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팝인터뷰]유인영, 악역 이미지 벗은 진짜 그녀를 만나다

입력 2016-05-30 13: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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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노윤정 기자] 차갑다. 도도하다. 세련되다. 깍쟁이다. 배우 유인영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수식어들이다. 도회적인 외모와 작품을 통해 연기했던 ‘악녀’ 이미지가 겹쳐지며,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인영이라는 인물을 어떠한 틀에 가둬두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그녀는 긴장해서 입술을 파르르 떨 정도로 수줍음도 많고 매사 조심스러운 사람이었다.

사진 :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사진 :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유인영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 윤마리 역을 맡아 출연했다. 한동안 강한 악녀 역할로 대중을 만났던 그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전작들과는 다른 캐릭터를 선보였다. 털털하고 순하고 맑은 인물.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시청자들은 금세 유인영의 색다른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보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까지, 유인영은 많은 고심과 노력을 거듭했다.

“이런 역할이 처음이라고 느끼실 텐데, 지금처럼 알려지기 전에는 다양한 캐릭터를 했어요. 저도 오랜만에 이런 캐릭터를 하는 거라서 완전 의욕에 넘쳐서 ‘새로운 걸 보여드릴 거야’ 이런 마음이었고, 어찌 되었든 기회가 생긴 거잖아요. 한정적인 캐릭터만 들어왔었는데,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했고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었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제가 의욕이 너무 넘쳐서 연기적인 부분에서 오버를 했다든가 자연스러움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 반성도 많이 했고요. 그래도 이번에 조금 보여드렸으니까 다음에 이런 캐릭터를 했을 때 덜 낯설어 하시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요”

사진 :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사진 :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배우에게 대표적인 ‘이미지’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임과 동시에 엄청난 숙제를 안겨주는 일이다. 그 이미지의 역할을 잘 소화해왔다는 방증이지만, 다른 느낌의 캐릭터를 맡고 그것을 어색함 없이 전달하는 데 굉장한 노력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유인영 역시 자신에게 씌워진 이미지가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걱정도 많았다. 특히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 참여하면서는 “저의 이미지 때문에 마리가 피해를 보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속상했어요. 마리는 정말 맑고 순수한 친구인데, 그 캐릭터를 내가 연기해서 양다리 걸치고 이리저리 휘둘리는 애라고 보시면 어떻게 하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같은 ‘악녀’, 주인공과 대립하는 역할이라도 그 안에서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다. ‘별에서 온 그대’, ‘가면’ 등에서 도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줬다면, ‘오 마이 비너스’ 때는 얄미우면서도 귀여운 느낌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을 통해서는 악역 아닌 다른 캐릭터도 소화가 가능함을 보여줬다. 유인영은 이런 식으로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있었다.

“제 다른 모습은 모르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니까, 그걸 제가 가진 장점이나 무기로 생각해야겠다고 바뀌었어요. 제가 이런 느낌의 역할을 평생 할 수는 없잖아요. 잘하는 친구들도 많고, 저보다 더 세련된 느낌을 가진 친구들도 많으니까요.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한 그런 역할이 들어오는 걸로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것도 감사한 마음으로 해야겠다, 그 안에서 변화를 주면 된다, 그렇게 생각을 바꿨어요”

“주변에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는 선배님들이 많아요. 제가 악역 이미지로 고민을 하니까 어느 날 한 선배님이 ‘네가 어중간하게 해서 그래’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악역으로 정점을 찍고, 더 이상 악역으로 보여줄게 없으면 그 역할 더 이상 안 들어올 수도 있다는 거죠. 사실 저는 아예 나쁜 여자가 되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하면 조금 덜 미워 보이겠지?’ 이렇게 나름의 계산을 갖고 연기했는데, 그게 어떻게 보면 잘못된 생각일 수 있고, 제가 악역으로 더 잘했으면 믿고 다른 역할을 주실 수도 있겠다는 식으로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또, 한탄만 하고 있다고 달라지는 게 없고 저만 스트레스 받으니, 생각 자체가 성숙해진 것 같아요”

사진 :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사진 :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이러한 고민들 외에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유인영에게 또 다른 아쉬움도 남겼다. 극 중 윤마리의 감정선이 뜻했던 것만큼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아쉬움이 짙은지 유인영은 인터뷰 도중 “드라마 보실 때 마리가 선재(김강우 분)랑 결혼한 게 이해가 안 되셨어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시청자들이 모두들 공감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단다.

“지원(이진욱 분)이 죽고 난 이후에 마리가 선재에게 갔던 그 설명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워요. 저는 (마리 감정을) 알고 있으니까 모든 분들이 공감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고, 그렇게 힘들 때 챙겨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당연히 마음이 가는 거니까. 그래서 이 사람과의 결혼을 모든 사람이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더라고요. 그 부분이 속상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저는 선재가 그렇게 변한 데에 마리 탓이 어느 정도는 있다고 생각해요. 마리가 갈팡질팡했던 부분이 있어서 선재가 믿지 못하고 집착하게 된 면이 있잖아요. 그래서 마지막에 마리가 선재를 기다리겠다고 했던 엔딩이 마음에 들었어요. 열린 결말로 끝나거나 두 사람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마리가 나쁘게 그려질 것 같은 걱정이 컸어요. 또, 제가 마리라고 생각했을 때도 지금 남은 사람이 선재밖에 없고, 미우나 고우나 나를 제일 사랑했던 건 선재고, 현실적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정도 있고요. 어떻게 사나 싶으면서도 제가 마리였어도 선재를 선택했을 것 같아요”

‘굿바이 미스터 블랙’ 속 다른 인물들이 그러하듯, 윤마리라는 캐릭터 역시 복잡한 감정 변화를 겪는다. 이를 표현하기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터. 특히 유인영은 체력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냈던 다른 배우들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아서” 더욱 노력을 다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작가님께서 미리 언질을 주셨어요. 선재하고 마리는 많이 힘들 거라고, 감정선이 왔다 갔다 하는 부분이 많으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 들어가야 할 거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그런 부분에서 힘들었던 건 크게 없었어요. 오히려 저도 지원과 선재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그런 부분이 힘들었어요. 공감을 줘야 하는데 한쪽으로 치우치기도 애매하고, 잘못 표현하면 정말 나쁜 애처럼 보일 수 있고. 그 줄타기 하는 게 더 힘들었어요”

사진 :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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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강한 느낌의 역할을 맡았던 유인영은 다음에 맡고 싶은 캐릭터를 묻자, 조곤조곤한 말투로 “편안한 역할을 하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소위 상류층에 속한 여성, 화려한 외모로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역할이 아니라, 평범하고 우리네 삶 속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법한 인물을 맡고 싶다는 것.

“연기를 편하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부잣집 자제 역할이나 나쁜 역할을 하면 사람이 너무 예민해져요. 만날 화내고 짜증내야 하니까요. 그런 것들을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옷도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거 입고 싶고, 연기할 때도 많이 웃고 싶고, 운동화 신고 뛰어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사진 :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사진 :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유인영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최근 3~4년간 굉장히 다작을 했다. 그야말로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에 매진해왔다. 혼자만 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쉴 때도 바쁘게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한다는 유인영. 당연히 힘들지만, 그래도 하루를 그렇게 바쁘게 보내고 나면 하루 끝에 ‘오늘도 바쁘게 잘 살았어’ 스스로를 토닥이며 뿌듯함을 느낀단다.

“소위 ‘소처럼 일한다’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저도 사실 힘들죠. 놀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그런데 그 마음이 길게 안 가요. 그런 기간이 생겨도 조금만 지나면 그래도 현장에 있을 때가 제일 즐겁다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일이 들어올 때 감사하면서 하자는 생각도 있어요. 데뷔한 지 십년이 넘어서도 꾸준히 일을 할 수 있는 건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열심히 일하려고요. (…) 제가 가만히 있다고 목표가 이뤄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있고. 앞으로 당분간 지금처럼 텀이 짧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일하지 않을까 싶어요”

유인영은 스스로를 ‘FM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남들이 보기에 답답한 사람일 수도 있고, 고지식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는 것도 인정했다. 결혼 이야기 앞에서도 “저는 결혼은 아예 다른 새로운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결혼을 하는 순간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게 바뀌고 없어지고 새롭게 시작되는 개념이 커서, 서른여섯 살쯤 되면 나를 채찍질하는 걸 조금은 편안하게 놓아줄 수 있지 않을까, 그쯤 되면 나도 결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에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다시 말하면, 아직까지는 스스로를 가두고 채찍질하며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뜻이다.

사진 :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사진 :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느리고 답답해 보일 수도 있다. 그래도 유인영은 조심스럽게, 하지만 분명하게 자신은 “억지로 따라가고 싶은 마음은 없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느리지만 이렇게 차근차근 밟아가는 게 좋다는 것. 조급해하지 않고 주어진 기회들에 충실하며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 가겠다는 그녀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주인공 욕심이 아니에요. 하지만 내가 이 일을 그만두기 전에 한 번은 타이틀 롤을 가진 작품을 해봐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매 작품이 내 작품이고 내 새끼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일을 시작했으면 한 번 쯤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그걸 꿈꾸면서 노력해나가는 과정이고요. 현재는 그걸 가장 많이 생각하면서 가고 있는 것 같아요.선배님들은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책임감도 커서 힘들고, 제가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하시는데, 저도 알죠. 저도 아는데, 제 욕심인 것 같아요. 저 혼자 욕심내고 꿈꾸는 부분이요”

유인영은 ‘화차’에서 김민희가 분했던 역할 같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꼽았다. 연기자로서 다양한 역할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그처럼 매력적인 역할을 “어떤 여성 배우가 저런 역할을 안 해보고 싶을까, 저런 역할 하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최근 작품들에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던 차가운 얼굴, 인터뷰를 진행하며 조곤조곤 말하며 웃던 수줍은 얼굴. 다음 작품에서 보여줄 그녀의 얼굴이 궁금해진다.

“어떤 배우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냐면…. 매번 바뀌는 것 같은데, 제가 어떤 작품에 나왔을 때 ‘쟤 때문에 보기 싫어, 쟤 때문에 작품 전체가 피해를 봐’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게 싫더라고요. 제가 잘해서 튀는 느낌보다 일단 그 안에서 잘 어우러졌으면 좋겠어요. 전 민폐가 너무 싫어요. 저 때문에 누구 한 사람이라도 피해보는 게 싫어요. 그래서 연기적인 면에서도 그 작품이 저 때문에 피해보지 않는, ‘유인영? 자기 역할 알아서 잘 하니까 괜찮겠지’라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믿고 보는 배우까지는 아니더라고 (다른 배우들과 작품에) 묻어갈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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