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호연 기자] “내 자식들은 다 왜 이런거야? 하나같이 제대로 사는 애들이 없어. 첫째 재순(유선 분)이는 재혼해서도 편칠 않고, 세계(이완 분)는 의사 만들어 놓았는데도 저 모양이고, 갑순(김소은 분)이는 저랑 똑 같은 남자를 고르면 어떻게 해. 한 쪽이라도 능력이 있어야지”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 고두심의 말이다. 취직, 재혼, 처가살이, 실직, 황혼이혼과 재혼 등 굵직한 사회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갑순의 엄마 인내심 역을 맡은 고두심은 안방극장에 큰 공감을 선사하고 있다. 고두심이 말하는 '우리 갑순이' 속 3남매, 남편, 시누이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Q. '디어 마이 프렌즈' 장난희에서 '우리 갑순이' 인내심으로 캐릭터 변신이 놀랍다. 어떤 역이 실제 모습과 더 가까운가.
A. 캐주얼 입는 것을 좋아하고 젊은이들과 소통도 꽤 잘 되는 편이라서 실제 모습은 장난희에 좀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러나 배우가 어떻게 선호하는 역할만 할 수 있겠나. 또 자신과 닮은 역할만 할 수도 없는 거다. 최대한 배역과 가깝게 접근하는 게 배우라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Q. 인내심이라는 인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남편한테 너무 해댄다. 이런 집이 있겠나 싶었는데, 작가 선생님께서 꽤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생각해 보면 퇴직금도 모두 날리고 생활고에 찌들다 보면 이렇게 될 것도 같다. 삶이 맘대로 살아지는 게 아니니까. 뾰족한 수가 없다. 최대한의 노력을 하면서 겪어 낼 수밖에 없다. ‘행복’ 자꾸 찾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내심은 더구나 엄마니까 새끼 위해서 피를 토하면서도 참아내고 이겨낸다. 다른 거 다 포기하고 덤덤해져도 새끼는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내가 낳았으니까 책임을 져야 한다.
Q. 재순, 세계, 갑순이가 하나같이 엄마 보기 탐탐치 않은 모습이다.
A. 정말 내 자식들 다 왜 이런거냐. (웃음) 맏딸 재순이는 속 썩이는 남편하고 이혼하고 경제적으로 풍요한 사람하고 재혼했는데도 늘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그래도 애 데리고 시집 갔으니 그 애 생각해서 그냥 무조건 참고 살아야 한다. 또 이혼은 절대 안 된다. 둘째는 처가살이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처가살이 좋아하지 않지만 어떻게 하겠나. 둘째 세계 역시 참고 살아야 한다. 셋째 갑순이는 갑돌(송재림 분)이하고 헤어졌으면 좋겠다. 이제 상상임신인 것도 밝혀졌으니까 서로 싱글로 돌아갈 수 있지 않냐. 서로 상생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여자가 남자를 공부하게 만들기도 하고. 그런데 둘은 그런 관계도 못 되고, 해 놓은 것도 없고, 똑같이 날탕이다. 헤어지는 게 낫다고 본다. 공부를 못하면 진취적이라도 되야 하는 거 아니냐. 둘 다 이러면 앞날에 희망이 없다.
Q. 송재림과 김소은의 동거에 대한 생각은.
A. 말이 되냐. 나는 요즘 젊은이들이 너무 빠르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이렇게 달라졌는가 싶다. 부모님한테 상의하고 주변 사람들한테도 조언을 구한 뒤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 어떻게 이렇게 쉽게 동거를 감행하냐. 그런 면에서 나는 요즘 젊은이들이 금방 이해가 안 된다. 아 이런 생각이구나 하면서 좀 한참 생각해야 한다. 내가 더듬어 가기에는 너무 빠르다.
Q. 남편(장용 분), 시누이(이미영 분) 등 속 썩이는 사람이 자식 외에도 많다.
A. 남편은 퇴직금 다 날리고 한심하지만 버릴 수는 없다. 나이가 있어 꽥꽥 거리지만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으니 데리고 살아야 한다. 자기 몸 자체가 피눈물의 역사라는 껌딱지 시누이는 떼어 놓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는데 어떻게 하겠냐. 같이 살 수밖에 없다.
Q. 많은 역할 하시면서 느낀 것들,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나를 보면 사람들이 뭐든지 잘할 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연기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그래도 감사하다. 이 한 길 파서 여기까지 온 게 말이다. 다른 사람 역할 하면서 내 속에 쌓인 어떤 것들도 분출할 수 있고, 내가 누구에게 기쁨을 줄 수도 있고, 내가 누구를 도울 수도 있다. 어머니가 자주 “아래를 보고 살아라. 그래야 살아진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삶에 무슨 기쁨이 그렇게 많겠나. 아래를 보고 살아야 내 삶이 감사한 줄 알게 된다. 그래야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이 나이 되면 주어진 거 끄덕끄덕 하면서 묵묵히 받아들이게 된다. 다시 젊게 해준다고 해도 싫다. 막 슬퍼하고 막 기뻐하고 그런 거 없이 지금은 그저 덤덤하다. 주어졌으니까, 또는 뭐 새로운 거 없나 하면서 하는 거다. 막 웃을 수 있고 막 울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 (웃음) 그래도 엄마니까 자식은 평생 껴안고 책임지고 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