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시소’ 이동우에게 친구란, 임재신은 어떤 존재인지 들어봤다.
이동우는 최근 서울 삼성동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헤럴드POP과 인터뷰를 갖고 다큐멘터리 영화 ‘시소’(감독 고희영/제작 SM C&C) 임재신과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시소’는 볼 수 없는 사람과 볼 수만 있는 사람, 두 친구의 운명같은 만남과 우정 그리고 특별한 여행을 그린 감동 다큐멘터리다.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어 앞을 못 보는 남자 이동우와 근육병 장애로 앞만 보는 남자 임재신이 제주 여행을 떠나 아버지와 가장이라는 삶의 무게와 아픔을 공감하며 진정한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담았다.
이동우는 “임재신에게 처음 연락을 받은 건 6~7년 전이었다. 스케줄을 가야 하는데 매니저가 갑자기 너무 울더라. 그동안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까 놀랐다. 처음엔 운전하고 오다가 무슨 사고 난줄 알았다”고 운을 뗐다.
근육병으로 얼굴 아래로는 움직이지 못하는 임재신은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이동우의 사연을 듣고 자신의 망막을 내주겠다고 전화를 걸었다. 볼 수 있는 것, 눈 하나밖에 남지 않은 임재신이 자신의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인 눈을 주겠다고 했을 때, 이동우는 숨도 못 쉴 정도로 펑펑 울었다고 한다. 비록 이동우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망막 이식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나, 임재신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했다고. 그렇게 임재신과 이동우의 인연이 시작됐고 두 사람은 ‘시소’를 통해 함께 여행까지 떠나게 됐다.
이동우는 “굉장히 놀랐는데 매니저가 머뭇거리다 이야기를 하더라. ‘형님, 세상에 이런 일도 있네요’라며 장난전화인줄 알았는데 임재신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눈물이 나와서 들을 수 없었다더라. 그 이야기를 듣는 나도 눈물이 나서 차를 출발시키지도 못하고 남자 둘이 부둥켜안고 엉엉 울기만 했었다”고 말했다. 만약 이동우라면 임재신처럼 하나 남은 시각을 내줄 결심을 할 수 있었을까? 이동우는 “‘만약 나라면?’ 이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그런데 난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게 못 할 것 같단 생각이다. 그렇게까지는 못한다. 난 누군가와 같이 즐겁게 재밌게 사는 걸 지향하고, 내가 가진 것을 선물하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임재신처럼 그렇게까지는 못 한다. 적어도 두 개 정도는 있어야 그 중 하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거지, 딱 하나 있는 건 못 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인연은 언제라도 소중한 법. 특히 나이를 먹고 어른이 돼서, 그리고 장애를 얻고 난 뒤 만난 두 남자는 서로가 서로에게 더욱 특별했다고 한다. 이동우는 “이 사람이 정말 내 친구라고 확신을 갖게 된다면 그 사람이 내 앞에 없어도 된다. 그게 친구라고 본다. 지금까지 내가 관계를 갖고 쭉 유지해왔던 친구들도 참 많겠지만, 일반적으로 친구에 대해서 갖는 생각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친구는 자주 만나서 서로 이야기를 가감 없이 다 털어놓고, 조건 없이 사람을 대해야하고,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대한 기쁨이 커야한다? 의리 이런 거? 그런데 임재신을 통해 배우게 된 것이 있다. 진정한 친구에 대한 개념이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라고 말했다.
“친구는 그냥 내 마음속에 들어오는 존재이지, 굳이 나랑 마주앉아서 술잔 기울이고 세상 푸념하고 어렵게 들어주고 때론 가벼운 오해로 싸우고 1~2년 안보고 이런 존재가 아니란 걸 말이다. 그냥 편안하게 마음에 담기는 존재. 그래서 굳이 얼굴을 안 봐도 된다. 정말 친구가 있다면 둘 중 하나가 죽어서 없어진다 하더라도 영원한 거잖나. 내 마음속에서 말이다. 살아서 자주 만나고 나누고 하는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건 비지니스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지. 자주 만나서 거래하듯 어울리는 거 말이다. 반면 하늘 올려다봤을 때 그 사람 생각을 하면 마음이 충만해진다면 그게 진짜 친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시소’ 2편을 찍는다면 또 임재신과 함께 할 생각인지 물었다. 이에 이동우는 “다른 장애인을 알아보려 한다. 이번엔 다운증후군인 친구가 어떨까 싶다”며 “‘제8요일’이라고 실제 다운증후군 영화배우가 나온 작품이 있다. 그건 극영화이긴 한데, 우리나라에서도 꼭 주연이 아니더라도 비중 있는 역할을 줘서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수준이 그 정도 됐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많이 올라 왔잖나. 그러니 그런 명작 하나쯤 나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이동우는 “절박하거나 힘든 건 다큐멘터리로 몰아넣지 않나.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말이다. 난 그런 거 말고, 장애인을 주인공으로도 상업영화를 만들어서 모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임재신은 ‘시소2’를 찍으면 유럽으로 가야겠다고 하더라. 자기 마스크가 동양적이지 않고 서구적이라고 말이다. 거길 가서 배우를 하게 영화감독을 알아보겠다고 해서 알아서 가라고 했다”고 농을 던졌다. 그만큼 임재신을 향한 이동우의 진한 우정도 느껴졌다. 이와 함께 이동우는 “분명 누군가는 ‘시소’를 보게 될 건데, 그렇다면 난 이 영화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어떤 모습으로 보여 질까 곰곰이 생각했다”며 “요즘 사람들이 많이들 아파한다. 장애인이 되고나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는지 알게 됐다. 그런데 다들 아프단 이야기를 못하고 살아간다. 남들도 다 그러고 사는데 그러면서 말이다. 왜 아픈 사람은 아프다고 이야기를 못하는 걸까? 특히 마음이 아프면 더 그런다. 이가 아프면 치과에 가고 두통이 오면 약국 가서 약을 사먹는데 마음이 아프면 이야기를 잘 안한다. 그러다보니 이 아픔이 쌓이고 곪을 대로 곪아서 분노가 일어나는 거다. 분노와 분노가 만나다보니 큰 사고로 이어지고. 지금 현재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더라. 아무렇지 않은 척 센척 하는데 그런 사람들끼리 만나다 보면 그렇게들 싸운다. 서로를 보면서 나쁘다고. 그런데 나쁜 게 아니라 아프다. 나쁜 사람은 별로 없다. 다 아픈 사람이다”고 말했다.
“힘드니까 신경질이 쉽게 나고, 그러니 서로 멱살 잡고, 심지어 칼로 찌르는 거다. 난 안다. 우리 모두가 아프단 걸. 영화를 보고나서 대상이 누구든 상관없다. 부모가 자식에게, 자식이 부모에게 아프다고 말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객 200명이 들었을 때 한명이라도 그런 마음, 그런 용기를 갖길 바란다. 그럼 사고 없는 세상이 만들어진다.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이 성공과 실패를 저울질하고 가늠하고 그러는데 성공, 실패 이런 건 모두 나팔 부는 이야기고 적어도 사고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해줘야하지 않겠나. 사고 많은 세상으로 만들었고, 배가 뒤집혔다. 우린 똑똑히 기억한다. 우리가 만든 배에 태웠고, 아이들이 탄 배가 뒤집혔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적어도 그런 세상은 아니었으면 한다. 그 배도 자기밖에 모르는 아픈 사람이 만든 것 아닌가. 그래서 늘 기도한다. 사고 없는 세상이길.”
한편 ‘시소’는 오는 11월10일 개봉한다.
★☆영화 '시소' 이동우 인터뷰★☆ [팝인터뷰①]이동우 "앞 못보는 시각장애인에겐 매 순간이 도전" [팝인터뷰②]'시소' 이동우 "나라면 임재신처럼 망막기증 결심 못했죠" [팝인터뷰③]'시소' 이동우 밝힌 #장애 #SM #틴틴파이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