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최현호의 연예카페] 故박철수 감독 유작으로 남을 뻔한 ‘태양을 쏴라’

입력 2015-03-24 07: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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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최현호 기자]한국 영화계의 거장 박철수 감독이 지난 2013년 2월 19일 타계했다.

생전 박철수 감독은 상업 영화에서 방향을 틀어 실험적인 작품을 제작하거나 직접 메가폰을 잡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런 와중 그의 타계는 영화계에 큰 충격을 줬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부문에 초청된 ‘녹색의자 2013-러브 컨셉츄얼리’는 그의 유작으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영화 '생생활활'의 박철수 감독. 1979년 ‘밤이면 내리는 비’로 데뷔해 ‘301·302’, ‘녹색의자’, 몬트리올영화제 최우수예술공헌상을 수상한 ‘학생부군신위’,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 ‘B.E.D’ 등의 작품을 연출했다. 사진=캔들미디어]
[영화 '생생활활'의 박철수 감독. 1979년 ‘밤이면 내리는 비’로 데뷔해 ‘301·302’, ‘녹색의자’, 몬트리올영화제 최우수예술공헌상을 수상한 ‘학생부군신위’,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 ‘B.E.D’ 등의 작품을 연출했다. 사진=캔들미디어]

그런데 최근 박철수 감독의 손길이 닿아 있는 영화가 개봉했다.

바로 박철수 감독과 깊은 인연이 있는 김태식 감독이 연출한 ‘태양을 쏴라’. 제10회 오사카 아시안 영화제 공식 초청을 받은 작품으로, 더 이상 갈 곳 없는 세 남녀의 지독한 운명을 담았다.

배우 강지환 윤진서 박정민 등이 열연한 ‘태양을 쏴라’는 서진 작가의 소설 ‘하트브레이크 호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이 소설은 미국과 일본, 한국의 도시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담은 단편소설집 속 한 작품이다. 영화 역시 미국 LA와 라스베이거스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영화 '태양을 쏴라' 강지환 윤진서 박정민. 사진=필름라인
영화 '태양을 쏴라' 강지환 윤진서 박정민. 사진=필름라인

미국 올 로케에도 이유는 있었다. 영화의 배경이 미국 때문인 것은 사실. 하지만 김태식 감독과 함께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에서 함께 연출을 맡은 바 있는 박철수 감독이 미국 로케 촬영을 바랬던 것도 중요한 이유다. 더군다나 박철수 감독이 김태식 감독에게 소설 ‘하트브레이크 호텔’을 주면서 영화화할 것을 제안한 당사자다. 이 때문인지 김태식 감독은 엔드 크레디트를 통해서 故 박철수 감독에게 이 영화를 바쳤다.

김태식 감독은 최근 헤럴드POP과 만나 故 박철수 감독이 ‘태양을 쏴라’에 영향을 미친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원래 박 감독님이 먼저 책을 주셨어요. ‘하트브레이크 호텔’의 단편소설 두 편을 가지고 하나씩 영화화해보자고 했죠. 박 감독님도 미국 로케이션으로 한 작품을 해볼 생각이셨어요. 그러다가 그런 변을 당하신거고요. 박 감독님과 제가 함께 연출한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은 옴니버스식이지만 이번 ‘태양을 쏴라’ 같은 경우는 한편씩 따로 개봉하자고 이야기하셨어요.”

박철수 감독이 살아있었다면 김태식 감독의 ‘태양을 쏴라’는 두 편의 미국 올 로케이션 영화로 탄생됐을 수도 있었다. 김태식 감독의 말에 따르면 박철수 감독은 계속해서 해외 로케이션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박 감독님의 ‘301 302’도 미국에서 리메이크하잖아요. 그동안 박 감독님이 해외 로케이션을 가지고 많은 꿈을 꾸셨어요. 영화를 한국 밖에서 만들고 싶어 하셨죠. 제가 일본에서 촬영된 ‘가족시네마’ 조감독이었는데 그때 연출자이신 박 감독님을 처음 만났어요. 일본 올 로케이션이었죠. 그때 이후로 감독님과 함께 했어요.”

영화 '태양을 쏴라' 김태식 감독. 사진=OSEN
영화 '태양을 쏴라' 김태식 감독. 사진=OSEN

김 감독은 ‘태양을 쏴라’ 속 아메리칸 드림이 시대적 언밸런스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영화의 처음 주제는 한 노인이 잊지 못하는 과거의 추억을 찾는 것을 이미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영화 자체도 올드패션의 느낌을 가져갔다.

“생략된 부분이 많아요. 알고 있는 스토리를 설명하는 게 상투적일 것 같았어요. 이 영화는 그런 게 없어도 드러나는 감성만을 따라가는 영화에요. 감성을 풀어보고자 했어요. 어쩌면 관객들이 불편하실 수도 있죠.”

김 감독 역시 박철수 감독처럼 실험적이고 차별성 있는 영화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이는 50대 후반인 김 감독에게 있어서 평생 가져가야 할 도전이다. 그는 故 박철수 감독이 그랬듯이 많은 연륜 있는 감독들의 영화가 계속해서 만들어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철수 감독님도 그렇고 얼마 전에 만난 정창화 감독님도 90세 가까이 되셨는데 정정하세요. 연출을 하시고 싶은 의지를 보이셨거든요. 이렇게 인재가 많은데 이분들 영화작업도 필요하다고 봐요. 롤모델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연륜있는 분들이 활동할 영화계의 구조가 없어졌어요. 젊은 세대가 모여서 좋은 점도 있지만 창작자의 연륜도 중요해요. 박철수 감독님 같은 경우도 그래요. 같은 신을 보더라도 생각이 다르시거든요. 그런 창작 환경이 없어 안타깝죠. 물론 감독님들도 뛰어서 부딪쳐야하는 노력도 필요하죠.”

김태식 감독은 끝으로 생전에 박철수 감독이 자주 하던 말을 전했다. 해외로 나가 마음껏 영화를 찍고 싶었던 박철수 감독의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한마디다.

“누구나 감독을 할 수 있다.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는데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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