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임지연 기자] 배우 안재홍에게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청춘 스타처럼 화려함은 없지만, 연기하는 캐릭터에 어딘가 살고 있을 것 같은 혹 언젠가 한 번은 본 거 같은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또 자신만의 색깔로 인간미를 녹여낸다. 개봉을 앞둔 영화 '위대한소원'에서도 10대 고등학생으로 느껴지는 갑덕을 연기, 자신의 장기를 발휘한 안재홍을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위대한소원'은 루게릭 병으로 시한부를 선고 받은 소년 고환(류덕환)과 친구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여기저기 사정없이 들이대는 두 친구 남준(김동영), 갑덕(안재홍)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더 순수한 세 친구의 이야기를 B급 코미디 정서로 유쾌하게 그린다. 안재홍은 우정을 위해서라면 몽둥이도 두렵지 않은 매를 버는 금수저 갑덕을 연기했다.
"시나리오를 혼자 보는데도 웃음이 터졌던 기억이 나요. 뒷장이 너무 궁금했어요. B급 코미디 정서도 개인적으로 독특하고 새롭게 다가왔어요. 저는 '위대한 소원'이 캐릭터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해요. 갑덕 뿐만 아니라 고환, 남준 등 등장인물 모두가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이 있어요. 대본을 봤을 때 그 재미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목표를 두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위대한소원'의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은 남대중 감독은 갑덕과 남준, 고환에게 주변에 꼭 한 명쯤은 있는 친근한 매력을 덧입혔다. 또 우스운 설정이나 에피소드로 웃음을 주기보다 어리고 또 몰라서 패기 넘치는 이들의 눈물나는 우정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담아내고자 애썼다. 감독의 의도를 아는 안재홍과 배우들은 100% 제몫을 다해줬다.
"고환이나 남준, 제가 연기를 한 갑덕은 일을 만들고 매를 버는 모습이에요. 왜 이러나 싶으면서도 종잡을 수 없는 느낌이 재미있어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연기하면서 갑덕이의 캐릭터가 분명하고 명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에 맞는 연기 톤이 있는데, 영화에서는 한눈에 '이런 캐릭터구나' '이런 인물이구나'가 정리가 되고 그다음부터 캐릭터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죠. 실제 고등학생같이 보이려고 노력을 했어요. 고등학생처럼 보일 자신 있었는데, 실제 고등학교에 진학 중인 학생들을 보니 저랑 다르더라고요. 뭐랄까 생기가 있달까(웃음)."
"순간 재미있다고 애드리브를 해버리면 오히려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애드리브는 최대한 안하고 그대신 감독님과 자주 상의하고 합을 맞춰가며 연기했어요. 감독님이 매우 재밌으신 편이거든요. 배우나 스태프들의 이야기도 귀기울여 들어주시는 편이세요."
안재홍은 '위대한소원'을 촬영하면서 영화 내용과 유사한 추억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던 이야기도 털어놨다.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일까. 그가 꼽은 '위대한소원'의 명장면은 고환의 진심이 실린 장면이었다.
"사실 너무 슬픈 이야기라 이야기를 꺼내기 힘든데, 영화 내용처럼 친구를 떠나보낸 기억이 있어요. 같이 여행을 가기도 했었고요. 그래서 덕환이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 경험이 생각나서 슬프더라고요. 후반부에는 덕환이가 힘들게 숨 쉬는 걸 바라보는 장면에서 특히 제 친구가 생각났어요."
"언론 시사회 날 영화를 처음 봤어요. 고환이가 '진짜' 소원에 대해서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제일 기억나더라고요. 그 장면에서 덕환이가 무게 중심을 잘 잡아준 것 같아요. 절실한 소원임을 표현해줘야 다른 친구들의 고군분투가 이유가 있고, 의미 있는 일들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만약 그 장면에서 중심을 잡아주지 못했다면, (다른 두 친구들의 이야기가) 장난스럽거나 가볍게 느껴 졌을 거 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위대한소원'은 제작비 4억5천이라는 저예산으로 18회차에 걸쳐 촬영됐다. 재정적으로나 시간상으로 넉넉하진 않았지만, 선배 전노민부터 막내 스태프까지 함께 웃고 소통했던 현장이었다. 안재홍은 '위대한소원' 촬영장을 두고 "행복했던 현장"이라 표현했다.
"또래 연기자들과의 호흡 너무 편하고 좋았어요. 작품 끝나고 관계가 이어지는 게 사실은 쉬운 일은 아닌데, 덕환이 동영이랑은 지금도 자주 보고 얘기도 많이 나누는 편이에요(웃음). 류덕환과 김동영은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은 배우였어요.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작품을 계기로 좋은 동료를 얻었어요(웃음). 사실 '위대한 소원'은 스케일이 큰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제한된 예산, 스케줄 안에서 집중해서 빨리 찍어야 했어요. 감독님이 원하는 코미디를 향해 모든 스태프가 함께 나아갔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험악해진다거나 그럴 수 있었을텐데 모두가 다 즐겁게 웃으면서 촬영했어요. 적은 예산이었지만 의기투합해서 행복하게 진행됐던 현장이에요."
'위대한소원'의 주역으로서 안재홍의 바람은 100만 관객과 같은 가시적인 수치가 아녔다. 이 영화를 보고자 직접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즐겁게 웃는 것'이 그가 얻고자 하는 진짜 결과이자, 칭찬이다.
"'위대한소원'은 겁없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산뜻하게 보여줘요. 결말 역시 툭 치고 끝내는 거 같아서 깔끔했던 마무리라고 생각해요. 요즘 선웃음 후 감동 코드에 실증을 내는 관객들도 많으신데, 우리 영화는 깔끔한 스토리 안에 코미디와 슬픔이라는 게 녹여져 있어요. 흥행이 잘 되면 좋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관객분들의 마음인 것 같아요. "정말 웃기더라!" 그런 게 최고의 칭찬이지 않을까요(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