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박서현기자] 김히어라에게 '더 글로리'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
14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더 글로리'의 김히어라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문동은(송혜교 분)을 괴롭힌 다섯 가해자는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그중 이사라를 연기해 많은 사랑을 받은 김히어라는 "짤도 많이 돌고 주변에서 연락이 많이 오는 편이기도 하다. 제가 숏컷을 해서 '춤추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지나갔었는데 이젠 뒷모습만 보고도 쫓아와서 '맞죠맞죠' 하시더라. 많이 알려지고 있나보다"라고 웃으며 "파트2 하고 나서 막 SNS 팔로우 수가 오르고 있다. 부끄럽지만 좋아요 수도 많이 올랐다. 대단히 많이 늘진 않은 것 같은데 그래도 2~3배는 늘은 것 같다"고 전했다.
김히어라는 작품이 잘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상상 못했었다고.
"사실 작품이 잘될거라는 생각은 대본 봤을 때부터 했었는데 매체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다 보니 제 삶은 그냥 비슷했어서 이정도의 반응을 예상하진 못했다. 동료 배우들의 변하는 삶을 봤음에도 내가 그렇게 될거란 생각은 못했다. 나는 '다행히 더 연기를 오래할 수 있겠다' 이 정도 였다. 30대 초중반에 시작하다 보니 '조용히 오래하게 되지 않을까' 감사한 마음이다."
파트1 공개 후 파트2 사이 약 3개월에 대해 김히어라는 "처음에 반응이 너무 좋다보니까 저희도 파트2가 훨씬 재밌을거란 확신이 있다보니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즐기게 되더라. 사람들의 '언제 나와'를 더 즐기다 보니 좀 더 즐기고 싶었다. 기대하고 설레면서 작품 공개일을 기다렸던 것 같다"고 웃었다.
이사라는 마약중독자 캐릭터다. 겪어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캐릭터를 잡는데도 많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을 터. 그는 "넷플릭스에 마약에 관련된 콘텐츠가 많다. 미드와 다큐멘터리 등이 많아서 넷플릭스를 달고 살았다"면서 "제가 롤모델로 삼은 것은 없지만 나같은 환경 목사의 딸, 혹은 그냥 무너지는 게 아니라 어떤 습관이 있을까 찾아갔던 것 같다. 마약중독자를 표현하려 하기보다 어떤 상황에 모면했을 때 (가해자들의)대처방법이 다 다르지 않나. 약에 많이 의존하고 나가있는 것을 많이 선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디션으로 캐스팅 된 김히어라는 "퀵으로 대본을 받고 스태프 분들이 축하를 해주셨다. 당시엔 '배드 앤 크레이지'도 오픈 안되고 촬영 중이었다. '괴물' 하나 나왔을 때다. '절 뭘 보고 이런 역을 주시나요' 했더니 너의 눈빛이 너무 좋았고 내가 생각했던 사라와 흡사하고 너의 딜리버리가 참 좋은 것 같다고 하시더라"라며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이사라가 강력하게 등장했던 신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김히어라는 "일단 파트1에서는 교회에서의 모든 신이 제 첫 촬영이었다. 개인적으로 송혜교 배우님의 팬이었기 때문에 찐팬의 느낌으로 갔었다. 둘이 있다보니 혜교 언니가 너무 감사하게 '공연 쪽에서 얘기 많이 들었고 연기 너무 기대하고 왔다'고 하더라. 안 밀리려고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하시더라. 그게 너무 감사했다. 저를 풀어주려고 자신감을 키워주신 것"이라며 "'그래 나는 꽤나 공연에서 짬바가 있는데' 싶고 마음이 편해지더라"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송혜교의)눈을 딱 봤는데 너무 예쁘더라. 그러면서 대사에 들어갔는데 감독님도 (제 마음을)느끼셨는지 '더 못되게 해야할 것 같아' 하시더라. 송혜교라는 배우의 새로운 모습도 많이 나오지 않았나. 언니가 손을 덜덜 떠는거다. 그 때부터 제가 확 집중이 됐던 것 같다. 더 동은을 깔보게 되고 그런 것이 돼서 되게 고맙고 좋았던 첫 촬영이었다"고 덧붙였다.
흡연자가 아닌 김히어라는 이사라를 연기하기 위해 담배도 피워야했다. 그는 "매니저가 담배를 많이 피기 때문에 매니저한테 몸을 많이 해하지 않은 전자담배를 물어봤다. 저 혼자 있을 땐 피지 않았고 '더 글로리' 촬영 가는 날 매니저가 필 때 항상 같이 피웠다. 욕도 남자욕을 많이 관찰했다. 사라는 옷도 편하게 입는데 욕을 앙칼지게 하기보다 세게 하는 게 더 재밌을 것 같더라. 그래서 남자들이 하는 욕을 많이 찾아봤다. 근데 화면에는 담배를 정말 잘 필 때도 있었는데 많이 안나온 게 아쉽더라"라고 했다.
이어 "대마초 피는 신들이 좀 있다. 마는 담배라 세다고 하더라. 소품 감독님들이 시늉만 내도 좋다고 하셨는데 저는 욕심이 들어서 했다. 핑 돌고 힘들더라. 그 맛 때문에 '다신 안 피워도 되겠다' 싶었다. 다행히 그 덕에 다시는 피지 않는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가해자 5인방은 각자 다른 벌을 받는다. 김히어라는 자신의 최후에 만족할까.
"시청자들의 마음에서 '다 죽어야 하는거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이 이후에 그들의 삶이 좋을 것 같진 않다. 감옥에서 정신을 차리고 예술의 혼이 들어와서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그런 반전이 있지 않는 이상 잘 버텨내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또 동은이의 손이 닿지 않아도 서로를 망하게 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들의 타락이 좀 현실적이어서 좋았던 것 같다. 제가 사라였어서 그런지 사라의 벌이 제일 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웃음)."
'더 글로리' 공개 이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학교폭력 폭로 릴레이가 이어지며,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히어라는 "'더 글로리'를 보면서 혹시나 지금 그러고 있는 친구들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 조카가 그런 일을 당한다면, 혹은 행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더 글로리'를 보면 '연진아 제발 사과해라' 이런 생각을 하지 않나. 현재 존재하는 가해자들에게 '빨리 사과하고 그만하는 게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포인트를 준 것 같아서, 수위상 19세긴 하지만 선생님들과 학부모가 봐서 같이 싸워주고 도와줄 것인지. 거기에 투입돼있는 분들이 보시면 저는 많이 변화될거라고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김히어라는 "'교도소에서 연진이와 저의 이야기는 어떨까요' 얘기해봤지만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시즌2에 대한 소망을 드러내 웃음을 더하기도.
김히어라는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에서 새로운 캐릭터들로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저는 대단하게보단 안 보이면 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핫이슈보다 길게 편안하게 가고 싶어서 여러 캐릭터들로 도전도 많이 해보고 실패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다짐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