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 하나가 아니다. 둘 이상이다. 다중 인격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동시간대 경쟁을 벌인다. 일곱 개의 인격을 가진 한 남자의 사랑을 다루는 MBC 새 수목극 ‘킬미힐미’와 두 가지 인격을 가진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SBS ‘하이드 지킬, 나’가 주인공이다. ‘킬미힐미’가 2주 앞서 출격한다. 다중 인격 연기를 두고 시청률 진검 승부가 펼쳐진다. 과연 승자는 누가 될까.
‘킬미힐미’ 김진만 PD는 5일 오후 MBC 상암 사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우리가 여러 개의 인격을 소재로 하는 사랑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을 업계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SBS ‘하이드 지킬, 나’)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소재를 들고 나와서 굉장히 당황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킬미힐미’는 한중 합작 대형 드라마로 제작비만 150억에 이른다. 김 PD는 배우 현빈이 주연을 맡은 ‘하이드 지킬, 나’와의 비교에 대해 “두 드라마의 소재는 비슷하나 주제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여러 개의 인격이 애절한 멜로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여러 인격들을 통한 다양한 장르의 재미가 시청자에게 골라보는 맛을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킬미힐미’는 차도현, 페리박, 신세기 등 한 인물에 전혀 다른 인격들이 사는 모습을 다룬다. 남자 주인공인 지성이 각각의 인격들을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에 따라 드라마의 흥행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성은 극중에서 승진그룹의 외동 아들 차도현 역을 주로 연기한다. 외모부터 실력까지 다 갖춘 ‘엄친아’다. 차도현의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야망이 큰 신세기부터 마린보이를 꿈꾸는 40대 아저씨 등 다양한 인격이 산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서는 지성의 다양한 변신을 예고했다. 스모키 화장을 한 채 주먹을 휘둘리는 모습까지 기존에 봐왔던 지성의 연기 스타일과는 확연히 다르다. 코믹한 행동에 우스꽝스러운 대사를 하다가도 진지한 재벌남으로 돌아오는 등 다양한 인물의 옷을 갈아입으며 연기의 변주를 보여줬다.
차도현은 이렇듯 인물 설명만 봐도 굉장히 까다로운 캐릭터다. ‘킬미힐미’ 제작진도 적임 배우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캐스팅 전 여러 톱스타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한 두 개도 아니고 무려 일곱 개의 다른 인격을 완벽히 소화한다는 게 쉽지 않은 도전이라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김 PD는 우여곡절 끝에 지성과 황정음에게 돌아간 캐스팅 결과에 대해 만족해 했다. “현장 스태프에게도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했다. 이런 우여곡절이 없었으면 지금같은 작품이 못 나왔을 것이다. 이 배우들과 함께하기 위해서 힘든 과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지성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남자 배우 캐스팅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농담 삼아 속으로 ‘킬미힐미 나 시켜주면 좋았을텐데’ 했는데 마침 연락이 와서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준비할 시간이 정말 부족했다. 시간이 쫓길 것이라는 게 불보듯 뻔했다”라고 말했다.
지성이 ‘킬미힐미’를 자신 있게 선택할 수 있었던 배경에 김진만 PD와의 인연이 한몫했다고 고백했다. “10년 전 드라마 ‘떨리는 가슴’을 통해 호흡을 맞췄다. 그때 김 감독이 잘해주셔서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좋은 기억이 많아서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여배우 황정음과의 재회도 ‘킬미힐미’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지성과 황정음은 지난 2013년 11월 종영한 KBS 드라마 ‘비밀’에서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지성과 황정음은 연말 연기대상에서 각각 최우수 연기상을 가져가며 윈윈하는 결과를 낳았다. 1년 2개월 만에 다시 만난 흥행 커플이다. 이에 황정음은 “‘비밀’ 촬영 당시 ‘로맨틱 코미디에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바람이 있었다. 벌써 현실로 이뤄졌다. 현장에서 호흡이 정말 좋다”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지성은 여러 개의 인격을 소화한다는 게 예상했던 것보다 더 힘들다고 털어놨다. “여러 인격을 정확히 구분해서 연기해야 하는데 굉장히 힘들다. 욕심을 버리고 촬영에 들어가니 마음은 편하다”라며 “본전 생각은 안 하고 있다. 만약 ‘내가 잘할까’ 걱정했다면 출연하지 못했을 것이다.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지성은 ‘킬미힐미’가 다중 인격이라는 특수한 소재를 다뤘지만 차도현만 부각되는 드라마가 되면 실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이 작품이 저의 원맨쇼가 된다면 단순한 드라마가 될 것이다. 모든 배우가 다 빛나지 않으면 차도현도 살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배우들과의 호흡”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제가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중간 정도 평가를 받을 것 같다. 좋은 평가에 대한 욕심은 버렸다. 차도현이 어떤 상처를 통해 일곱 개의 인격으로 분리됐는지 그 동기를 알리고 상처를 치료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며 “이 드라마가 말하려고자 하는 메시지는 인간에 대한 격려와 사랑이다. 지금 상처를 받은 국민과 함께 가는 드라마였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일곱 개의 인격이라는 독특한 설정의 ‘킬미힐미’. 한 남자의 전혀 다른 두 인격과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인 ‘하이드 지킬, 나’. ‘킬미힐미’가 7일 먼저 공개되고 ‘하이드 지킬, 나’가 21일 첫 방송된다. 지성과 현빈의 연기 변신. 누가 더 큰 박수를 받을까.
김은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