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편안한 일상과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사이 갈 길을 잃었다.
영화 ‘아내를 죽였다’는 음주로 전날 밤의 기억이 사라진 남자가 아내를 죽인 범인으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블랙아웃 스릴러. 희나리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김하라 감독은 동명의 웹툰을 접하고 평범한 일상 속 작은 사건들이 쌓이고 쌓여 큰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에 스릴러 구조가 결합된 것에 매료됐다. 영화 역시 과음 후 겪는 단기 기억 상실인 블랙아웃이라는 일상적인 소재에 스릴러 장르를 접목시켰다.
처음부터 절친과의 과음으로 블랙아웃이 된 주인공 ‘정호’(이시언)와 그의 아내 ‘미영’이 갑작스레 살해당한 장면으로 영화를 열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렇게 제목 그대로 ‘정호’가 범인일지, 아니면 진범이 따로 있을지 범인 찾기가 시작된다.
이에 ‘목격자’, ‘도어락’ 등과 같은 생활밀착형 공포가 예상되지만 현실 공감이 크게 되지는 않는다. 블랙아웃을 경험한 이들이 꽤 있을지 몰라도 살인이라는 극단적 상황과 연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릴러 구조에 일상 이야기를 끼워맞춘 듯 일상이 나열되고 반복될 뿐 스릴러 장르 고유의 쫀쫀한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어 밋밋하게 느껴진다. 더욱이 중간중간 뿌려놓은 단서들이 정리되지 않아 혼란만 초래한다. 캐릭터들의 숨겨진 사연은 허무하기도.
뿐만 아니라 범인을 찾는데 그치지 않고 평범하게 사는 게 너무 힘들어진 팍팍한 현실을 비추며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자 한 노력의 흔적은 보이나 개연성이 떨어져 명확하게 와 닿지 않는다. 이에 결말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럼에도 의미가 있는 건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로 친근한 이미지가 강한 이시언이 연기 변신을 꾀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 이시언은 웃음기를 완전히 빼고 180도 다른, 본 적 없는 모습을 표현해내며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더 넓혔다. 스크린 첫 주연임에도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어나간다. 이외에도 서지영, 이주진, 정도현 등 스크린에서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의 배우들의 활약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처럼 일상 소재와 스릴러 장르 사이 밸런스를 잡지 못해 스릴러적인 재미는 높다고 할 수는 없으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몇몇의 반전이 신선하기는 하다.
연출을 맡은 김하라 감독은 “일상과 스릴러가 결합된 구조에서 일상의 붕괴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알렸다. 제작 의도대로 관객들이 장르적 재미와 함께 묵직한 메시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을까. 개봉은 오늘(1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