝혔다. 영화의 의도가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개봉은 오늘(1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