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 두 번째 마디 - 속초 그리고 내사랑 내 곁에
지난 1회 칼럼에서 다뤘던 김치찌개 집에서 대표님과 꿈 이야기 이후 한 달이 지난 7월 24일 금요일이었다.
저녁 6시 50분쯤 퇴근을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고 잠시 후 문이 열렸다. 대표님께서 타고 계셨다.
김태욱 대표: “퇴근하냐?” 이종현(필자): “아.. 네 대표님.. 이제 퇴근하십니까?” 김태욱 대표: “어.. 그래.. 아 참 종현아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되냐?” 이종현: “오늘요?.. 특별히 약속은 없습니다” 김태욱 대표: “그래? 그럼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이종현: “아.. 네~ 알겠습니다” 김태욱 대표: “근데 오늘 조금 멀리 갈껀데 괜찮냐?”
필자는 그 순간 “멀리 가봐야 회사에서 몇 블록 정도 더 가겠지”라는 생각에 괜찮다고 말씀 드리고 대표님 차에 올랐다. 다음날이 토요일이라 가벼운 마음이기도 했다. 그렇게 대표님과 함께 저녁 7시쯤 회사를 나섰다.
앗.. 근데.. 어찌 강남권을 벗어나는 듯 싶더니 올림픽 대로를 타고 강동쪽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이거 ‘좀 멀리’가 아니라 ‘많이 멀린데?’.. 그렇게 혼자 속으로 이야기 했다. 그러고는 대표님께 여쭈었다.
“대표님.. 혹시 어디로 가시는 것인가요?..”
대표님은 멋쩍게 웃으시면서 대답했다. “내가 옛날에 한번 가본 횟집이 있는데 야외에서 먹을 수 있어서 분위기가 참 좋드라~ 암튼 거기 간다”
필자는 또 속으로 외쳤다. “아니 그러니까요 대표님!! 횟집은 알겠는데 지금 어디로 가시냐고요..”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말씀해주시지 않았던 대표님 덕분(?)에 답답하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도심을 떠나 드라이브 하는 기분이 들어 한편으로는 좋았다.
그런데 아까 전부터 계속 반복적으로 들려오던 노래가 있었다.
가객 故김현식의 ‘내사랑 내 곁에’ 였다.
한 곡만 무한 반복으로 들어서인지 슬쩍 잠이 오려던 찰나에 대표님께서 잠을 깨우듯 물어보셨다. “종현아~ 니 김현식의 내사랑 내 곁에 노래 아냐?”
“네~ 당연히 알죠, 이 노래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대표님은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참 가사가 좋다”라며 혼잣말을 하신 후 “이 노래 참 좋지 않냐?”라고 물으셨다.
“네 명곡인 것 같아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명곡이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아무리 명곡이라도 이렇게 계속 무한 반복으로 들으면 질리지 않겠는가.. 이 말을 대신 하기라도 하듯 필자는 살짝 다른 노래를 재생했다.
하지만 대표님은 흐름이 끊기기라도 한 듯 “어..어.. 그.. 노래 계속 틀어놔라”
필자는 궁금해졌다. 왜 ‘내 사랑 내 곁에’ 한 곡만 계속 들으시는지.. 그래서 여쭤봤다. “대표님.. ‘내 사랑 내 곁에만’ 지금 계속 들으면서 가고 있는데요.. 혹시 이유가 있으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한 동안 잠시 생각에 잠기신 듯 아무 말 없으시더니 조용히 입을 떼셨다.
“지난주에 동진이하고 우연히 소주 한잔 했는데 요즘 많이 힘들어서 잠시 쉬고 싶다고 이야기 하더라고..”
(※ 최동진: 개인 프라이버시 관계로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필자는 놀란 듯 되물었다.
“네?.. 최동진 팀장이요??”
고개를 끄덕이며 대표님은 “어.. 그래 동진이..”라고 대답하셨다.
엥?.. 믿기지 않았다. 최동진 팀장님은 현재 신사업 분야에서 굉장히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는데.. 더군다나 대표님께서 중국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하실 때부터 인연이 되어 정말 동생 같이 아끼는 직원인데.. 그런 팀장님이 그만둔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혹시.. 최동진 팀장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요?..”
대표님은 한 숨 섞인 말투로 대답하셨다.
“음.. 얼마 전에 동진이가 여자친구와 헤어졌단다..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하루하루 정말 버티기 힘들 정도로 아프다고 하더라고.. 정말 가슴이 찢어지고 죽을 것처럼 아프다고 하더라..”
아.. 어쩐지 요즘 최동진 팀장님이 무엇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초췌하고 마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처럼 의욕이 없어 보였는데.. 아.. 그런 이유 때문이었구나..라는 생각에 갑자기 필자의 마음 한 켠이 미어지고 찡하기 까지 했다.
대표님은 이어 “내가 죽을 것 같이 아픈 그 말이 너무 와 닿드라..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아픈 고통.. 그 말에 내 마음이 마이 아프더라.. 동진이의 심정이 너무나도 이해되고 공감이 가더라고.. 그래서 요즘 그런 동진이를 어떻게 위로해줄지 고민이 많다”
필자는 좀 놀랐다. 직원이 연인과의 이별을 이유로 회사를 잠시 쉰다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 기업의 대표라면 다그치거나 정신차리라고 쓴 소리를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모습일 텐데.. 정말 본인 일처럼 공감하고 같이 아파하다니.. 그리고 어떻게 하면 위로가 될지 고민까지 하고 계신다니.. ‘대표님은 정말 사람(人)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구나..’라고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런 대표님이 멋져 보였다.
대표님은 그렇게 계속 흘러져 나오는 ‘내사랑 내 곁에’ 노래에 대변이라도 하시는 듯
“동진이의 심정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다 보니 마치 내가 동진이가 된 것 같더라고.. 며칠 전에 차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라디오에서 ‘내 사랑 내 곁에’를 들으니까 너무 좋더라고.. 이 노래가 참.. 위로가 되는 것 같더라”
필자는 그 순간 최근 있었던 일들의 퍼즐조각이 맞춰지는 듯했다.
“아.. 대표님께서 지난 6월 김치찌개 집에서도 왠지 모를 쓸쓸함, 슬픔, 외로움이 있으신 것 같았는데.. 그래서였구나.. 대표님의 sad(슬픔)를 이제서야 조금씩 알 것 같다”
그렇게 대표님과 필자가 탄 차는 어느덧 춘천을 향해 가고 있었다.
“대표님, 혹시 춘천 가시는 거에요?”
“음.. 속초 간다. 거기 한번 가봤던 횟집이 있거든”
헉.. 아니.. 진작에 속초로 간다고 말씀하셨으면 답답하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꼭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신다니까..
그렇게 ‘내 사랑 내 곁에’를 무한 청취하며 도착한 속초.. 밤 바다 냄새가 참 좋았다. 해운대에서 자랐던 필자는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정겨웠다. 옛날 생각도 나고 말이다.
그러고는 얼마 후 대표님의 미스테리한 그 장소, ‘한번 가봤던 횟집(?)’에 도착했다. 필자가 봤을 때는 그냥 허름한 횟집에 지나지 않았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어 시끌벅적했다.
모퉁이에 앉아 회 한 접시와 소주를 시키고 편안한 표정으로 물으셨다.
“종현아.. 여기 참 좋지 않냐?, 참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네 그자이?”
“저도 어릴적부터 바다 근처에 살아서 저희 집에 온 것 같이 편안한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분위기 좋은 속초에서 싱싱한 회와 곁들인 소주는 그 날 따라 너무나도 달콤했다. 연거푸 소주를 마시며 업무적인 이야기가 아닌 음악 이야기로 시간이 흘렀다.
소주 몇 병이 비워졌을까.. 대표님께서 이상한(?) 말씀을 하셨다.
“종현아.. 있잖아.. 휴.. 예전에는 내가 노래를 찾아 갔었는데.. 요즘은 노래가 자꾸 내한테 온다”
엥? 무슨 말이지?.. 술 취하셨나?.. 살짝 웃음이 나왔지만 대표님의 진지한 표정에 허벅지를 살짝 꼬집으며 참았다. 그리고 여쭈었다.
“대표님.. 노래가 온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한 동안 대답 없이 고개를 떨구며 한숨을 쉬시더니 갑자기 가지고 온 통기타를 꺼내 다짜고짜 노래를 부르셨다.
“나~~의 모든 사랑이 떠 나가는 날이~~”
아.. 속초 오면서 200번은 넘게 들었던 ‘내 사랑 내 곁에’를 또 듣게 되다니.. 정말 이 노래를 좋아하시긴 좋아하시나 보다..
목소리도 무진장 컸다.. 처음에는 부끄러웠다. 주위에 사람들도 많았고 그 때까지만 해도 술 취하신 줄만 알았기 때문에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그런데 두 번째 소절부터 살짝 소름이 돋았다. 노래를 안 하신지 10년이 넘었고 노래 하시는 모습도 제대로 본적이 없었는데 라이브로 그것도 무반주로 들으니 성량이나 느낌이 엄청나게 좋았던 것이었다. 한편으로 좀 놀라기도 했다.
역시 가수는 가수인가보다. 술 취하셔서 주정을 부리시는 줄 알았는데 흐트러짐 없이 계속 노래를 이어나갔다. 필자는 어느덧 심취했고 작은 목소리로 따라 부르기까지 했다.
우리 테이블로 한 두 명씩 몰려들기 시작했고 손을 저으며 다 같이 따라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사람들은 ‘앵콜’을 외쳤다.
필자는 웃으며 사람들을 말렸고 대표님도 손 사례를 치며 멋쩍은 웃음을 보이셨다. 하지만 멈출줄 모르는 ‘앵콜’ 세례에 또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대표님께서 예전에 속초에 와서 만들었던 곡이라고 하시며, 첫 소절부터 불러나갔다. 아직 가사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하시며 대충 허밍으로 불렀는데 상당히 매력적인 노래였다.
그렇게 두 곡으로 작은 공연을 마치고 매운탕으로 속을 달랜 후 근처 숙소에서 기절한 듯 잠이 들었다.
오후 늦은 시간까지 자고 일어나 소스라치듯 일어났다. 갑자기 번뜩 생각난 것이 있었다.
“아차!! 이를 어쩐다..”
와이프한테 이야기도 하지 않고 외박을 한 것이다. 이 후폭풍을 어찌 감당해야 좋을까.. 어떻게든 대표님 핑계를 잘 대며 싹싹 빌어야 할 손과 무릎이 무거워 졌다.
그런 필자의 쓰린 속을 어떻게 헤아리셨는지 시원한 물 회 한 그릇사주셨다. 그렇게 물 회 한 그릇을 하고 대표님과 필자는 서울을 향해 다시 출발했다.
필자는 그 때 대표님과의 묻지마(?) 여행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속초 그리고 내사랑 내 곁에’
[아이패밀리SC(아이웨딩) 홍보제휴팀 이종현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