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도경완은 입사 8년차 KBS 아나운서다. ‘연예가중계’ ‘아침마당’ ‘KBS 네트워크’ ‘영화가 좋다’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 ‘재취업 프로젝트-나 출근합니다 시즌2’ 등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해 온 베테랑이다. ‘아침마당-토요일 가족이 부른다’는 3년째 마이크를 잡았고, 전신인 ‘생생정보통’부터 5년간 ‘생생정보’ 안방지기로 활동 중이다. KBS 106.1MHz(서울·경기) 아나운서와 우리가 함께하는 라디오(아우라) DJ까지 맡고 있다.
수 년 째 KBS 지킴으로 활약 중인 도경완. 이름이 널리 알려진 건 다름 아닌 지난 2013년 6월 트로트 인기 가수 장윤정의 남편이 되면서부터다. 열애부터 결혼까지 떠들썩했다. 개인사는 화려했지만 아나운서 도경완을 알릴 기회는 많지 않았다. 도경완도 “특징이 있는 아나운서가 아니라서 이야기꺼리가 있을까요”라고 반문할 정도로 인터뷰이로 대중 앞에 선 적이 거의 없었다. 지나온 이야기들을 상세하게 들려줬다. 실제로 만나본 도경완 아나운서는 TV에서 농담을 유쾌하게 던지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였다. 눈빛부터 진지했다. “혹시 어디 아프신거냐”고 묻자 도경완 아나운서는 자주 듣는 말이라며 그제서야 웃음을 보였다. “대부분 ‘집에 안 좋은 일이 있냐’ 물어봐요. 사석에서는 말수가 적고 표정도 단조롭거든요. 많이 까불댈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결혼 전에는 청담동에서 정말 많이 놀았어요(웃음). 지금은 결혼 생활에 만족하면서 조용히 지냅니다.”
도경완은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굴곡을 겪었다. 고등학교 1학년 입학할 당시 반 배치고사를 잘 봤고 주변의 기대가 나날이 커갔다. 공부에 큰 뜻이 없었던 도경완은 다른 길을 걷고 싶어 자퇴했다. 당시 호주로 이민을 간 친구를 따라 혈혈단신 건너갔다. 호주에서 머물다가 여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만화방, 세탁물 배달, 공사 현장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후 스트라스 필드 하이스쿨에 입학해 다니다가 귀국해 검정고시를 통과했고 호주에서 고교 과정을 일부 마쳤다. 타지에서의 외로움을 못 이겨 귀국했고 재수해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파일럿 인생도 한 번 살아보고 싶었어요. 초반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죠. 문제는 럭비부에 들어가면서부터였어요. 덩치가 좋다는 이유로 뽑혔는데 하루 종일 운동만 시키더라고요. 럭비부만 관두면 괜찮을 것 같았는데 그렇게 안 돼서 결국 자퇴하게 됐어요.”
다시 수능을 치러 홍익대학교에 입학했다. 여느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학자금 대출을 고민하면서 한 해 두 해 보냈다. 그러다가 당시 김경란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KBS ‘사랑의 리퀘스트’를 보고 아나운서의 삶에 대해 동경심을 키워갔다. 지금껏 그랬듯 열정 하나 믿고 달려들었다.
“다들 몇 년씩 준비하는데 되겠냐고 반대를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사실 SBS는 외모를 본다고 해서 바로 포기했고요(웃음). KBS는 조우종 전현무 아나운서를 보고 ‘아 외모를 안 보는구나’ 싶어서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웃음). MBC는 필기에서 낙방했죠. KBS는 2008년 단 한 명을 1명 뽑는데 350여 명이 몰렸어요. 운 좋게 6차 면접까지 갔죠. 첫 응시자가 사장 면접까지 보니 소문이 무성했어요. ‘연세대에 다니는 원빈 닮은 남자다’ ‘아버지와 집안이 대단하다’ 하고 말이죠. 그러다가 합격자 명단에 뜬 제 사진을 보고 다들 실망을 했어요(웃음).” 그동안 여러 번 중도 하차했던 인생과 비교하면 도경완은 8년간 아나운서의 길만 걸어왔다. 그에게 천직이 아닐 수 없다. “매일 재밌어요. 어제 한 말이랑 다르잖아요. 지루할 틈이 없는 일상이죠. 무엇보다 노력한 만큼 반응이 오는 것 같아요. 실수하면 질책이 쏟아지고 성공하면 칭찬이 들려오죠. 희소성 있는 직업인 것 같아서 매력적이고요. 저에게는 과분한 직업이죠.”
도경완은 자신의 장점에 대해 냉정한 평가와 친근한 매력을 꼽았다.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제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전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못하는 일을 명확히 알거든요. 실현 가능한 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죠. 제 영역이 아니라면 욕심을 내지 않습니다. 잘생긴 아나운서들에게 접근하기 쉽지 않은데 절 보면 그렇게 편하신가봐요. 몸을 만지는 주부 팬들이 많아요(웃음).”
그런 점에서 내달 말 첫 방송을 앞둔 트로트 오디션 ‘후계자’ 공동 진행자 자리는 도경완 아나운서에게 도전이다. 여자 공동 진행자가 아내 장윤정이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트로트를 잘하는 사람 중 최고를 뽑는 오디션이라는 점에서 트로트 인기 가수 장윤정 캐스팅은 적격이다. 진행과 조언 두루 가능한 실력자다.
“‘후계자’ 프로그램의 취지를 놓고 볼 때 장윤정이 주인공이죠. 전 그 주인공을 돕는 역할로 선정됐다고 봅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지만 장윤정이 한참 방송 선배죠. 특히 제가 쇼 프로그램 진행을 안 해봐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출연하게 됐습니다.” 도경완 아나운서에게는 ‘장윤정의 남편’ 수식어에 다시 가려진다는 점에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장윤정의 남편’이라는 수식어가 솔직히 부담이 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그걸 서운하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어요. 현실을 정확히 봐라봐야죠. 이 프로그램의 강점은 진정성이에요. 얼마 전 신청자 사연을 촬영했거든요. 다들 정말 간절하더라고요. 그런 진심이 저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아요.”
프리랜서를 선언하며 제 갈길을 찾아가는 아나운서의 모습을 보며 도경완도 위기임을 직감하고 있다고 했다. “아나운서는 현재 도전과 위기 사이에 놓여 있다고 생각해요. 가수는 방송을 하다가 안 되면 노래를 부르면 되고, 연기자는 방송을 하다가 안 되면 연기를 하면 돼요. 아나운서는 진행을 못하면 바로 퇴출입니다. 매체도 다양해지면서 아나운서만의 강점과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낙담하기에는 이르다. 도경완 아나운서는 바람잘날 없는 방송계에서 하나의 지표로 삼아 달려가는 롤 모델 선배가 있어서 든든하다고 했다.
“김동건·이금희 아나운서 안에 제가 갈 길이 있는 것 같아요. 요행과 유행을 쫓다 보면 한순간 무너질 수 있거든요. 두 아나운서처럼 자신의 이름을 걸고 대중의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 뿌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감하는 능력이 탁월한 두 분처럼 달려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은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