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박아름 기자]윤상현이 아니었다면 과연 누가 이 매력적인 남자 남정기를 연기했을까.
지난 7일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 속에 유종의 미를 거둔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극본 주현/연출 이형민)에서 소심하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절대 을' 남정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윤상현을 만났다. '욱씨남정기'가 끝난지 3일밖에 되지 않은 탓에 윤상현의 한 마디 한 마디에선 드라마에 대한 여운이 은근히 묻어나왔다.
"처음 대본받았을 때 애착을 많이 가졌고 한 신 한 신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스태프들하고도 정도 많이 들었지만 (이)요원씨하고 정이 많이 들었다. 요원씨랑 처음엔 서먹서먹했다. 낯가림도 심했다. 내가 아무리 얘기해도 리액션이 없고 그래서 친해지려 많이 노력했다. 지금은 정말 친해졌는데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해진 게 사실 얼마 안됐다. 그렇게 정이 들만 하니까 드라마가 끝난 거다. 배우들도 그렇고 스태프들도 그렇고 열심히 으샤으샤 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는데 딱 끝나니까 '이 사람들을 못 보는구나'란 생각에 울컥하더라. 종방연에서 그동안 내가 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후련하단 생각을 더 많이 했는데 이번 드라마는 유독 더 아쉽고 서운하더라." 정말 아쉬움이 남았나보다. 윤상현은 극중 욱다정(이요원 분)처럼 시나몬 가루를 잔뜩 뿌린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윤상현은 "그래서 요원씨 따라서 시켜먹어봤다 . 도대체 어떤 맛인가 궁금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요원은 여배우 울렁증이 있는 윤상현에게 이를 극복하게 해준 여배우였다. 윤상현은 "여배우랑 작품을 찍을 때 울렁증 같은 걸 많이 느꼈는데 여자가 무섭다고 느낀 건 '욱씨남정기' 첫 대면할 때도 그렇고, 대본리딩할 때도 그랬다. 요원씨에겐 표정이 없었다. '쟤한테 무슨 얘길 해야하나' 싶었다. 다른 드라마 찍을 때도 여배우한테 말을 되게 많이 시켰는데 그 사람의 마음이 금방 열리더라. 요원씨한테도 그렇게 하면 될까 싶었는데 얘길 못하겠더라"고 회상한 뒤 "지금은 수다도 잘 떨고 웃긴 얘기도 하고 성대모사도 하고 그러는데 얘가 그런 친구란 걸 이젠 알았다. 처음엔 '밥 먹었니?'라 묻기도 너무 어려웠다. 표정이 되게 차갑다고 해야되나. 근데 지금은 너무 좋다 욱씨.(웃음) 촬영장에서 요원씨를 만나는 게 너무 즐겁더라. 착하고 웃음도 많고 수다도 많이 떠는 친구였는데 낯가람이 심해서 드라마 반 이상을 잘 섞이지 못했다는 게 너무 아쉽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요원과 비교적 늦게 친해졌기에 윤상현은 서먹서먹한 상태로 그녀와 과격한 신들을 촬영해야만 했다. 야속하게도 극 초반 이요원에 의해 셔츠도 뜯기고 팔까지 꺾이는 등 유독 힘들고 과감한 신들이 많았다.
"안 친해 더 무서웠다. 요원씨의 표정이 많지가 않아 더 무서웠다. 그냥 무표정이었다. 신 들어가기 전 리허설을 많이 하지 않나. 내겐 비굴한 신이 많았다. 매달리고 표정도 우스꽝스럽게 져야 했다. 근데 요원씨의 웃음이 터지기 시작하면 테이크가 많이 간다. 웬만하면 요원씨 보는 앞에선 웃긴 걸 자제하다가 내꺼 치고들어올 때 제대로 했다. 요원씬 정말 병처럼 한 번 웃기 시작하면 웃음을 못 멈추더라."
어디 이요원과의 호흡만 최상이었겠나. 윤상현은 유재명, 김선영, 권현상, 황보라 등 러블리 코스메틱 식구들과의 호흡 역시 최상이었다고 밝혔다.
"너무 좋았다. 특히 유재명씨가 그렇게 재밌으신 분인지 몰랐다. 평소 연기를 안할 땐 양반이다. 그리고 나와 동갑이라 깜짝 놀랐다. 재명씨 생년월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래서 야외촬영할 때 밖에 서서 얘길 나누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날 이상하듯이 쳐다본다. 반말을 하고고 있으니까 말이다. 근데 또 얘기를 같이 하다보면 소년같은 면이 있다. 그래서 재명씨와 호흡이 너무 좋아 '이 팀과는 정말 16부작이 아니라 120부작이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던 적이 있다. '욱씨남정기'를 하면서 한 10% 밖에 못 보여준 것 같다. 정말 무궁무진하다. 다들 갖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이 때문에 16부작이 너무 아쉬웠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윤상현은 결말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내비쳤다. "처음에 작가님, 감독님과 미팅했을 때도 로맨스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아마 없을거예요 상현씨'라는 말씀을 들었다. 그나마 15부, 16부에 넣어주셨더라. 되게 좋았다. 이 드라마는 로맨스가 들어가면 좀 아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문을 연 윤상현은 '남정기가 옥다정의 네 번째 남편이 됐을 거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도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윤상현은 "남정기가 앞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들 상상할 거 아니냐. (웃음) 사실 옥다정이 말을 애매모호하게 했다. 옥다정이 남본부장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건 사랑이 아닌 거 같지 않나. 그냥 좋아하는 거지, 그게 사랑은 아닌 것 같더라. 내가 생각해도 그간 서로 표정없이 지냈다면 이젠 편안한 사이가 됐을 것 같다. 친구같은 사이 말이다. 원래 엔딩 아이디어가 되게 많이 나왔는데 그 결말은 그것들 중 하나다. 우리집 불이 꺼지면서 옥다정 방 스탠드 하나만 딱 켜지고, 둘이 딱 서있는 그림자를 끝으로 끝나는 거였다. 그럼 별 상상이 다 되지 않겠나. 이때까지 좋았는데 '사랑과 전쟁'도 아니고 뭔 그림이..(웃음) 그래서 순수하게 간 거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이요원과 윤상현은 '욱씨남정기'를 통해 실제로도 드라마 내용 상으로도 편한 사이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