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임지연 기자] 종영을 앞둔 tvN 월화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가 표절 시비에 휘말리며 아름다운 마무리와 거리가 멀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7일 첫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는 26일 종영까지 단 1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인기리에 종영한 '치즈인더트랩'에게 바통을 넘겨받은 '피리부는 사나이'는 신하균과 유준상, 조윤희가 뭉친 데다 협상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다루면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1회 시청률 3.3%(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드라마는 지루한 전개 등이 발목잡으면서 최저 시청률 1.42%(6회)까지 떨어지며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낮은 시청률보다 더 씁쓸한 건 종영을 코앞에 두고 사그라들 줄 모르는 표절 시비 공방이다. 이 팽팽한 싸움은 지난 20일 웹툰 작가 고동동으로부터 시작됐다. 고 작가는 지난 20일 다음 루리웹 게시판을 통해 '피리부는 사나이'가 자신이 2년 전 시나리오 공모전에 출품했던 '피리부는 남자'와 흡사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더욱이 류용재 작가가 당시 공모전의 심사위원이었으며, 자신을 칭찬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자 '피리부는 사나이'를 집필한 류용재 작가는 최근 광주광역시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을 방문해 고동동 작가가 공모전에 제출한 '피리부는 남자'의 원안을 열람한 뒤 25일 입장을 밝혔다. 류 작가는 "고 작가님의 작품은 주요 배경이 지하철이고 핵심콘셉트는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테러, 7개의 방독면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죽여야 하는 살인게임'"이라며 "내 작품에는 테러나 인질극, 납치, 비행기 피랍 등 다양한 사건이 벌어지고 지하철은 등장하지 않는다. 중심 캐릭터 또한 공통분모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수 세기 동안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작가들이 재구성한 작품이며 '테러를 통한 사회적 복수'라는 키워드 역시 '더 테러 라이브' '모범시민' 등 많은 작품이 공유하고 있는 모티브"라고 강조한 뒤 "2014년 심사에서 고작가님의 작품을 접하기 훨씬 전인 2010년부터 '네고시에이터'라는 제목으로 해당 소재를 다루는 드라마 아이템을 개발해왔다. 필요하다면 개발 과정이 기록된 이메일 등을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고동동 작가는 류 작가의 반박에 "중요한 건 류 작가가 제 작품을 심사했다는 점"이라면서 "입장표명에 그 부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는 게 안타깝다"며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유사점을 나열했다. 고 작가는 '피리부는 남자' 시나리오는 국가적 참사의 피해자와 유가족이 참사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부패한 권력자들을 처단하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테러리스트가 된다는 내용인 데다, 이 과정에서 언론과 방송이 결정적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점을 '피리부는 남자'의 특징이자, '피리부는 사나이'와의 유사점으로 지적하며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력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서로 사실을 주장하는 두 작가 중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아직 명확하게 알 순 없다. 그럼에도 표절 진실 공방 의혹이 커진 건 류용재 작가가 고동동 작가가 출품한 공모전에 심사위원이었다는 점 때문일거다. 물론 심사위원이었다고 해서 모두가 표절을 한 건 아닐 터다. 그렇지만 류 작가는 이 부분에 대해 분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일단 첫번째 류 작가의 입장에는 고동동 작가의 지적대로 가장 핵심적이고도 대중이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한 입장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일촉즉발 상황에서도 끝까지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위기협상팀'과 시대가 낳은 괴물의 대립을 그린 협상극. 드라마는 낮은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마무리를 앞뒀지만, 등장인물 주성찬(신하균 분)과 여명하(조윤희 분), 윤희성(유준상 분)을 통해 사회라는 벽 앞에 목소리를 묵살당한 희생자와 사회 부조리, 정의, 윤리 그리고 협상의 가치 등을 담으며 작품성을 유지하고자 했다. 그런데 종영을 앞두고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서, 사회 전반적인 문제점을 다룬 '피리부는 사나이'가 이야기하고자 한 드라마의 주제와 핵심까지 힘이 빠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