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마지막까지 왕실 가족이 살았던 창덕궁. 그곳에서 한 소녀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면 어떨까. '달빛궁궐'은 이런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오랜만에 보는 탄탄한 한국산 애니메이션의 탄생이다.
애니메이션 '달빛궁궐'(감독 김현주)이 24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CGV용산에서 베일을 벗었다. 우연히 창덕궁 속 환상의 세계 '달빛궁궐'로 들어가게 된 열세 살 소녀 현주리(김서영)의 모험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주요 이야기의 골격은 여러 가지 시험을 통과하면서 성장하는 현주리의 모험담이다. 현주리는 김현주 감독의 어릴 적 모습을 투영한 캐릭터다. 부끄러움이 많지만, 자신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것일 뿐 친구를 위해 용기를 낼 수 있는 아이다.
애니메이션을 접할 때 가장 먼저 드는 궁금증은 미국식이냐 일본식이냐는 것이다.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종주국이기 때문. 하지만 '달빛궁궐'은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담았다.
물론 기와집이 등장하고 한복을 입는다고 해서 한국적인 건 아니다. 캐릭터들의 동작과 표정, 감정의 디테일이 그렇다. 외국의 그것에서는 보지 못한 친숙한 접근이 돋보인다.
뿐만 아니라 궁궐에서 모티브를 얻은 전통 요소들이 판타지로 재탄생한 점 역시 인상적이다. 십이지신과 자격루는 물론이요, 십장생 등도 등장한다. 한국적인 멋이 극대화됐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사전조사. 제작진은 창덕궁은 물론이요, 사대문 안을 돌아다니며 참고가 될만한 자료를 수집하는데 각별히 공을 들였다. 우리 궁궐 회화, 건축, 복식과 우리 악기, 무용의 매력을 십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
특이하게도 애니메이션이지만 무술감독과 안무가도 있다. 한국식 사극 무술동작을 안무에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이 모든 것은 가장 한국적인 애니메이션을 완성하기 위한 기나긴 여정이었다. 덕분에 '달빛궁궐' 속 액션과 춤은 여타 애니메이션 보다 훨씬 섬세하고 역동적이다.
여기에 배우 김슬기(다람이), 권율(원), 이하늬(매화부인)이 더빙을 맡았다. 안정된 연기력은 기본이요, 높은 캐릭터 싱크로율로 듣는 재미를 더한다. 목소리만으로 드라마를 만드는 이들의 활약이 상당하다. 애니메이션 명가 지브리 스튜디오 안 부러운 웰메이드의 탄생이다. 오는 9월 7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