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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영리한 배우…데뷔 20년이 남긴 것 [POP인터뷰]

입력 2015-09-03 12:3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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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김은주 기자]김정은은 영리한 배우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면서도 모든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정공법을 택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철새 배우’를 솎아내는 대중의 날카로운 눈도 눈이지만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연기를 해야 울림을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민한 머리와 오랜 내공에서 쌓아온 노하우로 매 작품마다 인생의 한 부분을 꺼내 보여주는 배우다. 무엇보다 지난 20년간 ‘배우’라는 이름으로 살아오면서 겪은 부침의 시기를 물 흐르듯 흘려보냈다.

[배우 김정은]
[배우 김정은]

그런 점에서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MBC 40부작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16~20부작에 익숙하게 훈련되어온 몸과 노하우를 2배 이상 끌어내 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캐릭터도 상당히 무거웠다. 김정은표 로코물로 통했던 ‘파리의 연인’이나 ‘연인’의 발랄하고 상큼한 로맨스도 아니고 ‘울랄라부부’ 속 평범한 아줌마의 일상도 아니었다. 아들을 잃고 가슴 한 구석에 죄책감과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피맺힌 한이 서린 엄마였다. 주변 배우들도 “저러다가 쓰러지는 거 아니야”라고 걱정했을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냈다.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된 오열이었다. 눈물이 마를 새가 없었다. 시청자는 “김정은을 위한 김정은을 위한 드라마”라는 칭찬을 쏟아냈을 정도로 ‘원맨쇼’에 가까웠다. 이에 김정은은 “혼자서는 절대 못해냈을 일”이라며 배우와 스태프의 공도 잊지 않았다. 물론 여느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초반 뼈대에만 집중한 용두사미 드라마”라는 혹평에 대해서는 “내 잘못도 어느 정도 있다”라며 톱 배우가 직접 사과하는 겸허한 모습도 보여줬다.

“연장을 하자고 하면 절대 못했을 것”이라며 혼신을 힘을 다한 김정은. 산처럼 버티고 있는 가족이나 연인이 없었다면 이겨내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지난 1996년 MBC 2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정은은 “살아남고 버틴 것”이 장수 비결이라고 꼽으며 매순간 최선을 다해왔다고 회상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포상 휴가를 가본다며 베트남 여행을 기대하기도 했다. 매 질문마다 진지하면서도 겸손하게 지난 20년의 세월을 들려준 ‘상큼녀’ 김정은에게 푹 빠진 60분이었다.

-이번 드라마를 달려온 소감이 어떤가

이 드라마를 위해 6개월간 금주했다. 40회는 정말 길더라. 20회 드라마 분량을 한꺼번에 하려니까 힘들더라. 체력적 한계를 느낄 때 반쯤 와 있더라. 정말 마라톤한 느낌이다. 우습게 보고 시작을 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40부작이라 힘들었을텐데 그동안 했던 연기와는 달랐다

[배우 김정은]
[배우 김정은]

세트장 촬영이 거의 없고 주로 야외에서 찍었다. 정신이 괴로운 촬영이었다. 오랜 경험에서 쌓은 것은 힘들면 힘들수록 웃음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련함이 없었다면 통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힘든 것을 이겨내기 위해 실없이 많이 웃은 것 같다. 슬프지만 즐겁게 하려고 노력했다. 어렸을 때에는 ‘스태프에게 감사해요’ 말을 할 때에도 감흥이 없었는데 이번 드라마를 찍으면서 많은 것을 감싸안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액션 연기는 따로 훈련을 받았나

내가 액션 연기를 이렇게 잘할지 몰랐다(웃음). 송창의 씨도 ‘누나는 액션이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다’ 하더라. 액션 연기는 하지원 씨만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액션 마스터를 다니면서 배웠다. 서른이 넘으면 다리 찢기가 힘들다고 하던데 열심히 하면 되나 보다(웃음). 제대로 한 방 매길 때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는데 신선했던 것 같다. 작은 것을 발견하면서 큰 기쁨을 느꼈다.

- ‘앵그리맘’ 김희선의 모성애 연기와 비교하자면

이제 와서 정신줄을 놓고 연기한다는 게 공포감이 있었다. 신인도 아닌데 내 연기가 이상하면 어쩌냐. 감독님이 ‘걱정마라. 네 뒤에 우리나라 엄마들이 있다’ 하더라. 교무실 앞에서 촬영하기 전 ‘나는 자식을 먼저 보낸 엄마다’ 몇 백번 되뇌었다. 엄마가 아니니 어렵고 조심스럽더라. 무슨 대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더라. 이번 작품 하면서 전신에 멍이 들 정도로 연기했다. 우리 드라마는 장면이 몰아치니까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했다. 감정의 계산을 할 수 없었다. 연기 인생 20년 만에 다 벗은 채 오디션 장소에 올라간 기분이었다.

-연기한 지 20주년이 됐는데

[배우 김정은]
[배우 김정은]

엄마가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나이에 아이 엄마 역할을 하기 싫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미혼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면 했겠다. 엄마는 스토리텔링이 한없이 생길 것 같다. 20년을 하다보니까 가진 것을 다 버리고 솔직한 게 최고더라. 정말 모르겠으면 빨리 인정하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게 낫다. 내 연기는 뻔하다. 한계가 있다. 이미 다 썼다. 오히려 버리는 게 훨씬 더 중요한 것 같다. 이번 연기도 나 혼자 한 것이 아니다. -김정은이 끌고 온 드라마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혹시 보시는 분들이 불편했다면 사과드린다. 여러 가지 반성과 고민을 하게 된다. 용두사미가 될 수밖에 없는 게 나일 수도 있고 제작 환경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안 할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었나.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를 좋아해주셔서 감사드린다.

-20년간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은

살아남고 버틴 것이다. 이 일 오래 할 수 있었던 것은 버텼던 힘이다.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다. 다들 팔짱끼고 제 연기가 어떤지 지켜본다. 그 공포가 굉장히 심하다. 거짓말 안 하고 솔직하게 다가가는 게 좋은 것 같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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