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도무지 한계란 모르는 조정석이다. 이쯤 되면 코믹연기 장인이라 불러야겠다.
영화 ‘건축학개론’ 납뜩이로 충무로에 혜성같이 나타난 조정석. 드라마 ‘더 킹 투 하츠’에서는 은시경 역으로 지고지순 기사도 로맨스를 보여주며 전국 여심을 들끓게 하더니 영화 ‘관상’에선 조선판 각기춤으로 900만 관객을 홀린 그다.
이어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유방암에 걸린 마초 기자 이화신으로 남자 주인공의 신기원을 연 조정석이 이번엔 영화 ‘형’(감독 권수경/제작 초이스컷픽쳐스)으로 자신의 코믹연기 완결판을 관객에게 선물한다.
‘형’은 유도 국가대표 고두영(도경수)이 경기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이 소식을 들은 사기전과 10범 형 고두식(조정석)이 눈물의 석방 사기극을 펼친 끝에 1년간 보호자 자격으로 가석방돼 벌어지는 동거 스토리를 그린다.
조정석은 ‘형’에서 죄책감이란 1도 느끼지 않고 얼굴을 바꿔가며 사기를 일삼는 형 고두식을 연기했다. 가석방 심사에서 성경책을 끌어안고 실명된 동생 고두영의 신문 기사를 꺼내 보이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지만, 막상 가석방이 되자 앞 못 보는 동생 두영에게 ‘장님’ ‘개새’ 등의 폭언을 일삼는 인물이다.
하지만 어쩐지 조정석이 연기하니 밉지 않은 고두식이다. 분명 입엔 걸레를 물었는지 말끝마다 욕이 따라 붙고, 두영의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는 인물이건만 가끔씩 챙겨주는 그의 친절함은 보는 이를 흐뭇하게 만든다. 겉으로는 시력을 잃은 동생 두영의 고군분투 세상 밖으로 나오기 프로젝트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기꾼 형 두식의 갱생 프로젝트 같다고나 할까.
특히 ‘형’에서 보여준 조정석의 애드리브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함께 연기한 박신혜는 “조정석의 생각도 못한 애드리브 때문에 당황에서 NG를 많이 냈다”며 “현실감 넘치게 대사를 해서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고 밝혔다. 반면 조정석은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걸 최대한 나만의 색깔을 입히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에 있는 기존 대사마저도 맛깔스럽게 살려낸 조정석의 소화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더욱이 조정석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납뜩이를 오마주하는 장면을 ‘형’에 담아냈다. "그게 키스야?" 이후 또 다른 명대사의 탄생이다. 굳이 납뜩이 이미지를 떨쳐내려 하지 않고, 오히려 납뜩이를 이용해 웃음을 배가시킨 조정석이다. 지긋지긋 할만도 하건만 조정석은 여전히 납뜩이 이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이는 ‘형’에서 더욱 빛났다.
물론 코믹연기만 있는 건 아니다. 극 후반부 다소 신파라 여겨질 수 있는 스토리로 흘러감에도 지루하지 않은 건 조정석의 능청스러움 때문이리라. 신파를 신파답지 않게 풀어내기 위해선 그만한 연기내공이 필요하다. 그리고 조정석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울지 않으려 해도 결국엔 관객의 눈물을 뽑아내고야 마는 조정석이다.
이렇듯 조정석의 미친 열연과 애드리브, 섬세한 감정연기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영화 ‘형’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