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인터뷰] 심은경, '칸타빌레'와 '널기다리며' 그리고 성장통

입력 2016-03-08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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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에서 빙의 연기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수상한 그녀'에서 할머니 연기를 감칠맛 나게 해냈던 소녀가 달라졌다. 특유의 맑은 눈빛은 여전한데, 순간순간 독기 서린 표정이 섬뜩하다. 돌로 사람의 얼굴을 내리치면서도 무덤덤하다. 데뷔 첫 스릴러물 영화 '널기다리며(감독 모홍진)'로 돌아온 심은경을 지난 3일 만났다.

스크린에 펼쳐진 어둡고 잔인한 심은경의 모습이 낯설다. 그러나 정작 배우는 "스릴러와 호러 장르 광팬이에요. 스릴러는 정말 하고 싶었던 장르였어요. 로망이 있었달까(웃음). 아마 배우라면 누구나 욕심날걸요. 내적 갈등과 선과 악을 보여줄 수 있잖아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는 부담은 없었어요"라며 밝게 웃는다.

심은경이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바로 스릴러만의 그 '싸함' 때문이었다. 심은경이 연기한 희주는 아빠가 살해된 장면을 보고 홀로 자란 소녀다. 그는 맑고 티 없는 소녀의 모습이다가도 무덤덤하게 계부를 살해하는데, 배우는 바로 그 장면에서 쾌감을 느꼈다. "계부를 죽이는 장면은 제가 '널 기다리며'를 선택한 이유라고도 할 수 있는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희주는 아마 죄책감을 못 느끼고 살인을 저질렀을 거예요. 그 친구는 '왜 우리 엄마 괴롭혀. 나쁜 사람!'이런 마음에서 그런 행동을 한 거죠. 순수함과 잔인함을 동시에 가진 희주라는 인물이 좋았어요."

좋아하는 장르고 이중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을 연기했지만, 여느 작품보다 쉽지 않았다. 살인사건으로 아빠를 잃은 희주라는 인물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촬영하면서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아무래도 연기 톤을 가장 고민했어요. 희주의 순수성과 잔인성을 극명하게 보여줄 지, 자연스럽게 그릴지 고민했죠. 제가 생각한 정답은 후자였어요. 또 감정을 직접 표현하기보다는 내면의 아우라를 자아내고 싶었어요. 이 친구의 상처를 표현할 때, 광기나 화를 내는 건 아무것도 아닌 거 같은 느낌일 거 같았거든요. 그래서 감정을 누르고 냉정하게 연기했어요. 제가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라 대본에 충실히 하려고 했고 현장에서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희주를 그려낼 것인지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심은경은 스스럼없이 '널기다리며'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부끄러웠다"고 털어놨다. 속이 시원할 만큼 마음에 드는 장면도 있지만, 연쇄살인범 기범(김성오)과 엎치락뒤치락하는 장면 등을 더 잘해내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사실 '수상한그녀’에서 할머니 연기를 할 때는 어렵지 않았어요. 엄마의 사랑을 보면서 인물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희주는 내 예상보다 더 큰 상처와 무언가를 가진 인물 같았어요. 그런 부분이 기존에 연기했던 캐릭터들과 달랐어요. 시나리오에는 희주라는 인물이 잘 묘사되어 있는데, 제가 잘 표현하지 못한 부분이 보이네요. 그래도 최선을 다했으니, 관객분들이 희주의 감정을 잘 따라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내내 진지한 얘기를 이어가던 심은경은 최근 자신에게 생긴 변화를 이야기했다. '시행착오’를 통해 많이 배우고 고민했다고. 아역 배우를 시작으로 "잘한다" 칭찬받으며 연기했고, 출연하는 작품마다 성공을 거뒀다. 그렇기에 갑자기 쏟아진 비난은 심은경을 꽤 힘들게 몰아붙인 것 같았다.

"아역 배우일 때는 칭찬 듣는 게 좋았죠. 그래더 더 열심히 연기하기도 했고요.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성인이 된 후에도 이어졌던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던 것 같아요. 사실 그건 아닌데. 오만하고 자만했던 것 같아요. 이제야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대중이) 내 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당시에는 큰 상처였어요. 스스로 '왜 갑자기 나에게?’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연기가 적성에 안 맞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물론 이런 고민은 여전히 하지만요(웃음)"

"돌이켜 보면 제가 너무 어렸던 것 같아요. '수상한 그녀' 후 받은 관심들에 나를 가둬놨던 거죠. 더 잘하고 싶고 잘 되고 싶은 욕심이 컸어요. 당시에는 이렇게 인터뷰를 할 때도 '나는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포장하려고 했고, 내가 잘 드러나는 걸 중요시했어요. 연기를 처음 했을 때 느낌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는 정말 연기를 좋아했고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그거면 된 거고, 그게 가장 중요한 건데 그 부분을 놓쳤던 거죠."

자신을 포장하고 꾸미면서 '칭찬'을 기대하던 소녀는 '시행착오'를 통해 한 뼘 더 성숙해졌다. 여전히 많은 고민을 안고 있지만, 그래도 확실한 답 하나는 찾았다.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힘들었던 과정들이 더 좋은 배우가 되는 과정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성장통인 것 같아요. 생각이 조금 더 어른스러워졌달까. 이제는 나 스스로를 포장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 제가 너무 지칠 것 같아요(웃음). 아쉽고 부족한 게 있으면 인정하면 되는 거니까. 부끄러움을 인정하는 게 사람다운 것 같아요. 그리고 연기할 때 행복하고 싶어요."

살이 많이 빠졌다. 풍기는 분위기도 예전보다 훨씬 성숙해졌다. 기자가 '진지한 고민과 성찰 덕분인 것 같다'고 하자, 심은경은 수줍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성숙해졌다고 하시는데, 아직 멀었어요. 저는 또래 친구들보다 먼저 사회생활을 했지만, 내가 뭘 좋아하고 원하는지 등 사소하고 평범한 부분은 잘 몰라요. 그래서 영화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해요. 다음 작품이 끝나면 길게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에요. 아, 살은 일부러 뺀 건 아니에요. 먹을 걸 정말 좋아하는데, 요즘엔 입맛이 없더라고요. 살이 많이 빠지긴 한 건지, 오락실에서 펌프를 해도 사람들이 잘 몰라봐요. 쳐다보시는 경우는 있지만, 저를 보시고 '긴가민가' 하시는 것 같아요(웃음) 팬분들도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대체 '수상한 그녀'에서 내 모습은 어땠던 거지? 싶을때도 있어요(웃음)"

심은경은 '널 기다리며'를 시작으로 '서울역' '조작된 도시' '궁합'을 연내 선보인다. 이달 중순부터는 독립영화 '걷기왕' 촬영이 시작된다. 알찬 한 해를 보내며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걷기왕'은 시나리오가 정말 좋았어요. 안재홍 오빠의 '족구왕'을 잇는 '걷기왕'(웃음). 발랄하고 귀여워서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에요."

사진 = 박푸른 기자
사진 = 박푸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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