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응답하라 1988’에서 노을은 눈에 띄는 캐릭터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함의 극치. 단 하나의 무기는 ‘늙음’. 집안에서 나이가 가장 어리나 가장 많아 보이는 ‘노안’ 캐릭터다. 배우 최성원은 이 ‘늙음’을 최대한 활용했다. 큰 누나 보라(류혜영)와 작은 누나 덕선(혜리)의 구박덩어리이나 아빠 동일(성동일)에게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자식이었던 것. 노안 외모로 웃음과 감동까지 안겼다.
최성원을 만난 노을은 1회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릎이 튀어나온 추리닝만 입고 나온 단벌신사였는데 그런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 에피소드마다 매번 새로운 ‘연기 옷’을 갈아입으며 시청자와 호흡했기 때문. 넘치거나 모자라지도 않았다.
-1회부터 꾸준히 등장했다. 노을이 역을 어떻게 연구했나
매회 출연하게 해주셔서 꾸준히 출연료를 챙길 수 있었죠. 노을이는 튀지 않아야 하는 게 미덕이었죠. 기 센 누나들 사이에 있으면 얼마나 주눅이 들겠어요. 그래서 제가 가장 집중한 부분은 희석되는 것이었어요. 저까지 튀면 동일이네에서는 쉬어갈 틈이 없거든요. 사춘기도 조용히 지나가는 아이였던 것 같아요. 성동일 이일화 선배가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그래도 이 역할로 튀어보자는 마음은 있었을 텐데
공연은 배우의 작업인데 드라마는 작가의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작가가 창작의 고통으로 쓴 것을 고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촬영을 하면 할수록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최대한 캐릭터 사이에 녹아들도록 연기했습니다.
-배우 우현이 미래의 노을이로 나왔다. 어땠나
우현 선배가 헤드폰을 기고 나왔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니 아마도 음반 제작 프로듀서 같은 느낌이 오더라고요. 우현 선배가 제 미래로 등장해 유쾌하고 좋았어요. 영화 ‘시실리 2km’에서 정말 눈여겨 본 배우였거든요. 감사했습니다.
-이번 드라마 20부인데 방송 시간도 길다. 마라톤 같은 경험이었을텐데
110분 분량이지만 비중이 적어서 많이 피곤하지 않았어요(웃음). 쌍문동 5인에 비해서는 정말 거의 없었습니다. 변화무쌍한 스케줄에 컨디션을 조절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많이 긴장되고 떨린 게 가장 어려웠다고 해야 할까요. 밤샘 촬영은 이번이 처음이라서요.
-아버지 성동일과의 연기 호흡 어땠나.
‘너는 어떻게든 살아날 수 있는 캐릭터다’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사실 절 때리는 것은 1회 담배 사건(큰 누나의 담배인데 노을이의 것으로 오해를 받음) 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후에도 대본에 없는데 계속 때리시더라고요. 지금까지 한 100대는 맞은 것 같아요(웃음). 1회 빼고 맞는 장면은 다 즉흥적으로 나온 거예요. 아마도 저 편집 안 당하게 하려고 해주신 게 아닐까 싶네요.
-‘응팔’의 인기는 어떨 때 느끼는지
길거리를 가면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가끔 사인도 해드려요(웃음). 특히 집에 가면 부모님이 지인이 해달라면서 종이를 내밀 때 확 와닿은 것 같아요. 몇 년 동안 공연을 할 때에는 저를 몰랐는데 ‘응팔’을 한 뒤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게 된 거니까요. 부모님의 요청도 들어드리니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김은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