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 MBC 드라마국 입이 귀에 걸렸다. 지난 3월 ‘킬미힐미’로 수목드라마 시장을 장악한 이후 ‘앵그리맘’ ‘맨도롱 또똣’ ‘밤을 걷는 선비’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더니 ‘그녀는 예뻤다’로 다시 1위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현재 ‘그녀는 예뻤다’는 7.7%로 막을 내린 ‘밤을 걷는 선비’의 성적을 2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바로 이 ‘시청률 매직’을 일군 이가 배우 황정음이다.
황정음은 ‘그녀는 예뻤다’에서 철저하게 망가진다. 사방으로 뻗은 폭탄 머리에 홍조와 주근깨가 가득한 볼. 이렇게 역대급 비주얼로 두 달 가까이 시청자와 만났다. 폭탄녀 혜진 역을 맡은 황정음의 연기는 꽤 안정적이다. 여기에 어린 시절 추억을 나눈 친구이자 부편집장인 성준(박서준)과 자유 영혼의 소유자 신혁(최시원)과의 삼각 로맨스는 매회 시청자를 열광시킨다. 황정음은 이제 ‘로코퀸’의 정석이 됐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쉽진 않았다. 2002년 걸 그룹 슈가 멤버로 데뷔했으나 어눌한 말투로 예능을 장악한 아유미에게 가려지고 귀여운 매력으로 승부한 박수진도 넘지 못했다. 이후 연기자로 전향했으나 거듭된 ‘발연기’ 논란만 얻었다. 그의 통장 잔고 487원이 오랜 무명의 시간을 대신 말해줬다.
그의 전매특허이자 연기 원천이 되고 있는 통통 튀는 매력과 긍정적인 생각은 예능에서 먼저 터졌다. 2009년 전 연인인 SG워너비의 김용준과 함께 출연한 MBC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2 출연을 통해서다. 당시 발랄한 모습을 유감없이 공개하며 시청자로부터 호감을 샀다. ‘거침없이 하이킥2’ 제작진이 캐스팅한 것도 ‘우결’ 속 발랄함과 당당함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황정음은 운이 풀리기 시작했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생애 첫 도전한 시트콤에서 제 역할을 해내자 대작 ‘자이언트’를 만났다. ‘자이언트’로 다시 한 번 연기 점검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만난 작품이 ‘내 마음이 들리니’였다. ‘우결’이 황정음의 인생을 바꿔놨다면 ‘내 마음이 들리니’는 황정음에게 ‘로코퀸’의 서막을 열게 해줬다. 정신적으로 장애를 가진 부친을 둔 씩씩한 봉우리 역은 황정음에게 맞춤옷처럼 다가왔다. 당시 함께 연기했던 김재원도 “잘 될 줄 알았다”며 황정음의 발전을 칭찬했다. ‘내 마음이 들리니’로 쌓은 ‘로맨스’ 자양분이 ‘비밀’에서 꽃을 피웠다. 첫 회 5%대로 시작했던 이 드라마를 무려 3배 이상 끌어 올렸던 데에는 탄탄한 스토리와 비밀스러운 전개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이 있었다. 한류스타 이민호와 박신혜를 내세운 SBS 화제작 ‘상속자들’도 ‘비밀’에 발목이 잡혀 8회까지 10% 초반에서 주춤하기도 했다. 사랑하는 연인을 죽인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치명적인 이 멜로물인 ‘비밀’에서 황정음은 5년간 묵혀둔 연기 내공을 발휘했다.
황정음은 연기를 다시 다질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게 일반 미니시리즈의 2배 이상의 분량인 ‘끝없는 사랑’이었다. 10% 미만의 저조한 시청률이 나왔으나 황정음은 당시 작품을 통해 ‘눈물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막힘 없는 감정 처리와 인물에 빠져드는 흡입력으로 황정음의 연기는 재평가 됐다. ‘비밀’에서 로맨스의 여운을 남겼던 지성과 다시 한 번 ‘킬미힐미’로 손을 잡았다. 7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황정음은 능숙하게 해냈다. 그때 쌍둥이로 나왔던 박서준과 ‘그녀는 예뻤다’에서 연인으로 재회했다. 둘의 조합은 꽤 어울렸고 황정음의 로맨스 연기는 물이 올랐다.
물론 그동안 부정확한 발음과 비슷한 코믹 연기가 여러 번 지적 대상이 됐다. 하지만 황정음표 로맨스 연기는 다른 여배우들이 흉내 내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실제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것처럼 표현하는 발랄한 매력,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함, 여자의 심리를 대변하는 대사 처리, 극과 극 변신을 능숙하게 소화해내는 연기력 등이다. 결국 상대 배우가 누구든지 간에 자신의 몫을 해내는 배우가 됐다. 황정음은 자신이 로코퀸이 된 비결에 대해 “예전에는 캐릭터를 분석하고 공부하려고 했다면 이제는 그대로 즐기려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황정음은 ‘그녀는 예뻤다’의 혜진처럼 살고 있고, 믿고 보는 ‘로코퀸’이 됐다. 김은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