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147분간 폭발하는 갱스터랩 [POP리뷰]

입력 2015-09-09 12: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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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최현호 기자]N.W.A(Niggaz With Attitude)라는 힙합그룹이 있었다. 1980년대 후반, 미국 서부인 캘리포니아 컴턴 출신의 다섯 흑인 청년들이 결성한 이 그룹은 아직 초창기였던 랩 음악을 들고 나와 대히트를 쳤다. 이지-E, 닥터 드레, 아이스 큐브, MC 렌, DJ 옐라 등 다섯 명으로 구성된 N.W.A는 FBI의 경고까지 받은 무시무시한 그룹이었다. 하지만 이들도 갈라지는 시기를 갖게 됐다. 닥터 드레는 N.W.A에서 탈퇴한 뒤 '지 펑크(G-Funk)'라는 랩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 대박을 쳤고, 아이스 큐브는 그보다 앞서 그룹에서 나와 솔로 앨범을 발매해 히트곡을 내놓는 등 힙합 씬의 거물이 됐다. 이지-E는 에이즈에 걸려 향년 31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닥터 드레는 이후 에미넴, 50센트, 더 게임, 켄드릭 라마 등을 배출한 애프터매스라는 레이블을 만들었다.

사진=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포스터
사진=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포스터

오는 1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이런 N.W.A의 탄생과 해체를 시간 순서대로 따라간다. 관객은 N.W.A의 곡 탄생 과정과 흘러나오는 해당 음악을 통해 힙합에 몸을 맡길 수 있다. 물론 N.W.A 이외에도 스눕 독과 투팍 등이 각각 닥터 드레와 맺는 인연, 개성 있는 래핑으로 잘 알려진 그룹 본 석스-앤-하모니와 이지-E의 인연도 인상 깊게 다가온다. 특히 닥터 드레가 투팍에게 명곡 '캘리포니아 러브'를 들려주고 투팍이 호응하는 부분은 힙합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할 만한 장면이다. 또 아이스 큐브와 이지-E가 재결합을 논하면서 갈등이 풀어지는 장면에서 이스트 코스트 대표 힙합그룹 우탱클랜이 1993년 발표한 데뷔 앨범의 명곡 '크림(C.R.E.A.M)'이 흘러나오는 순간도 인상적이다.

영화는 닥터 드레의 디제잉과 아이스큐브의 랩 작사, 이지-E의 첫 랩 녹음, 탈퇴한 아이스 큐브와 N.W.A의 디스전, 힙합퍼들이 펼치는 광란의 파티, 갱스터 못지않은 거친 행동 등 당시 웨스트 코스트 힙합의 여러 모습을 담았다. 이는 마치 N.W.A 멤버들의 삶으로 채운 컴필레이션 음반을 스크린 위에 올려놓고 재생시킨 느낌이다. 출연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명반 속 주옥같은 명곡을 다시 듣는 쾌감을 선사하는 것.

이처럼 영화는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 힙합 씬 중심에 있던 N.W.A와 멤버들의 이야기를 집중 조명했다. 물론 영화는 힙합으로 저항의 모습을 드러낸 N.W.A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하지만 이들이 쾌락에 빠지고 폭력적인 모습을 버리지 못하며, 백인 매니저 제리 헬러(폴 지아마티 분)에 대한 불신은 물론 수익 분배로 우정에 금이 가게 되는 모습도 함께 포착한다. 영화 중반부는 인물들의 틀어져버린 관계로 만들어지는 드라마에 집중해 다소 평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만큼 가볍지 않은 이들의 삶을 충실히 그려냈다.

사진=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스틸
사진=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스틸

무엇보다 영화 속 N.W.A의 여러 모습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은 흑인에 대한 백인의 인종차별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대항하는 부분이다. 경찰들이 공권력을 이용해 흑인들을 강압적으로 대하는 상황은 주인공들을 분노케 하는 원인이 된다. N.W.A 역시 이러한 경찰들의 강압적 행위를 길에서 겪게 되고, 아이스 큐브는 경찰을 향해 일갈하는 가사를 붙인 'F**** Tha Police'라는 곡을 발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이 곡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N.W.A의 저항 정신을 가장 고스란히 드러나게 만들었다.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닥터 드레와 아이스 큐브가 제작에도 참여한 만큼 단순히 이들 중심의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망 20주기인 이지-E를 추모하는 작품인 만큼 N.W.A의 중심에 있던 이지-E가 겪는 일련의 사건들도 놓치지 않으면서 이들의 갈등 관계를 극대화 했다.

이 작품은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랩이 거대한 비즈니스로 바뀌고, 그들에 붙어서 한몫을 챙기려는 사람들도 등장해 얽히고설키는 모습을 함께 포착했다. 단순히 N.W.A의 전설적인 면모만을 따라가지 않은 것. 물론 영화 이면에 있는 실제 이들의 삶을 모두 정확하게 포착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저항과 성공, 향락과 분열 등 N.W.A.를 통해 되새길만한 핵심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 관객들은 이런 스토리를 랩 음악의 라임과 플로우를 따라가면서 힙합 그 자체 빠져있는 듯한 느낌으로 N.W.A 그 자체의 기운을 전달받게 된다. 결국 이 작품을 보는 이유는 그 어떤 것보다 랩, 힙합 그 자체에 푹 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사진=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스틸
사진=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스틸

힙합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관객이라면 N.W.A의 음악과 함께 그들의 삶에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으며, 관심이 없더라도 랩스타들의 이면과 실제 비즈니스 부분에서 흥미를 느낄 만하다. 당시 문제적 그룹이었던 만큼 이들의 음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이러한 부분을 전체의 일부로만 다루면서 그저 힙합에 빠지고 그 분야를 확장시켜나간 N.W.A의 삶에 집중했다. 따라서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힙합에 몸을 맡길 관객이라면 이들의 진지한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도 147분간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열정적인 음악 전기 영화다.

한편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실제 아이스 큐브의 아들인 오셔 잭슨 주니어(아이스 큐브 역), 코리 호킨스(닥터 드레 역), 제이슨 밋첼(이지-E 역), 닐 브라운 주니어(DJ 옐라 역), 알디스 호지(MC 렌 역), 폴 지아마티 등이 출연한다. 오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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