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국민배우’ 안성기가 명성에 걸맞은 깊이 있는 연기로 돌아왔다. 바로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을 통해서다. 이 작품은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김훈 작가의 동명 단편소설을 영화화했다. 진중한 내용만큼 안성기가 집중하면서 쏟아내야 했던 감정적 노력도 남달랐다.
‘화장’은 죽어가는 아내(김호정 분)와 젊은 여자 추은주(김규리 분) 사이에 놓인 한 남자 오상무(안성기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극중 오상무는 아내를 보살피면서도 중책을 맡고 있는 회사의 업무와 추은주를 향한 시선을 버릴 수가 없다.
이와 관련해 안성기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사간동의 한 음식점에서 헤럴드POP과 만나 ‘화장’에서 펼친 연기와 배우로서 준비한 점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안성기는 “이 영화의 특색이 사랑이야기고 삼각구도인데 결국은 이루어지지 않고 상상 속에서 드러나고 생각되는 게 조금 특이하다. 일반적 사랑과 달라 독특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남다른 분위기를 가진 영화에서 감정이 깨질까봐 걱정했다. 또 늘 그 감정을 마음에 담고 있어야 해서 힘들었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보통 그러지 않는데 그동안 심각한 영화라도 심리가 많이 들어가는 게 적었어요. 다른 영화에서는 찍고 농담하다가 다시 촬영에 들어가면 됐는데 이건 그게 안됐죠. 부인도 죽어가고 자기도 심한 전립선비대증으로 고통 받아요. 회사에서 결정도 내려야해서 저도 그런 감정으로 있을 수 밖에 없었어요. 촬영장에서도 가만히 있는데 참 힘들더라고요. 오죽하면 코미디 영화를 찍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에요.(웃음)”
이 영화가 안성기 본인에게 그만큼 부담을 주고 힘들게 했다는 것은 영화에서도 그대로 표현이 됐을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억지로 오는 감정이 아닌 자연스럽게 내제된 것들이 나오는 감정이 좋았다는 것.
심지어 이러한 분위기는 베드신에서도 무겁게 다가온다. 오상무와 아내의 정사는 감정적 흥분보다 처절한 감정이 짙다.
“물론 침대 위에서 이뤄지지만 일반 베드신이라고 이야기하기 힘들어요. 처절함이 있고 흥분되는 감정이 전혀 안 생기잖아요. 이야기를 운반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같이 보이죠. 장치로서의 신이라서 그런 장면을 찍으면서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행위의 핵심은 마지막 죽어가기 전에 서로의 몸을 합하는 의식 같은 것이지 탐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차별성이 있고 더 아파보이고 영화의 주제에 더 접근하는 장면이 아닌가 싶어요.”
특히 화장실에서 오상무가 아내를 돌보는 장면은 노출 따위의 화제성과는 바꿀 수 없는 고통을 완성했다. 얼굴에서만 드러나는 아픔이 아닌 전신을 통해, 그리고 안성기가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내의 몸을 닦아주는 모습을 통해 ‘장면이 주는 힘’이 관객에게 전달됐다.
“그 장면이 들어가면서 영화에 힘이 생겼어요. 어마어마하게 힘이 가게 한 장면이죠. 물론 흉내만 내기도 쉽지 않았어요. 감정이 꽉차있는 상태에서 연기를 하다 보니 어려웠는데 그래도 자연스러웠죠. 보는 사람도 고통이 자연스럽게 이입될 것 같아요. 노출에 대한 것 없이 아픔을 그냥 보여주면서 고통의 핵심으로 들어갈 수 있어 좋은 롱테이크였던 거 같아요.”
이러한 작품을 과연 얼마나 많은 관객이 즐기면서 생각하고 감상할 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안성기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작품을 통해 영화를 선택하는 폭이 더 커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남겼다. 그는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끝으로 리암 니슨과 동갑인 안성기는 “영화를 하나 준비 중인데 리암 니슨 못지않은 액션이 많이 나온다”라는 말을 남기면서 계속되는 연기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내비쳤다. 과연 ‘국민배우’ 안성기의 연기는 어디까지 계속해서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사진=송재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