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홍동희 기자]영화 '연평해전'이 '메르스 사태' 여파로 예정일 보다 2주 늦게 문을 연 탓인지 '소수의견'과 묘하게 개봉일이 겹치면서, 개봉 전부터 '이념논쟁'으로까지 비춰진 두 영화의 흥행 대결은 '연평해전'의 압승(?)으로 끝났다.
지난 24일 나란히 영화관에 간판을 내건 '연평해전'과 '소수의견'은 시작부터 '대결'의 구도는 깨졌다. 개봉 전부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쥬라기월드'까지 밀어내며 예매율 1위를 질주한 '연평해전'은 스크린수 1000개 이상을 확보하며 주말 동안 누적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반면, '소수의견'은 300개 남짓한 스크린(그나마도 일부 영화관에서는 교차상영)에서 주말 관객수 13만9215명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29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통합전산망을 살펴보면 그 차이를 극명히 알 수 있다. ‘연평해전’은 26일부터 28일까지 주말 3일 동안 1013개 스크린에서 관객수 110만5396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누적관객은 143만8311명을 기록했다.
‘소수의견’은 같은 기간 398개 스크린에서 13만9215명을 동원하며 4위에 올랐다. 누적관객수는 21만5468명이다.
‘연평해전’과 ‘소수의견’ 모두 국가와 조국, 국민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지만, 그 시각의 차이는 컸다. 이 때문에 개봉 전부터 네티즌들은 두 영화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대립각을 세우며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그 결과 네이버와 다음 등에선 평점 전쟁(?)이 벌어지고, 각종 게시판에서는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자와 평론가 등 전문가들의 영화적인 평가는 ‘소수의견’ 쪽에 무게가 실린 건 사실이다. 전투를 중심으로 한 액션물인 ‘연평해전’ 보다는 법정 공방을 심도 있게 다룬 ‘소수의견’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력에 더 높은 평점을 매겼다. ‘소수의견’은 최근 수년간 등장한 법정 공방을 소재로 다룬 영화들 가운데서 ‘으뜸’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정치’나 ‘이념’이라는 색깔 필터를 끼고 나면, 두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명히 갈리고 말았다. 한쪽은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쳐 뜬금없는 ‘애국’을 강조하고, 한쪽은 반대편으로 치우쳐 국가와 권력에만 반기를 든 ‘붉은색’영화로 폄하되고 있다.
이미 알려졌다 시피, 두 영화 모두 제작과 개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연평해전‘은 제작기간만 7년, 중간에 배우와 투자자가 변경되면서 시나리오까지 수정되어야 했다. 대국민 크라우드 펀딩과 후원금으로 겨우 모자란 제작비를 보태 영화를 마무리 했다. ’소수의견‘ 역시 지난 2013년 이미 촬영을 마쳤지만 투자·배급을 맡았던 CJ E&M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개봉을 늦추면서 제대로 빛도 보지 못할 처지에 놓이면서 2년 여간을 표류했다. 다행히 시네마 서비스가 뒤늦게 배급을 맡으면서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영화를 영화로만 보자라는 ‘순진한’ 주장은 이 시대에 더 이상 바보같은 소리다. 영화는 개봉 시기와 투자자나 제작자, 심지어 출연 배우와 감독이 누구냐에 따라 정치적 색깔이 덧입혀질 수도 있다.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현재까지 영화적인 흥행 결과로 보면 많은 관객은 ‘연평해전’을 선택했다. 하지만 ‘바보같은’ 소리지겠만 ‘소수의견’은 그야말로 영화를 영화로만 볼 수 있다면 한번쯤 그렇게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수의 의견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