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배우 설경구가 정지영 감독의 진정성에 끌려 '소년들'에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설경구는 영화 '실미도'를 비롯해 '그놈 목소리', '소원', '생일', 신작 '소년들'에 이르기까지 실화를 소재로 만들어진 여러 실화극에 출연했다. 더욱이 그간 '강철중'과 비슷한 결의 캐릭터는 거절했었지만, '소년들'의 경우는 정지영 감독이라는 든든한 존재가 있었기에 마음이 흔들렸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설경구는 '소년들'을 향한 애정에 허성태, 염혜란을 추천했다고 전했다.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사건 실화극. 설경구는 극중 우리슈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수사반장 '황준철' 역을 맡았다. 설경구의 인생 캐릭터 중 하나인 '강철중'을 연상케도 하지만, 정지영 감독의 신뢰 하나로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감독님과 상갓집에서 우연히 뵀는데 '나랑 작품 하나 해야지'라고 하시길래 으레 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했다. 정지영 감독님이 말씀해주시니 감사하고, 영광이다 싶었는데 일주일 만에 책을 보내셔서 깜짝 놀랐다. 비슷한 캐릭터면 전에는 안 했다. '강철중'보다 잘할 자신 없으면 '내가 하면 '강철중'이 됩니다'고 핑계를 대고는 했다. '소년들'의 경우는 진정을 갖고 뚝심 있게 사회에 참여하시는 정지영 감독님이라는 큰 부분이 있어서 믿음 때문에 하게 됐다."
이와 함께 '강철중'보다는 이성적 판단이 있는 인물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미친 개라는 별명이 나오고 불의를 못참는 건 비슷하더라도 '강철중'보다는 이성적 판단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범인 잡는데 미친 개이지만, 일상까지는 미친 개가 아닌 거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흥분해서 하면 '강철중'과 비슷해질까봐 일부러 신경 쓰지는 않았다."
특히 설경구가 이번 작품에서 분한 '황준철'은 극화시키는 과정에서 '소년들'의 모티브가 된 삼례나라슈퍼 사건 속 실존인물이 아닌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파헤친 황상만 반장을 들고왔다. "황 반장님이 겪은 일들의 과정이 비슷하더라. 황 반장님이 영화를 보신 뒤 되게 좋아하셨다. 그때 생각이 나서 우셨다고 하더라. '재심' 때는 얼마 나오지 않아서 분노했었는데 이번에는 많이 나오니 너무 좋다고 하셨다. 내 손을 꽉 잡으시면서 감사하다고 하시더라."
다양한 실화극을 함께 해온 설경구는 배우로서 확실히 무게감이 생긴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내가 출연했던 실화극들의 공통점은 촬영 다 마치고 실화 관련 인물들을 뵀다. 그분들을 만나면서 더 무게감이 생기는 것 같다. 뭔가 남는다. 떨림도 있고, 지금도 말하면서도 떨림이 있다. 인생이 엉망진창됐음에도 표정들이 너무 순박하고 한 경지 올라선 느낌이 드니깐 대단하다 싶으면서 마음이 이상했다. 실화극을 하게 되는 운명 같다. 더 느끼게 되고 그런 건 확실히 있다. 더 알게 되는 것도 있고, 뭔가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것 같아서 찜찜함도 남아있다."
'소년들'은 실화를 소재로 함에도 불구하고 무겁지만은 않다. 허성태, 염혜란을 활용해 숨 쉴 구멍을 마련, 웃음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는 설경구의 추천이 바탕이 됐다.
"허성태가 악역만 한 배우인데 선역을 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 '블랙머니'에서도 나쁜 역인지, 좋은 역인지 줄타기 하는데 재밌었다. 나랑은 안 해봤고 해서 감독님께 어떤지 여쭤봤다. 허성태도 선역을 처음 한다고 좋아했다. 실제로는 내성적이고, 쑥스러움이 많다. 그래서 악역을 하면 너무 힘들다고 하더라. '오징어 게임'을 같이 하고 있을 때라 그때는 막 인상을 찌푸렸다면, 우리 현장에서는 해맑아졌다."
이어 "허성태는 어떤 배우냐고 여쭤봤다면, 염혜란은 추천한게 맞다. 그분은 집이면 집으로, 식당은 식당으로 만드는 배우다. 요새 흥행요정으로서 주가가 하늘을 찌르는데 원래 워낙 잘하는 배우였다"며 "허성태, 염혜란 덕에 나도 캐릭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됐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팬데믹을 겪고 나서 한국 영화 시장이 너무 좋지 않다. '실미도'로 한국 영화 최초 천만 영화를 달성한 설경구는 당시를 떠올리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실미도' 때 섬에 갇혀서 촬영하다 보니깐 회식을 많이 했다. 건배 하면서 천만, 천만 외쳤던 기억이 난다. 속으로는 막 지르는 거니 미쳤다 싶었다. 종방연 때도 희망 스코어를 적으라고 하는데 안 쓰면 욕먹을까봐 천만을 썼는데 진짜 천만 관객이 들어서서 놀랐었다. 지금은 100만 관객 돌파도 축하하는 상황이 됐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더라도 영화는 계속 상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좋은 날이 올 거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