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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호, “‘인디계 성시경’도 ‘핵돌풍 혁오’도 아니지만…” [POP인터뷰]

입력 2015-07-24 16: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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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김은주 기자] 무더운 여름도 무색하게 만드는 청량한 설렘. 눅눅한 공기에 섞여 잡히지 않는 감정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느낌들이다. 서른을 갓 넘긴 싱어송라이터 유근호도 사랑의 변주들을 트랙마다 녹여냈다. EP ‘무지재가 뜨기 전에’에 수록된 다섯 트랙을 통로 삼아 몸을 맡기면 롤러코스터를 타듯 달콤한 설렘부터 농익은 아찔함까지 사랑의 오감을 자극하는 노래들을 만날 수 있다.

[유근호. 사진제공=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유근호. 사진제공=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수능을 6개월 앞두고 불현듯이 온몸을 감싸는 멜로디들. 이것들을 꺼내서 연주하지 않으면 평생 인생의 패배자가 된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대학을 포기하고 가려고 했던 가수의 길. 전교 상위권이었던 그에게 다소 무모했던 선택이기에 잠시 꿈을 접었다. 그렇지만 전혀 지워지지 않는 이 느낌들. 망상일까 운명일까. 그렇게 시험 삼아 나간 제22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덜컥 입상하면서 그는 가수를 천직으로 여겼다. 남들이 보기에 거창한 목표는 없지만 흔들림 없는 마음 하나 의지하고 한 길을 가기로 했다. 지난 17일 내놓은 EP ‘무지개가 뜨기 전에’는 유근호의 현재가 가장 진하게 담겨 있다. 사랑의 설렘을 투박한 목소리로 흘려놓은 첫 번째 트랙 ‘무지개가 뜨기 전에’부터 메마른 일상에서 사랑을 갈구하는 ‘사막탈출’을 지나 서로의 마음이 뒤엉킨 ‘렛 미 인(Let me in)’ 그리고 사랑의 감정을 확신하는 마지막 트랙 ‘둘이서’까지. 감정의 변화를 따라 짙어지는 멜로디와 음색들. 그 멜로디를 유영하듯 옮겨다니는 가사들. 후텁지근한 여름날 시원한 아이스티같은 청량함을 주는 노래들이다. 달달하면서도 쌉쌀한 사랑의 여러 감정들. 날것이 주는 신선함이 이 앨범에 있다. 이에 대해 유근호는 “며칠 전 이별을 했다”며 실제 경험을 토대로 쓴 가사들이었음을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감정을 따라가다 보니 두 달 만에 앨범을 완성시켰다.

“색깔을 정해놓고 작업한 것은 아니었어요. 정규 1집 앨범이 이별이나 독백에 무게가 있었다면 이번 앨범은 사랑에 대한 설렘과 익숙한 감정에 대해 다뤄봤죠. 이번 앨범이 밝고 통통 튀게 나온 것도 연애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타이틀 곡 ‘얄미운 나비인가봐’는 유근호의 시선이 돋보이는 노래다. 현철의 히트곡 ‘사랑은 나비인가봐’의 유명한 멜로디 한 구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제목이다. 모티브를 따왔거나 트로트의 느낌을 담은 노래인가 하고 들으면 착오다. 전혀 다른 팝 스타일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유근호. 사진제공=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유근호. 사진제공=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정규 1집 앨범과는 다른 분위기를 내고 싶었어요. 밝은 느낌의 가사가 저에게 어울리지 않지만 손에 잡힐 것 같은 확실한 메시지와 리듬을 주고 싶었거든요. 대중성과의 접점도 중요했고요.” 1~3번 트랙까지 들어보면 유근호의 전작인 정규 1집 앨범과는 사뭇 다르다. 전작에서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 거친 음색을 군데군데 심어놨다면 이번 앨범은 유난히 밝고 통통 튄다. 요즘 기타를 들고 노래하는 달달한 싱어송라이터처럼 변신을 꾀했다.

그렇다고 기존의 스타일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4~5번 트랙은 유근호의 날렵한 팝록 스타일이 무엇인지 들려준다. 몽글몽글하게 반죽한 멜로디에 날렵한 목소리를 젓가락 삼아 콕콕 쑤시는 느낌이다. 부드러운 멜로디 뒤편에 녹아든 유근호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큰 맥락에서 전작과 비교하면 변화를 택한 그다.

[유근호. 사진제공=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유근호. 사진제공=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1집을 좋아하는 분들은 이번 앨범을 들으면 실망하실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에게 아주 없는 면을 억지로 가공해 만들어낸 것은 아니에요. 사람에게는 이런 저런 면이 있듯이 또 다른 제 모습을 그린 거죠. ‘유근호가 음악을 배신했다’ 이런 평가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같은 음악만 계속 하는 것도 아니고요. 싱어송라이터이지만 나중에는 빅밴드를 하고 싶기도 해요. 다양한 도전을 해볼 생각입니다.” 유근호는 고려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한 인재로 발라더 성시경과는 동문이다. ‘가요계 브레인’이자 대표 보컬리스트 성시경을 향한 대중의 기대감이 크듯 유근호의 성장도 그러한 맥락에서 바라봐야 할까. 단기간에 급성장한 밴드 혁오의 보컬리스트 오혁처럼 기발함을 기대해야 할까.

“성시경 씨와 저는 가는 길이 완전히 다른 가수라고 생각해요. 제2의 성시경으로 불릴 수 있다면 영광이지만 그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저만의 인생을 노래로 들려드리고 싶어요. 혁오 밴드는 혁신적인 데다 시기도 잘 만났죠. 요즘에 흑인 음악의 색깔이 들어가 있는 게 흐름이잖아요. 혁오 밴드가 그 부분을 긁어줬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갖고 있지 않은 소울풀한 느낌도 있죠.”

O.S.T 앨범과 여러 장의 싱글들. 그리고 정규 1집과 EP 1장. 이 몇 장의 앨범만으로 유근호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가 보여줄 음악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유근호는 “‘가왕 조용필 선배처럼 뛰어난 보컬리스트로 성장해야해’라는 강박관념을 갖지 않으려 한다. 그러한 사람은 따로 있고 나는 내 길을 가야 한다. 내 인생을 노래에 담아 차근히 풀어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달라”는 말에서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그의 음악처럼 똑 부러지는 말투였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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