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예능

설자리 잃어가는 개그맨, 위기일까 or 기회일까 [POP분석]

입력 2015-05-12 13: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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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개그콘서트’ 라스트 헬스보이. 사진제공=KBS]
[KBS2 ‘개그콘서트’ 라스트 헬스보이. 사진제공=KBS]

[헤럴드POP=김은주 기자]“개그맨들이 한 두 명 있어야 프로그램이 삽니다.” 과거 예능 PD들이 입을 모아서 했던 말이다. 프로그램 메인 MC의 조력자 역할을 하면서 감초처럼 활약했던 개그맨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개그맨들이 프로그램 내에서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잘 나가는 유명 프로그램만 봐도 개그맨 출신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개편 시기가 되면 PD들이 혁신 카드로 개그맨들이 1순위로 교체된다. 개그맨들이 현업을 살려서 뛸 수 있는 무대는 현재 개그 프로그램이나 예능 버라이어티 정도다. 하지만 이마저도 바늘구멍만한 크기로 들어가기 어렵다. 지난 1999년부터 시작돼 스탠딩 개그 프로그램 인기를 몰고 온 ‘개그콘서트’. 이 프로그램은 코너가 평균 15~17개 안팎. 엑스트라 역할을 하는 보조 인원까지 합하면 150여 명이 넘는 인원만 TV에서 볼 수 있다. 매주 아이디어 회의와 자체 검증을 거쳐 몇 개의 코너만 시청자 앞에 선보이게 된다.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 SBS ‘웃찾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tvN ‘코미디빅리그’도 녹화한다고 해서 무조건 방송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관객 반응이 저조해 여러 주 방송 분량에서 누락되면 새로운 코너를 짜서 다시 올라가야 한다. 피 말리는 경쟁이 치열하다.

[SBS 웃찾사 ‘LTE-A 뉴스’. 사진제공=SBS]
[SBS 웃찾사 ‘LTE-A 뉴스’. 사진제공=SBS]

개그가 방송판을 쥐락펴락했던 2000년대 초반과 달리 인기가 급격하게 떨어지다 보니까 명맥을 유지하는 몇 개 프로그램만 남았다. MBC는 지난 2009년 ‘하땅사’라는 국내 최초 개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들고 나왔으나 반년만에 폐지 수순을 밟았다. ‘웃찾사’도 전성기를 달리다가 시청률이 하락하니 곧바로 폐지됐다. 지난 2013년 부활시켜 개그 명예를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주춤하는 ‘개그콘서트’를 따라잡기 위해 지난 3월부터 ‘개그콘서트’보다 30분 앞선 시간인 일요일 오후 8시 45분 편성해 추격에 나섰으나 평균 5%를 기록하는 등 변동 전 성적과 큰 차이가 없다. 결국 개그맨들은 생업을 위해 개그 무대를 포기하고 밖으로 나가고 있다. 행사 전문 진행자가 돼 최저 생활비라도 보장받아야 하는 ‘웃픈’ 현실을 이겨나가기 위해서다.

남은 개그맨들은 개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길을 모색 중이다. 위기 의식을 느끼고 뭉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오정태를 주축으로 김경진, 양헌, 박재석, 김완기 등 MBC 개그맨들이 힘을 합해 ‘개그공장’이라는 이름으로 뭉쳐 네이버 TV캐스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2011년 10월 막을 올린 '윤형빈 쇼']
[지난 2011년 10월 막을 올린 '윤형빈 쇼']

개그 페스티벌로 활로를 찾고 있다. 개그맨 김준호는 지난 2013년 제1회부터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이끌며 개그맨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호주, 캐나다, 스위스, 영국, 일본, 프랑스 등 각국 개그맨들을 초청해 개그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중 자신이 이끌던 코코엔터테인먼트 폐업 문제로 구설수에 올라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측은 그간의 노고를 인정해 김준호에게 다시 한 번 집행위원장 자리를 맡기기로 했다. 개그맨이 다시 페스티벌을 통해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을까. 개그맨 윤형빈은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개그맨들이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날것의 개그 무대에 답이 있다. 개그맨은 개그로 인기를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윤형빈은 자신의 개그 스타일을 이어가고 신입 개그맨들의 활로를 내주기 위해 소극장 공연을 택했다. 포화된 서울에서 벗어나 지난 2011년 10월 부산에 소극장을 열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개그의 유통기한은 아직 지나지 않았다. 주2일 공연으로 출발해 현재 주4일까지 번질 정도로 인기를 모았고 현재까지 10만 관객 이상이 다녀갔다. 부산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내달 서울 홍대에서 소극장 2호점을 낸다. 윤형빈은 “개그맨들이 뛰어놀 무대가 없다. 소극장 공연이 힘이 커지면 개그를 소재로 한 다양한 일들이 가능하다. 더 큰 힘을 모으기 위해 개그 무대를 떠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참담하다. 현재 서울 대학로 등 공연 지역에서 개그를 소재로 한 공연 티켓이 영화 한 장 값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팔려나가고 있다. 규모나 준비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지만 뮤지컬 티켓의 10분의 일 가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만큼 개그 무대에 대한 수요가 부족해 발생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개그맨들이 날개를 펼칠 수 있는 다양한 무대와 이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봐주는 대중의 따뜻한 시선이 필요한 때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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