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리뷰] ‘커터’의 질문, 이들은 왜 범죄자가 됐는가

입력 2016-03-31 14: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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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커터' 포스터
사진 : '커터' 포스터

[헤럴드POP=노윤정 기자] 10대 청소년은 순수하다. 그리고 미성숙하다. 외풍에 흔들리기 쉬운 10대들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견뎌내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보살피는 것은 그 시기를 먼저 겪었던 어른들의 몫이다. 그래서 영화 ‘커터’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 아이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커터’(감독 정희성)는 술에 취한 여자들이 사라지는 밤, 그들을 노리는 검은 손길과 그 속에 말려든 고등학생들의 충격 살인 사건을 그린 범죄 드라마. ‘고등학생 충격 살인 미스터리’가 이 영화의 홍보 문구로, 과감하리만큼 극이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 짐작 가능한 이야기 속에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낯선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전학생 윤재(김시후)와 그에게 먼저 다가서는 세준(최태준). 전혀 다른 성향의 둘은 친구가 되고 누구보다 가까워졌다. 세준은 차갑고 무심하고 거리낄 것이 없는 성격이다. 그런 그가 마음을 쓰는 이는 윤재가 유일했다. 윤재에게 잘해주는 데 딱히 이유는 없었다. 친구니까 뭐든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세준은 돈이 필요하다는 윤재에게 ‘일자리’를 소개시켜줬다. 술집에서 여성들을 형들과 합석시키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일.

하지만 윤재는 자신이 ‘성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죄책감에 괴로웠지만 당장 어머니의 치료비가 급했기에 쉽게 발을 빼지 못했다. 그 ‘일’에 너무 오랫동안 노출됐던 세준은 윤재가 느끼는 죄의식에 공감하지 못해 둘 사이에는 틈이 생겼다. 더욱이 윤재는 은영(문가영)과 가까워지며 세준에게 비밀이 생겼고, 세준은 은영에 대한 질투 혹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영화가 보여주는 비극은 여기에서부터 비롯한다.

사진 : '커터' 스틸컷
사진 : '커터' 스틸컷

결국 세준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결정적 계기는 윤재와의 관계가 틀어졌기 때문이다. 세준이 윤재에게 베푸는 호의는 선뜻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무조건적이다. 하지만 직접 연기한 배우들이 말했듯이 10대 때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우리’도 그랬다. 인간관계에 계산적인 면이 빠져있고, 좋아하는 친구에게는 그저 잘해주고 싶지 않았던가. 어른의 시각에서 벗어나 보면 세준의 모습은 지극히 ‘소년’다운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고, 그래서 그가 저지르는 범죄의 끔찍함이 배가된다. 그리고 10대들이 얼마나 범죄에 가깝게 노출되어 있는지, 관객들에게 문제제기한다.

극 중 윤재와 세준, 그리고 은영의 비극은 모두 관심의 부재에서 비롯했다. 어른들이 만들어주는 보호막이 없는 윤재와 세준에게 범죄의 유혹은 너무나 쉽게 찾아왔다. 영화가 개인이 저지른 범죄의 책임을 다른 곳으로 전가시키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약간의 관심만 기울였어도 막을 수 있었던 비극을 막지 못한 사회에 대해 문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윤재가 세준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이유와 세준이 윤재에게 집착했던 이유가 좀 더 선명히 드러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극은 각 인물들의 선택들이 모여 결국 비극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그 선택들에 대해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나, 그 끝맺음에 있어 약간은 허술함을 남겼다. 그래도 배우들의 열연은 빛났으며, 정희성 감독의 연출은 흡인력이 있었다. 3월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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