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유하 감독이 결이 다른 작품으로 돌아왔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강남 1970'으로 누아르 3부작을 완성했던 유하 감독이 6년 만에 신작 '파이프라인'을 내놓게 됐다. '파이프라인'은 유하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블랙코미디 장르라 흥미를 자극한다.
최근 헤럴드POP과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유하 감독은 이번 작업으로 스스로도 힐링이 됐다면서 재능 있는 배우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은 바람을 표했다.
"6년 만에 신작을 공개하게 됐다. 2~3년 터울로 영화 하다가 '강남 1970' 끝나고 여러 가지로 스텝이 꼬이면서 오랜 텀이 있었다. 오랜만에 개봉하게 되니까 부담스럽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이다. 나도 내가 심각한 누아르 영화를 3부작까지 하게 될지 몰랐다. 실제로 좋아하는 영화들은 B급 정서가 담긴 블랙코미디, 컬트성 있는 영화들이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액션쪽으로 작업을 많이 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B급 정서가 묻어나는, 가성비 있는 블랙코미디 영화를 만들어봐야겠다 싶어서 만들었다. 막상 보니깐 내 작품인데도 낯선 부분이 있더라."
이어 "원래 아이템을 생각한 뒤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영화를 선보여왔다. '파이프라인'은 유일하게 다른 작가가 쓴 시나리오였다. 투자사를 통해 우연히 받게 됐고, 내가 해보고 싶었던 블랙코미디 장르가 있어서 각색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복수극이었지만, 비루한 청춘들이 원팀이 되어서 전복 카니발을 하는 패러다임으로 바꿨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유하 감독은 각색하는 과정에서 코엔 형제 감독의 '레이디킬러'를 참고했단다. "'레이디킬러'는 케이퍼무비 공식을 따라가다 뒤튼다. '파이프라인' 역시 원래 시나리오는 케이퍼무비 성격이 강했는데 남들이 많이 만든 걸 답습하는 게 내키지 않았다. 단순한 케이퍼무비였다면 안 만들었을 것 같다. 외국에도 많고, 국내에도 최동훈이라는 거장이 있지 않나. 케이퍼무비 공식을 뒤틀어 B급 정서를 갖는 영화로 만들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더욱이 유하 감독은 '파이프라인' 시사회에서 "내 대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각별한 마음을 내비친 바 있다. 이와 관련 유하 감독은 "내게 주어진 조건에서 지혜를 최대한 발휘하고, 그 현장이 내 인생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다면 대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내가 몇 편의 영화를 찍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파이프라인'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작품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드렸다. 물론 전작들에 비해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어서 충족이 안 된 부분도 있지만, 포텐 있는 배우들이 발산하는 에너지가 가득 담겼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하 감독은 서인국, 이수혁, 음문석, 태항호, 배다빈 등 스크린에서는 거의 보지 못한 배우들을 총출동시켜 신선한 케미를 그려냈다. 앞으로도 영화계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내 영화를 통해서 크게 된 배우들도 많이 있다. 예순이라는 나이를 바라보는 중견 감독으로서 영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쉬면서 생각해봤다. 영화계에서 항상 쓰던 배우만 쓰다 보니 배우 기근이 있지 않나. 난 배우 캐릭터를 살리는 장점을 갖고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재능에 비해 기회를 많이 가지지 못한 배우들을 모아서 포텐을 터뜨려보고 싶었고, '파이프라인'도 그런 취지였다. 계속해서 좋은 배우들을 발견하고,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배우들을 발견하는데 기여해 영화계에서 배우 풍요로움으로 이어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파이프라인'이 지금껏 해온 작품들과는 색깔이 다른 만큼 유하 감독은 어느 때보다 많이 웃은 현장이라며 힐링이 됐다고 흡족해했다.
"아무래도 감독이 영화를 찍게 되면 주인공들에게 감정 이입을 하게 되는데 폭력성이 두드러진 영화를 찍다 보면 상당히 우울해진다. 이번 영화는 배우들끼리 되게 케미도 좋았다. 찍으면서도 살아있는 걸 느꼈다. 작품 성패와 관계 없이 상당히 즐거운 연출 과정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힐링이 된 것 같다. 보통 촬영장에서는 무뚝뚝하게 말없이 영화에만 집중을 했었는데, '파이프라인'의 경우는 배우들이 워낙 친화력이 좋은 데다가 음문석 때문에 많이 웃었다. 우리 영화가 출구 막힌 청춘들의 버티기 위한 카니발인데 관객들도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려는 에너지를 느끼신다면 그걸로 만족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