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천윤혜기자]유재명이 또 한 번의 묵직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나를 찾아줘'를 통해 나름의 규칙과 권력으로 유지해오던 곳이 아이를 찾으려는 '정연'의 등장으로 균열이 생기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홍경장으로 분해 강렬한 존재감을 내비쳤다. '나를 찾아줘'는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은 '정연'(이영애)이 낯선 곳, 낯선 이들 속에서 아이를 찾아 나서며 시작되는 스릴러물. 유재명이 그린 홍경장은 악역이지만 또 우리 사회 어디에나 있을 법한 우리들의 모습이기에 더욱 인상적이었다.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유재명은 이에 대해 "제가 만든 홍경장은 특별하지 않은 인물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소공동체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권력자는 아니다. 그런 걸 통해서 정연이 맞닥뜨리는 절벽 같은 걸 극대화한 것다. 물론 정연에게 안타까운 마음은 있다. 하지만 행동하지 않고 정연을 바라보는 시선은 안타까움과 그 사이의 정도였던 거 같다. 그게 더 무서워 보일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영화가 주는 폭력성, 잔인함에 대한 생각 역시 전했다. "세다는 표현은 마음에 안 든다. 센 영화들 많지 않나. 고통스럽고 힘겹지만 현실에 대한 묘사는 영화적이다. 그렇지만 어떤 현실보다 더한 것들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뉴스를 보다 보면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사건 사고가 나온다. 우리는 아픔에 둔감해져있는 거 같다. 일가족 사망 등 비극적인 개인의 아픔들이 있는데 저희 영화는 허구이지만 이 인물을 쫓아가다보면 진실을 목도한다. 그리고 궁극에서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과 자신을 직면하게 되지 않을까. 굳이 그런 선택을 했을까를 물어본다면 그게 진실을 가장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 감독님과 배우들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나를 찾아줘'를 통해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영애와 호흡하게 된 유재명. 모든 배우들의 로망이기도 한 그 자리에 당당히 올라선 유재명이었기에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영애 배우님과 함께 한다고 할 때 당연히 놀랐다. 감독님이 '저랑 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얘기하시는데 정신이 혼미했다. 지금은 이영애 배우님과 동료 배우로서 하게 됐는데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또 선배님이 스태프들에게 많이 베풀어주시고 걱정도 많이 해 주시고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신다. 같이 있으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며 이영애에 대한 극찬과 존경심을 가득 표현했다.
그에게 '나를 찾아줘'가 특별한 데에는 이영애도 있지만 쉴 틈 없는 탄탄한 스토리 전개도 큰 몫을 차지했다. 유재명은 "이번 영화가 의미 있는 지점은 영화를 보는 내내 숨을 쉴 수가 없었다는 거다. 연기를 보고 그런 게 아니라 영화가 따라가는 흐름이 제가 찍었고 시나리오를 읽었는데도 완성된 작품을 봤을 때 이렇게 아플까 이렇게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할까 싶었다. 쉼없이 눈물이 나기도 하고 제가 홍경장을 보고 분노하기도 하고 액션신 보면서 땀이 나고 정연을 바라보는 관객 입장에서 보게 되더라. 힘을 느꼈다. 엔딩 즈음에서는 세상이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롭지만은 않은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생각에 의미 있었다. 영화적 완성도와 작품의 주제가 좋았다"며 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덧붙여 "길을 가도 전단지 한 장을 보면 더 소중하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없는 환경인데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가슴 아픈 일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는 소망을 드러내 실제 아빠로서의 진심을 담아내는가 하면 "저는 늘 내 작품이 시작이자 마지막이라는 마인드다. '나를 찾아줘' 역시 또 제 마지막이고 시작이다. 다음에 만날 영화는 그 시점에서 시작이자 마지막일 거다. 그거 아니고는 답을 못 내린다. 계획을 하거나 지난 것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 결을 못 쫓아간다. 제게 '나를 찾아줘'는 시작인 작품이다. 또 선배들, 동료들, 스태프들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된 작품이다. 이 작품이 나를 찾아온 것 같다"고 말하기도.
'나를 찾아줘'가 아니더라도 유재명은 스크린에서 늘 빠지지 않는 대표 다작 배우다. 올해만 하더라도 '말모이', '돈', 악인전', '비스트', '윤희에게' 등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드라마 '자백'에도 출연했다. 앞으로 개봉을 앞둔 영화만 해도 '나를 찾아줘'를 비롯해 '속물들', '킹메이커', '소리도 없이'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맹활약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다작을 하는 비결과 원동력이 궁금해질 법도 하지만 유재명은 스스로 다작 배우라는 인식을 별로 하고 있지 않았다. "다작을 한다고 하는데 시기가 다 달랐는데 몰렸다. 그렇게 안 바쁘다. 출근하는 직업도 아니고 여유 있을 때도 있다. 많이 한 편이기는 한데 억지로 한 건 아니고 다 가능한 거였다. 다행히 저를 불러주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까 마음이 좋다."
그러면서 "사실 '내가 왜 다작을 하지'라는 생각을 못했다. 제가 선택하고 주어졌고 하게 된 케이스였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없고 배우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다. 손 내밀어주면 할 수 있다. 저는 나이를 먹는 게 한 달, 일 년이 아니라 작품으로 먹는 거 같다. 그런 걸로 봤을 때 욕심 많은 건 사실인 것 같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재명은 마지막으로 "상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고 멋진 작품 만나는 게 제 욕심이다. 멋부리는 작품이 아니라 멋진 작품을 계속 만나고 싶은 바람이 있다"며 배우로서 식지 않는 열정을 과시했다.
한편 유재명이 출연한 영화 '나를 찾아줘'는 오는 27일 개봉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