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그'가 하면 '왕'도 송강호가 된다 [‘사도’ 인터뷰]

입력 2015-09-19 1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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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최현호 기자]배우 송강호가 첫 왕 역할에 도전해 자신만의 연기로 열연을 펼쳤다. 특히 콤플렉스에 휩싸인 영조로 분해 사도(유아인 분)와 그야말로 불꽃 튀는 ‘케미’를 발산했다. 앞서 영화가 공개되기 전에도 송강호의 왕 역할은 처음이라 과연 어떻게 연기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결론적으로 그는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왕을 수개월 전부터 연습하고 연구한 끝에 완성해냈다.

사실 그가 사극에 첫 도전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작품인 ‘관상’이다. 현대극에서 사극으로 넘어올 때도 분명 우려와 기대감을 동시에 이끌었다. 다른 배우도 아닌 송강호이니 말이다. 그는 훌륭히 조선시대 관상가를 연기했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에서 영조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 사진=송재원 기자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에서 영조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 사진=송재원 기자

이번엔 이준익 감독의 ‘사도’다. ‘사도’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송강호 분)와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사도 세자(유아인 분)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담았다. 그는 출연을 결심한 것에서부터 작품세계까지 이준익 감독에 대한 큰 신뢰를 보냈다.

“개인적으로 이준익 감독의 따뜻한 시선, 작품에 항상 녹아있는 게 좋았어요. 어찌하다보니 한 번도 안 만났더라고요. 신기하다 했는데 시나리오가 들어온 것도 없었죠. 처음에는 저도 선입견 때문에 ‘사도는 드라마로 많이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꾸미지 않고 역사를 정공법으로 이렇게 자신 있게 펼칠 줄 몰랐어요. 굉장히 좋았던 느낌이라서 출연한다고 했죠.”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에서 영조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 사진=송재원 기자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에서 영조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 사진=송재원 기자

사도는 최대한 ‘팩트’에 입각해 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TV와 스크린을 통해 수많은 왕이 등장했고, 사극이라고 하면 극중 인물들의 말과 행동에 어떤 고정된 관념이 잡히게 됐다. 송강호는 실제 사료에 있는 사실이라며 자신이 연기했던 왕에 대해 설명했다. “‘사도’는 90% 이상이 팩트에요. ‘왕이 수십 년 동안 저럴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특정한 ‘왕의 얼굴’ ‘어투’에 세뇌됐다 싶었죠. 사료를 보면 영조가 ‘너 1년에 얼마정도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드니’라는 식의 대화도 있었고요. 신하가 ‘그런 뜻이 아니다’라고 말리는 모습도 있죠. 왕은 근엄과 지존, 어떤 보이지 않는 환상이 있는 거 같아요. 사석에서는 편하게 이야기했고 역정도 냈을 테고, 욕설도 있을 거고요. 일반인처럼 왕도 그런 행동들을 했겠죠. 결국 모르니까 확인할 수 없을 거죠. 이럴 거라고 가정하고 드라마에서 만들어왔던 거예요.”

‘사도’는 지향점이 최대한 사실에 근거해서 표현하고자 해서 어투나 어법이 기존과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이것은 일부러 만든 것도 아니라는 게 송강호의 설명. 그는 애드리브도 절대 없이 시나리오 그대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자신만의 왕 역할을 맡은 송강호는 배우로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틀’을 깨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저뿐 아니라 배우들의 공통적인 의식이라고 생각하는데 ‘틀’이라는 게 있어요. 사고의 틀이 있는데 그 틀을 깨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있죠. 예로 ‘관상’에서는 ‘어 송강호가 사극은 처음 아니냐. 어울리겠냐’고 했죠. 이번에는 ‘왕하고는 안 어울리지 않냐’고 했어요. 사실 누가 왕하고 전화통화라도 해봤나 싶죠.(웃음) 늘 스스로가 틀을 깨려고 노력하고 도전하는 게 배우의 기본적인 덕목이에요. 그리고 물론 제가 보여준 여러 작품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의 이미지가 있겠죠. 20년을 연기하다보니 왜 그런 이미지 없겠어요. 그러다 보니 어울리겠냐고 하는데 스스로 이렇게 다른 모습 보여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에서 영조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 사진=송재원 기자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에서 영조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 사진=송재원 기자

변화를 마주하고 여전히 틀을 깨고 있는 한국대표 배우 송강호. 그는 이런 노력을 기울여 열연해 호평을 받고 있음에도 완벽한 만족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어떤 배우도 어떤 작품을 해도 100% 만족은 못해요. 특히 배우에게는 자기 연기가 제일 부족하게 보여요.(웃음)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죠. 그럼에도 이번 작품은 이준익 감독님의 내공이 다시 느껴져요. 약간 이준익 감독님 작품들과 다른 문법 같아요. 따뜻한 감성도 살고 장르적인 힘도 많이 느껴지죠. 다양한 영화를 접하는데 역동적이고 활극의 재미를 주는 영화도 있고, 이런 ‘사도’의 장르적인 재미가 근래에 보기 힘든 것 같아요. 역사를 비꼬고 덧칠하는 주관적인 해석이 아닌, 객관적인 힘 같은 게 느껴졌어요.”

그는 연기에 있어서 감정의 극한까지 이르는 하이라이트 신도 소화했다. 심지어 사도가 죽은 뒤주를 붙들고 혼잣말로 대화하는 장면은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로 관객을 인도한다. 송강호 역시 그 장면에서 감정에 이끌릴 대로 이끌려 심지어 대사가 안 들릴 정도로 그 순간의 분위기를 살렸다.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에서 영조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 사진=송재원 기자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에서 영조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 사진=송재원 기자

“일부러 대사를 뭉개지게 한 것은 아니에요. 사실 그 장면에서 대사가 그대로 전달되는 게 오히려 이상할 거예요. 영조가 누구보고 들으라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논리적으로 안 맞는 거죠. 그래서 일부로 뭉개지게 한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안 들리는 게 더 좋았어요. 제 영화 중에 ‘복수는 나의 것’ 마지막 장면에서 죽어가는 모습에서 안 들리게 하는 것은 의도적이었고요. 하지만 ‘사도’에서는 그것과 다르지만 어찌됐건 의도한 것은 아니고 감정에 몰입했어요. 그 대사의 내용은 ‘아이고 이놈아. 너는 어찌하여 늙은 애비가 이 지경까지 이르도록 하느냐’라는 거였죠.”

당시 영조의 감정에 대해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며, 역사공부는 물론 당시 정치, 사회 문화 사료를 꼼꼼히 공부했다는 송강호. 그는 “‘사도세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해서 알고 있지만 이처럼 묵직하고 원초적인 힘으로 느낌을 전달하는 영화는 드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어떤 영화보다 새롭게 탄생했다는 송강호의 말처럼 그가 연기한 영조 역시 새롭게 다가온다. 송강호와 유아인이 불곷 튀는 열연을 펼친 ‘사도’는 현재 전국 영화관에서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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