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임지연 기자] 배우 강예원은 영화 ‘날, 보러와요(감독 이철하)’를 촬영하면서 정신병원 세트장 독방 속에 자신을 가뒀다.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이유도 모르고 정신병원으로 끌려간 수아를 연기하기 위해 상대 배우나 스태프들과 ‘낯선’ 거리를 유지했다. 지난 1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강예원은 특유의 엉뚱 발랄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여전히 수아라는 인물에 빠져 있는 모습이었다.
강예원과 이상윤, 최진호 등이 호흡을 맞춘 ‘날, 보러와요’는 정신병원에 갇힌 여자 수아와 그녀와 관련된 진실을 파헤치는 시사프로그램 PD 남수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현행 정신보건법 제24조에 따르면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의 의견이 있으면 누구든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킬 수 있다는 허술한 조항을 지적한다. 현실 고발적 소재를 다뤘지만, 그렇다고 사회적인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 건 아니다. 다양한 장치와 반전을 통해 영화적 재미를 선사하려 애썼다.
강예원은 경험해보지 않은 이상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수아의 고통과 치욕스러운 순간을 그려내기 위해 애썼다.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손발 오그라드는 연기가 나올 거 같았어요. 두려움 가득한 연기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남들보다 더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밝은 이미지로만 생각하는 분들에게 거리낌을 주지 않으려면 미친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다짐했죠.”
두려움에 움츠러든 수아를 표현하기 위해 독방 속에 자신을 가뒀다. 날선, 낯선 호흡을 주고받기 위해 밝고 동료 배우 및 스태프와 교제하기를 좋아하는 모습 대신 외로움과 싸웠다.
“이번 영화에서는 배우들과 교감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촬영 중간 쉴 때도 사람들과 대화를 하지 않고 혼자 정신병원 세트장 독방에만 있었어요. 서로 낯선 상태에서 연기를 해야 할 것 같았어요. 그 상태에서 연기를 하니 상대방의 대사에 감정 집중이 잘 되더라고요. 원장을 연기한 최진호 선배와 호흡을 맞출 때는 수아의 감정이 이입되어 무섭기도 했어요(웃음). 최진호 선배가 나를 건방지게 보셨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나중에 인사드리고 이유를 짧게나마 설명 드렸더니 ‘네가 왜 그랬는지 알겠다’고 이해해주시더라고요. 소통하지 않아서 기댈 데가 없다는 게 힘들었지만 연기에는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웃음)”
‘날, 보러와요’는 스릴러 장르적 재미를 주기 위해 이유도 모르고 정신병원에 갇힌 상황에 살인사건까지 엮었다. 강예원은 갇힌 것도 모자라, 살인죄로 붙잡힌 수아라는 인물의 다양한 감정과 상황, 사정을 담아내야 했다. 대본이 찢어질 때까지 보고 또 보면서 수아를 만드는 데 몰입한 이유다.
“정신병원에 강제이송 돼 감금되기 전의 심리, 끌려가고 나서 두려움의 상태, 정신병원에서 적응이 된 심리, 치료감호소에서 나남수 PD(이상윤)를 만나 분노하는 모습 등을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두고 연기했어요. 특히 마지막에 반전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과한 감정을 보이면 안 될 것 같았죠. 그래서 촬영하는 순간까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 하나하나 튀지 않게 잘 연결이 되어야 했기 때문에 정확하게 연기하고 싶었어요. 치료감호소에서 이상윤과 만나는 장면을 가장 먼저 촬영했는데, 이 장면은 영화 중반부에나 등장하죠. 만약 명확하게 계산하지 않고 연기했다면 감정선이 튀어서 전체적인 흐름에 방해가 됐을 것 같아요.”
외로움, 부담감, 책임감과 싸우면서 작업했다. 부담감이 오죽 컸으면 “전도연 선배님이 수아를 연기했으면 좋겠다”라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힘들었던 만큼 더 수아라는 캐릭터에 빠져들었다. 오히려 촬영이 끝날 무렵엔 수아가 아닌 강예원으로 돌아가는 게 힘들었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이대로 쭉 카메라가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만큼 수아라는 인물과 영화에 빠져 살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강예원으로 돌아가는 게 너무 무서웠어요. 최선을 다했기 때문인지, 후회는 없어요. 아마 다시 수아를 연기 해보라고 하면 잘할 자신이 없어요(웃음). 영화 촬영 동안 내가 만들어놓은 강수아에 들어가 몰입하고 몰두하는 게 행복했어요. 앞으로 더 고민을 많이 해야겠다는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