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배우 고두심이 '빛나는 순간'을 통해 그동안 갈망해온 멜로의 꿈을 이뤘다.
고두심이 신작인 영화 '빛나는 순간'에서 33살 나이차가 나는 지현우와 멜로 호흡을 맞췄다. 고두심은 49년 연기 내공으로 완성한 섬세한 감정 연기로 편견을 넘어선 사랑의 의미를 진정성 있게 전하며 여운을 남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고두심은 이번 작업이 힐링 그 자체였다고 애정을 뽐냈다.
지난 1972년 데뷔 후 수많은 작품에서 '국민엄마'로 사랑 받아온 고두심이 연기인생을 통틀어 가장 파격적이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도전, 노년 여성에게 찾아온 사랑의 감정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나이차가 나는 남자와의 멜로가 파격적이었지만 좋았다. 여자는 나이를 먹어도 여자다. 시나리오가 여자는 끝까지 여자라는 걸 주장하고 있더라. 흔치는 않지만, 특별한 계기가 있으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싶었다. 또 해녀의 내면이 강하게 그려져야 하는 만큼 한국에서는 내가 가까울 수 있다 싶었다. 특히 감독님이 날 놓고 썼다면서 '제주 하면 고두심이고, 고두심의 얼굴은 제주 풍광'이라고 꼬셔서 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
고두심은 극중 제주 해녀 '진옥' 역을 맡았다. 고향인 제주 사투리를 비롯해 실제 해녀를 방불케 하는 실감나는 생활 연기를 선보인 가운데 물 트라우마가 있음에도 불구 '빛나는 순간'을 위해 극복해냈다.
"중학교 때 바다에 갔다가 휩쓸려 죽을 뻔한 적이 있어서 트라우마 때문에 수영을 못한다. '인어공주' 때 대본에는 없었는데 감독님이 자맥질하는 거 할 수 있겠냐고 해서 그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태풍 매미 때문에 제주도에서 촬영을 못하게 돼 필리핀에서 하게 됐고, 가자마자 물속에 집어넣는데 너무 무섭더라. 공포에 질려 얼굴이 백지장처럼 되니까 감독님이 만류하셔서 그대로 한국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대역으로 될 일이 아니지 않나. 정말 연습을 많이 했고, 고향 바다인데다 해녀 삼촌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 보니 굉장히 힘이 됐던 것 같다. 좋은 컷을 위해 한 번 더 해보겠다는 소리까지 나오더라."
이어 100% 제주 올로케이션 촬영에 대한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두 달 동안 너무 행복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서울로 바로 올라오다 보니 제주도 사투리를 그렇게 푸짐하게 써본 건 작년 두 달이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고 잘 먹었던 음식들을 많이 먹기도 했다. 내 고향이다 보니 스태프들도 대접하고 싶어서 지인들에게 돼지고기, 김치 등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촬영할 때 어려움이 있더라도 힐링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빛나는 순간'의 명장면은 "살암시믄 살아지매(살다보면 살아진다)"라는 명대사를 남기기도 한 약 6분 간의 인터뷰신이다. 고두심이 어린 시절부터 직접 본듯 살아온 역사이기에 대본에도 없는 대사까지 자연스레 나왔다.
"들으면서 살아와서 그런지 따로 준비한 게 아닌데도 감독님이 써준 대사 외에도 거미줄이 풀려나오듯 나오더라. 너무 절절하니깐 감독님도 컷 소리를 못하셨다. 그 신 끝나고 나도 신내림인 줄 알 정도로 놀랐다. 스태프들도 흐느끼길래 표현이 되기는 됐구나 싶었다.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한다."
뿐만 아니라 고두심은 지현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에는 여성에 가까울 정도로 여리여리하다 싶었다. 그런데 점점 더 강인한 게 보이더라. 요즘 영화 찍고 1년 만에 보니까 운동을 열심히 했는지 더 남자스러워진 것 같다. 지금 찍으면 또 다른 감정이 나오려나 (웃음) 말 한마디를 해도 생각하고 내뱉는 속깊은 배우더라. 신뢰감이 있어서 (멜로 호흡이) 전혀 무리가 없었고, 좋았던 것 같다."
"사랑이라는 게 내 편이 되어줄 것 같아서 하는 건데 그런 게 포괄적으로 치유받기 위한 거 아닐까. 여자는 나이가 들든 그렇지 않든 여자의 끈을 놓으면 안 되고, 놓을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 속 두 사람의 경우도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단순히 남녀간의 끈으로만 보는 게 아니고 어리지만 내가 뭔가 손을 잡아 치유될 것 같으면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