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인터뷰③]'죽여주는 여자' 데뷔 50년 윤여정 "이렇게 오래할줄 몰랐다"

입력 2016-09-29 06: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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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 / CGV 아트하우스 제공
배우 윤여정 / CGV 아트하우스 제공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나 여배우야. 너네 마음대로 스케줄 잡고 그러지 마." 배우 윤여정(70)은 인터뷰 중 걸려온 급한 전화에 장난스럽게 답했다. 하지만 사실이다. 특유의 기품 있는 분위기와 쿨한 언행으로 일흔이 되도록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여배우로 사랑받는 윤여정, 그가 어느새 데뷔 50주년을 맞았다.

28일 오후 서울시 삼청동 모처에서는 영화 '죽여주는 여자'(감독 이재용/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 출연한 윤여정의 홍보 인터뷰가 진행됐다.

오는 10월 6일 개봉하는 '죽여주는 여자'는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며 먹고 사는 여자 소영(윤여정)이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여배우들'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에 이어 이재용 감독과 배우 윤여정의 세 번째 만남이다.

돌이켜보면 윤여정이 만든 얼굴들은 어딘가 파격적인데가 있었다. 치정과 복수, 살인의 중심에 선 첫 영화 '화녀'(1971)의 명자가 그 시작이다. 이어 '에미'(1985)에서는 처절한 복수에 나선 엄마를, '바람난 가족'(2003)에서는 자유분방한 할머니를, '여배우들'(2009)에서는 60대 여배우의 삶을 보여줬다. 또한 '돈의 맛'(2012)에서는 재벌가의 탐욕스러운 안주인 백금옥 역을 맡았다.

하지만 윤여정은 "맨날 파격이래"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내가 이 나이에 '감독님 제가 이런 걸 어떻게 해요'라고 할 건 아니다. 걸려 있는 CF가 있는 것도 아니니"라며 크게 웃었다.

"(전작들을) 딱히 파격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어떤 의미로는 내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적합한 역할이라고 봤다. '하녀'의 경우도 그렇다.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때는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고 노느라고 바빴지. 상관하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니 내가 물색이 없는 애일 수도 있겠네. 용감하다고 해야할지. 근데 그걸 보고 파격이라고 하더라."

영화 '돈의 맛' 스틸
영화 '돈의 맛' 스틸

어쩌면 그런 용감함이 윤여정을 50년차 배우로 만든 건지도 모른다. 비슷한 나이대의 여배우들이 누군가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로 머물 동안 윤여정은 누군가의 무엇이 아닌, 배우 윤여정으로 살았다. 그의 필모그래피가 통념을 깨는 역할들로 가득 찬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세월이 참 빠르다. 돌이켜 보면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재미있는 순간도 많았다. 나는 내가 이렇게 오래 배우를 할지는 몰랐지. 근데 이 일을 해서 좋다.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가 있으니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아무래도 첫 영화 '하녀'가 아닐까. 첫사랑이 기억에 남듯이 말이다."

윤여정은 "내가 정신이 나가기 전까지는 오늘을 살려고 한다"라며 무서운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마음은 그렇게 먹었지만 죽음은 싫다. 그래서 이렇게 활발하게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몇 년 전 보자마자 눈물이 터진 책이 있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의 '조용한 걸음'으로라는 책의 서문이다. '내게 이제 괴로워하며 진지하게 정색하고 아프게 따지며 힘들여 셈할 일들이 얼마나 남았겠는가. 허망함을 허맘함으로 받아들이는 관용을 요즘 훈련 중에 있다. 내일 아침에 해는 뜰 것이고 세상 사람들은 열심히 살아가리라. 그걸 바라보면서 난 조용한 걸음으로 운명을 밟아야지'라는 내용이다. 정말 좋아서 외웠다. 나 역시 그 글처럼 조용한 걸음으로 내 운명을 밟아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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