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정한비 기자] 배우 임혁이 어머니와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지난 17일 방송된 KBS2 ‘TV는 사랑을 싣고’에서는 소중한 인연을 40여 년만에 만난 배우 임혁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사극 연기로 정평이 난 배우 임혁은 “옛날에 방송국 들어오기 전에 연극을 같이 하던 후배”라며 황순선 씨를 찾았다. 그는 “후배에게 대하드라마 ‘독립문’에 역할을 하나 줬는데 잘 소화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사라졌다”며 인연이 끊긴 사연을 전했다. 그는 “상대역이 그 당시 톱스타였던 정윤희 씨였다”며 “첫 촬영이 정윤희 씨에게 뺨을 맞는 장면이라 긴장했는지 NG를 많이 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안타까워했다. “37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는데 그 드라마를 끝으로 연락이 안 되시는 거냐”는 김원희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픈 상처를 집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다 흘러간 과거도 그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임혁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전쟁이 발발했다”며 “대지주의 장남이었던 아버지가 인민군에게 끌려가지 않기 위해 홀로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피난처에도 외도를 했다. 대전에 있던 나를 부산으로 데려가 3살에 친어머니와 생이별을 했다”며 “그렇게 임혁이라는 사람의 비극이 시작됐다. 새어머니가 문을 잠그고 나간 사이 홀로 남겨지곤 했다. 친어머니가 부산까지 와 나를 데려갔지만 아버지가 또다시 찾아왔다. 보내기 싫어 장독대에 숨기곤 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임혁은 “이런 아픔과 고통들이 나의 분위기를 조성해서 연기에 묻어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연기의 원천을 밝혔다.
한편 힘들게 찾아간 황순선 씨의 극단 동료 권순명 씨는 “제가 가장 좋아했던 선배”라고 반가워하면서도 “지금은 연락이 안 된다”며 “종로의 빌딩에서 황순선 씨를 봤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는 정보를 줬다. 서태훈이 찾아간 빌딩의 직원은 “황순선 씨를 제가 직접 채용했다”고 말해 희망을 줬다. 하지만 “이 빌딩에서 3년간 경비로 일하고 퇴사하셨다. 연락이 되는 분이 계신지 알아보고 연락 드리겠다”고 말했다. 임혁은 “연극을 안 하고 경비 일을 했구나”라며 삶의 무게가 어지간하니까…”라고 아쉬워했다.
이들은 마지막 장소인 대학로로 향했다. 임혁은 텅 빈 극장에서 계속 "순선아"를 외쳤고 나타나지 않는 후배에 “못 찾았구나”라고 아쉬워하던 그의 앞에 “혁이 형”이라는 목소리와 함께 황순선 씨가 나타났다. 황순선 씨는 임혁을 만나자마자 울음을 터뜨렸고 임혁은 그런 후배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만나게 돼서 고맙다"고 말했다. 황순선 씨는 "제가 고맙다.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황순선 씨는 당시 출연했던 드라마의 대사를 여전히 외우고 있었다. 그는 “그때 촬영 후 너무 죄송해서 술대접을 했다. 형님은 ‘그렇게 하는 게 다행이다. 그것도 경험’이라고 위로해줬다”고 회상했다. 그는 “빚도 다 청산했다. 앞으로 이제 연극을 해야죠”라며 “배운 게 연극 뿐이고. 연극을 할 수 밖에 없다. 또 그게 좋고”라고 앞으로의 꿈을 이야기했다. 자신 또한 늦깎이 가수로 데뷔해 새로운 꿈을 이룬 임혁은 황순선 씨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후배의 새로운 미래를 응원했다.
추억 속의 주인공 또는 평소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던 주인공을 찾아 만나게 하는 ‘TV는 사랑을 싣고’는 매주 수요일 밤 8시 30분에 KBS2에서 방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