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배우 김인권이 다시 한번 서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로 관객과 만난다. 이쯤 되면 ‘국민’배우가 아닐까 싶다. 잘생기지도 훤칠하지도 않지만 그 누구보다 우리주변의 인물을 재치 있게 소화하는 배우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 그가 새롭게 열연한 인물은 홍보관을 방문한 어머니들을 맞아 웃음을 주면서 물건을 팔아야하는 영화 ‘약장수’의 주인공 일범이다.
‘약장수’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배급사 대명문화공장의 두 번째 작품으로, 딸의 치료비를 위해 ‘떴다방’에 취직한 신용불량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 신용불량자가 바로 일범이다. 말수도 없고 생활력도 없어 겨우 대리운전으로 버틴다.
그런 그가 친구가 제안한 ‘떴다방’에 들어가 점장 철중(박철민 분)에게서 어머니들에게 살갑게 대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그것도 홍보관의 본업인 물건을 팔고 수금하는 과정에서는 냉혹하게 대해야하는 법을 배우는 것으로 곧 바뀐다. 내 가족이 먹고 살기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남을 강압하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일범은 붙임성 없는 본래의 초라한 ‘일범’이었지만, 어느새 어머니들을 위해 노래와 춤도 마다하지 않는 ‘고추’로서 유쾌한 모습을 서서히 이끌어낸다. 이후 그는 물건을 팔아준 옥님(이주실 분)에게 다시 강제로 물건을 팔고 수금까지 할 처지에 놓인 ‘장 팀장’으로 변모해간다.
자연스럽게 상황에 따라 변하는 캐릭터에 맞게 절제된 연기를 선사한 김인권. 그는 이전 작품의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나 감초가 아닌 주인공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특히 김인권은 딸과 아내를 위해 돈을 벌어야하는 가장, 철중의 강압적인 방식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장 팀장, 옥님을 위해 노래하고 선물도 챙겨주는 ‘고추’ 등 다양한 자아를 한 몸 안에 표현하면서 진한 페이소스를 만들어내는 연기를 선사한다. 그야말로 이 사회에 존재할 법한 이 땅의 ‘국민’을 연기한 ‘국민’배우 김인권이다.
박철민은 만담 연기와 냉혹한 점장의 모습을 오간다. 이를 통해 김인권과 함께 극에 묘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또 이주실은 자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우리네 부모님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리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밖에 실제 홍보관에 출입한 경험이 있는 어머니들이 출연한 ‘떴다방’에서의 다양한 사연과 에피소드들은 어쩌면 한국인들만이 느낄 다양한 감정을 끄집어낸다.
효(孝)를 파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약장수’. 억지 눈물이나 감동이 아닌 철저한 현실을 비추면서 사회를 비판한다. 김인권, 박철민, 이주실의 열연이 더해진 ‘약장수’가 과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한 편과 함께 23일 개봉하는 가운데 관객들의 지지를 얼마나 얻을지 관심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