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21st BIFF결산②]구색만 갖춘 BIFF, 스물 한 살의 아쉬움

입력 2016-10-10 06: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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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

[헤럴드POP=부산, 성선해 기자] 형식은 갖췄지만 내실은 부족했다. 스물한 번째 BIFF, 과거의 영광은 어디로 간 걸까.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지난 6일부터 부산 일대에서 열렸다. 지난 1996년 시작됐으며,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최대 비경쟁 영화제다. 또한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축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무 살이던 지난해부터 BIFF는 위기론의 주인공이 됐다.

앞서 지난 2014년 제19회 BIFF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 벨'이 상영됐다. 이를 두고 부산시는 BIFF가 정치적 성격을 띤 행사로 변질됐다고 봤다. 그 결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부산시에 고발당했다. 갈등은 1년 넘게 지속됐다.

영화인들은 이를 BIFF의 자율성 박탈로 봤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축제는 의미가 없다는 것. 이에 국내 영화인들 모임 '부산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 결과 올해 BIFF에서 상반기 주요 흥행작 '터널'과 '부산행' 등을 볼 수 없었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찾은 스타들 / 이지숙 기자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찾은 스타들 / 이지숙 기자

같은 맥락으로 많은 영화인들 역시 BIFF 불참을 택했다. 예전에 비해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은 스타들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은 이 때문이다.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김의성은 '영화제의 독립성을 보장하라(Independent film festival for BUSAN)'라고 적힌 피켓을 등장하기도 했다.

게다가 BIFF가 부산시와 갈등을 겪으면서 후원 요청 준비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 했다. 이는 기업 협찬금 축소로 이어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제21회 BIFF의 협찬 규모는 지난해보다 2~30%가량 적다. 영화진흥위원회 지원금마저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BIFF 측은 상영관의 범주를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일대 영화관으로 한정했다. 영화제가 처음 시작된 남포동 극장가는 빠졌다. 또 마린시티 '영화의거리'에서 열리던 스타로드(레드카펫) 행사는 취소됐으며, 각종 컨퍼런스와 포럼 역시 축소됐다.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무너진 해운대 비프빌리지 / 이지숙 기자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무너진 해운대 비프빌리지 / 이지숙 기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막식을 하루 앞둔 5일, 태풍 차바가 부산 일대를 덮쳤다. 이로 인해 해운대에 설치한 야외무대 비프빌리지가 파손됐다. BIFF의 명물이던 영화인과 관객의 바닷가에서의 만남이 사라졌다. 여기에 비까지 연이어 내리면서 행사는 영화의 전당과 CGV 센텀시티 부근, 동서대 센텀 캠퍼스 등으로 한정됐다.

이에 대해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개막식에서 "모든 행사를 준비하면서 늘 어려움을 겪는다. 올해 BIFF는 특히 여러 일들이 많았다"며 의미심장한 소회를 털어놨다. 이어 "더욱이 어제 부산 지역 큰 비로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었다"라며 무거운 마음을 표현했다.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 / 이지숙 기자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 / 이지숙 기자

사실 제21회 BIFF의 본 행사에 해당하는 초청 영화 상영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다. 5개 극장 34개 스크린을 통해 69개국 301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하지만 알맹이라 할 수 있는 한국 영화 관련 콘텐츠가 영화인들의 보이콧으로 축소되면서 구색만 갖춘 모양새가 됐다.

지금 BIFF에게 가장 필요한 건 영화제 본연의 자율성 확보에 대한 확신이다. 이 본질적 과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BIFF를 둘러싼 갈등은 다음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막 성인식을 치른 BIFF,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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