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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해진, ‘치즈인더트랩’과 데뷔 10주년

입력 2016-03-15 06: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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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노윤정 기자] ‘치즈인더트랩’이 초반 호평을 받았던 것과 달리 많은 비판 속에 끝을 맺었다. 분명 그 시작은 좋았기에 후반부의 논란이 더욱 아쉬웠다. 극이 중반부를 넘어가며 드라마 내외적으로 쓴 소리를 들어야 했던 ‘치즈인더트랩’. 작품의 이름을 퇴색시키는 논란이 원작과 드라마를 사랑했던 팬들에게도 아쉽겠지만, 공들여 작품을 완성해나갔던 배우들 역시 아쉬움이 크지 않을까.

사진 : WM컴퍼니
사진 : WM컴퍼니

특히 감독, 작가보다도 작품에 먼저 합류했던 박해진에게 ‘치즈인더트랩’은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었을 터였다. “제가 캐스팅 됐을 당시에는 아무 것도 없었어요. ‘치즈인더트랩’을 드라마로 제작, 유정 역에 박해진 캐스팅. 이게 전부였어요”. 그러한 상황에서 출연을 결정하고 애정을 갖고 촬영에 임했던 만큼 작품을 둘러싼 비판들에 속상한 마음도 컸을 것이다. 그래도 박해진만큼은 그 논란의 화살을 비껴갔다. 말고 많고 탈도 많았던 ‘치즈인더트랩’과 ‘유정’의 이야기를 박해진에게 직접 들어봤다.

“드라마 시작 전에는 사랑받을 줄 예상 못 했어요. 방영 전에 너무 많은 관심을 받다 보니까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으면 어떻게 하나’ 싶기도 했고요. (…) 부담이랑은 또 다른 걱정이었던 것 같아요. 부담은 제가 이 작품을 하기로 했을 때 털어버렸고, 감독님, 작가님, 다른 배우 분들이 결정될 때마다 조금씩 안심을 했던 것 같아요”

‘치즈인더트랩’이 드라마로 제작되기 전부터 유정 역의 가상캐스팅 1순위는 배우 박해진이었다. 당연히 그가 실제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모두가 쌍수 들고 환영했다. 대학생 역할을 하기에는 나이가 많은 편에 속했으나, 그런 점이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박해진 이상으로 유정의 분위기를 소화해낼 배우가 또 없었다. 연기력은 이미 그동안의 작품을 통해 증명해왔던 바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박해진이 유정 역을 맡기까지 수많은 고민이 따랐다.

“저는 수차례 고사 했던 작품이었어요. 3D로 만들기보다 2D로 남아줬으면 하는 작품이었죠. 3D로 만들 자신이 없기도 했었고, (만화가 아닌 드라마로 표현할 만큼의) 이야깃거리 없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 또 원작 속 심리묘사 같은 점들 때문에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걱정스러웠었어요. 원작은 시즌이 긴데, 드라마는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담아낼 수가 없으니까요”

사진 : WM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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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원작을 봤던 독자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또 원작과 똑같을 필요도 없다.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각색이 가능하다. 하지만 긴 호흡의 웹툰을 16부작 드라마로 만들면서 생략하고 축약한 이야기들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모든 캐릭터들의 애환을 녹여줄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회차가 짧다 보니까 경환(고현 분)이나 재우(오희준 분)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요. 보라(박민지 분)랑 은택(남주혁 분)이 이야기도 더 풀 수 있었을 텐데 싶고요. 작품을 큰 그림으로 놓고 봤을 때, 조금 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지 못한 아쉬움은 분명하게 있어요”

“유정이 너무 인턴 생활을 빨리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는 제가 초반에도 했던 이야기에요. 드라마 중반에 인턴을 나가게 되니까 할 이야기가 없는 거예요. 다른 인물들과 섞여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웹툰에서처럼 통화를 하는 것 외에는 할 이야기가 없어져버린 거예요. 물론 만나는 장면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학 생활을 조금 더 해도 되지 않았을까 해요”

사진 : WM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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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작을 조금 더 일찍 했으면 좋았을 걸…’. 박해진이 제작발표회 당시부터 했던 말이다. 실제 나이와 10살 가까이 차이 나는 역할을 맡았으니 부담스러울 만했다. 더욱이 가장 많은 씬을 함께 소화했던 김고은, 서강준과는 8살, 10살 차이가 난다. 또래 역할을 맡아 한 화면에 잡히는 것이 걱정될 수 있었다. 게다가 극 중 회상 장면에서는 이미 십 년도 더 전에 벗었던 교복을 다시 입어야 했다.

“25, 26살 역할이다 보니 아무래도 부담이 있었죠. 그리고 제가 캐스팅이 되면 다른 역할들은 어떻게 캐스팅을 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잘 맞게 캐스팅 하신 것 같아요”

“제가 강준이보다 실제로 열 살이 많아요. 그런데 강준이가 성숙한 면도 있고 제가 제 나이보다는 동안인 면이 있어서, 다행히 열 살까지는 차이 나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 처음 투 샷을 보고 ‘그래도 열 살 차이로까진 보이지 않는다’고 자기 위안을 했었죠”(웃음)

“교복 입어 본 지 오래 됐잖아요. 재미있겠다 싶기도 했고 교복씬이 얼마나 나오겠나 싶기도 해서, 감독님이 교복 입는 장면을 이야기하셨을 때 저희가 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교복 입는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오는 거예요. 감독님한테 ‘괜히 한다고 그랬다, 아역 쓸 걸 그랬다’라고 농담처럼 말했죠. 또 계속 교복을 입는 이유 중 하나는, 제가 교복까지 안 입으면 아무도 저를 고등학생으로 안 볼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교복을 입으면서 억지로 ‘지금은 고등학생이에요’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웃음)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다른 배우들과 나이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분위기가 좋고 배우들 간 호흡도 좋았다. 촬영 역시 편하게 즐거웠다. 종영을 앞두고 문제로 지적된 부분들이 왜 생겨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 박해진은 사전제작임에도 가쁘게 진행됐던 일정 탓에 배우들끼리 친해질 기회가 그렇게 많진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고, 후배 배우들의 연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드라마 속 백인호와 웹툰 속 백인호는 차이점이 있잖아요. 웹툰에서는 훨씬 더 남자답고, 유정보다 덩치도 크고, 와일드한 그런 인물이잖아요. 서강준표 백인호는 거기에 자유분방함과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모습과 상처받은 모습들이 잘 섞이면서 좋은 캐릭터가 만들어졌어요. (…) 특히 인호 눈을 보면 반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김고은표 홍설은 웹툰에서의 홍설보다 사랑스러운 매력이 추가가 된 것 같아요. 원작 속 똑 부러진 매력에 강아지처럼 사랑스러운 매력이 추가됐어요. (김고은의) 실제 성격도 설이 같아요. 스스럼없는 성격이에요”

사진 : WM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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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박해진 자신은 유정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을까. 원작의 팬이라고 여러 번 밝힌 바 있는 박해진은 유정 캐릭터에도 깊은 애정을 갖고 빠져들어 연기했다. 그는 캐릭터에 대한 애착과 더불어 치밀한 분석의 결과로 다정하면서도 싸늘한 유정의 이중적인 면모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몰입도 높은 연기는 유정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했다.

“밸런스를 잡는 게 쉽진 않았어요. 너무 다른 캐릭터가 한 사람 안에 있잖아요. 거기서 오는 이질감이 없게끔 하려고 했어요. 달콤한 모습이 나오면 (‘별에서 온 그대’의) 휘경이, (‘내 딸 서영이’의) 상우 같다고 할 수 있고, 서늘한 모습이 나오면 (‘나쁜 녀석들’의) 이정문 같다고 할 수 있잖아요. 거기에 연결고리가 필요했어요. 그 캐릭터들이 한 사람 안에서 보일 수 있을 만한 거요. (…) 유정이 ‘설아, 난 이상하지 않아’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자기는 모르는 거예요. 그렇게 자라왔기 때문에 자신의 사고방식이 잘못됐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치즈인더트랩’은 유정이 성장통을 겪으며 어른이 되어 가는 드라마예요”

“마지막 촬영할 때 설이와 찍은 것보다 인호와 찍은 씬이 더 힘들었어요. 인호를 마지막으로 만나는 씬은 찍고 나서 감정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다시 찍었어요. 서로 눈을 보는데,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 보니까 말문이 턱 막히는 거예요. (…) 조금 있으면 드라마가 끝이 나고 마지막 상황이라는 걸 인지하고 찍으니까 대사가 안 나왔어요. 그런 감정은 지금껏 연기하면서 처음 느껴봤어요. 늘 쫓겨서 찍기 바쁘고 끝을 내기 바빴는데, 끝이라는 걸 알고 찍으니까 그런 감정들이 확 휘몰아치더라고요”

“유정이 많은 걸 바라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남들이 다 받는 아버지의 관심, 사랑, 커가면서 당연히 받았어야 할 것들에 대한 결핍이 있잖아요. 잔가지도 쳐주고 물도 주면서 나무가 곧게 자랄 수 있게 해주는 존재가 부모인데, 부모가 위에서 눌러버렸으니 나무가 바르게 자랄 수 없었을 것 아니에요. 그걸 조금씩 바로 세우려고 하는 건데, 참 아픈 캐릭터인 것 같아요. (…) 유정은 자연스럽지만 자유롭진 못해요. 항상 그런 생각을 하고 연기를 했었어요”

사진 : WM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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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평이든 혹평이든 ‘치즈인더트랩’은 큰 화제성을 가졌던 작품이고, 박해진은 다시 한 번 그의 진가를 ‘연기’를 통해 스스로 증명했다. 자연스럽게 국내외에서 박해진이라는 배우를 찾는 곳은 더 많아졌다. “일이 많아서 지금은 다른 데 힘을 쏟을 수가 없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높은 인기만큼 일복도 많아지고 있다. 배우 본인에게는 힘들겠지만,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미 그의 차기작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사실 큰 작품들이 많은 상황이잖아요. 큰 자본이 유입 되고 해외투자가 유치되는 작품들이 많아요. 물론 그런 작품들을 하는 것도 영광이지만 소소한 소재로 따뜻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꼭 눈물을 흘리게 하는 코드가 아니라, 로맨틱코미디라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요. (…) 좋은 작품이라면 망가지는 연기도 겁을 내거나 하진 않아요”

사진 : WM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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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의 연하남 캐릭터로 데뷔한 박해진은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공백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작품을 통해 배우의 모습으로 대중과 만나왔다. 데뷔 10주년에 대한 소회를 물으니 “사실 저도 실감이 잘 안 나요. 제가 한 직업을 십 년이나 계속 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잘 안 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하기에는 지금 너무 바빠요”라고 말하며 웃어 보인다. 그래도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있는 그에게 올해가 지난 연기 인생을 한번쯤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현재까지는 둔덕인 것 같아요. 그렇게 가파르게 산을 올라본 적도 없고, 그냥 한 발짝씩 잘 해온 것 같은데, 이제는 도전이라는 걸 해볼 시기가 온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이제 조금 가파른 산을 올라가볼까 싶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박해진은 “데뷔 20주년, 30주년이 돼서도 설레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라고 자신의 소망을 전했다. 항상 설레는 느낌을 주고 싶다는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까닭은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배우로서의 행보가 ‘믿음’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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