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팝인터뷰①]서인국 "'쇼핑왕 루이',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시작"

입력 2016-11-27 0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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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노윤정 기자] “마지막 촬영 일주일 전부터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굉장히 서운한 거예요” 서인국이 ‘루이’를 떠나보내며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서인국은 지난 11월 10일 종영한 MBC 드라마 ‘쇼핑왕 루이’에서 타이틀 롤 ‘루이’ 역을 맡아 출연했다. ‘쇼핑왕 루이’는 사고로 기억을 잃은 재벌 3세 루이와 강원도 산골에서 갓 상경한 고복실(남지현 분)의 풋풋하고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 안에서 서인국은 철없으면서도 사랑스럽고, 세상 물정을 몰라 사고를 쳐도 결코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루이의 매력을 십분 살리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제가 이렇게까지 귀여움을 표현하려고 했던 작품은 거의 처음이라고 생각해요. 그 전에도 귀엽고 발랄한 캐릭터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강아지가 되겠다는 각오를 하고 시작했어요. 그래서 ‘조금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조금 더 귀여울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아요. 물론 혼자만의 싸움은 많이 했어요. 제 성향이랑 워낙 달라서요. 아쉽고, 한 편으로는 내가 이렇게까지 한 걸 사람들이 받아들여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고, 복합적인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38 사기동대’ 끝나고 일주일 후에 바로 촬영에 들어갔어요. 전혀 성향이 다른 드라마잖아요. 그래서 초반에는 힘들었어요. ‘38 사기동대’는 연기적인 면에서 100%를 표현하고 싶었지만, 감독님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감독님이 ‘가만히 있어도 표현할 수 있는 그런 감성을 표현하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쇼핑왕 루이’는 100% 이상의 표현을 요구했던 캐릭터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초반에는 힘든 점이 있었어요”

‘쇼핑왕 루이’는 방영 당시 SBS ‘질투의 화신’, KBS 2TV ‘공항가는 길’과 동시간대 시청률 경쟁을 벌였다. ‘질투의 화신’은 ‘쇼핑왕 루이’와 동일한 장르의 작품으로 이미 동시간대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상황이었고, ‘쇼핑왕 루이’와 같은 날 첫 선을 보인 ‘공항가는 길’은 김하늘과 이상윤의 정통 멜로를 내세워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게다가 ‘쇼핑왕 루이’는 기억상실, 신데렐라 스토리 등 진부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소재들이 극의 중심 이야기를 형성했고, 한 사람은 강원도에서 와 서울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다른 한 사람은 기억을 잃는다는 설정이 서인국도 대본 리딩 전 ‘드라마지만 지나치게 드라마틱한 것 아닌가’라고 우려할 정도였다. 때문에 방영 전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첫 방송 시청률 역시 저조했다. 5.6% 시청률로 동시간대 3위를 기록하며 출발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뻔한 소재들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단점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정화시키는 듯한 ‘청정 스토리’, 극의 코믹 요소를 배가시키는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가려졌고, 시청자들의 호평으로 말미암아 꾸준한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최고 시청률 11.0%(12회), 마지막 회 시청률 8.9%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최하위로 시작해 1위까지 올랐다. 방영 전 졍쟁작 중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던 ‘쇼핑왕 루이’의 유쾌한 반전이었다.

“저희가 결과적으로 뭔가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대한 뿌듯함이 커요. 실제로 저희는 ‘약체’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대중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신 부분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저희가 보여준 부분이 크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정말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어요. ‘쇼핑왕 루이’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코믹적인 요소가 큰 드라마도 많았지만, 저희 드라마의 설정적인 부분 있잖아요. 갑자기 노래가 나온다든지, ‘파스맨’이라든지, 이렇게 드라마에서 잘 나오지 않는 독특한 감성과 CG(컴퓨터그래픽) 같은 것들이 좋았어요. 그래서 잘 되면 엄청 잘 될 것이고, 아니면 마니아층만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었죠. (…) 첫 회 보고 감독님이랑 이야기했는데 저는 서정적인 느낌이라서 좋았어요. 어차피 저희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알잖아요. 물론 시청자분들은 1회가 아쉽다고 많이 이야기하셨는데, 저는 앞으로 다가올 굉장한 재미들을 아니까 서정적인 느낌도 좋았던 것 같아요”

서인국의 말처럼 ‘쇼핑왕 루이’는 독특하고 만화적인 상상력이 더해진 듯한 장면들로 폭소를 유발했다. 루이가 온 몸에 파스를 붙이고 밤거리를 내달렸던 ‘파스맨’ 장면뿐 아니라, 첫 회 루이가 쇼핑하는 화면 위로 ‘픽 미(Pick Me)’가 삽입됐던 장면 역시 ‘쇼핑왕 루이’가 추구하는 유쾌함을 고스란히 드러낸 장면이었다.

“‘픽 미’ 씬 때, 감독님과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원래는 ‘픽 미’라는 단어마다 커트가 탁 탁 넘어가는 건데, 그건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을까 싶었죠. (…) 저희가 감독님과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게, 코믹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이잖아요. ‘저희가 웃겨드릴게요’ 하는 것들이 시청자들에게 통할까, 이런 이야기를 엄청 했어요. 촬영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그런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파스맨’ 씬에서도 퀸 노래가 나오고. 그런 게 사실 요상한 코드잖아요. ‘픽 미’ 씬이 그 스타트를 잘 끊어준 것 같아요. ‘우리 드라마는 이런 겁니다’라고 소개했을 때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결과가 좋은 것에 대해 뿌듯하죠”

뿌듯할 만했다. ‘쇼핑왕 루이’는 ‘시청자가 키운 드라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청자들의 호평과 입소문으로 흥행을 이룬 작품이다. 대본, 연출, 연기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 ‘웰 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은 가운데, 특히 서인국의 연기는 극의 흥행에 크게 일조했다. 그는 루이라는 캐릭터를 제 옷 입은 듯이 편안하고 마침맞게 소화해냈다. 당연히 ‘쇼핑왕 루이’로 이룬 기록이 자랑스러울 만했다.

“대본, 설정적인 것을 봐도 굉장히 독특한 매력이 있잖아요. 그래서 제 연기까지 과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특히 설정적인 부분이 강한 씬은 삼박자가 다 뛰어다니면 정신없을까봐 오히려 많이 낮추면서 연기했어요. 서정적인 부분에서는 연기적인 걸로 호흡을 올리려고 했죠”

특히 극 중 서인국은 ‘멍뭉미’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귀여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했다. 티 없이 해사하게 웃는 모습이나 사고를 치고서는 눈썹과 입 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풀 죽어 있는 모습, 아이 혹은 강아지를 연상시키는 행동들이 마냥 사랑스러웠다. 이런 평가들에 대해 정작 서인국은 본인의 실제 성격과는 차이가 있다며 멋쩍어 했다. 그렇다면 루이의 행동들을 자연스럽고 어색함 없이 해낼 수 있었던 노하우는 무엇이었을까.

“이런 말하면 이상할지 모르겠는데,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들이 SNS에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시잖아요. 그런 데 올리시는 걸 보면 강아지가 가만히 있는 것보다 애교부리거나 혼자 잠들 때, 장난칠 때, 사고 쳤을 때, 그런 것들이거든요. 그런 것들에서 도움을 많이 받긴 했어요.(웃음) 나중에 보면 황금자 여사(황영희 분) 무릎에 누워서 애교 부릴 때가 있는데, 제가 몸을 비비고 그러거든요. 그건 강아지들이 너무 기분 좋아서 배 까고 그러는 걸 상상했어요. 그래서 혼자만의 싸움을 많이 했다니까요? 전 인간인데, 다른 동물을 사람화 시킨 연기를 받아들여 줄 수 있을지 그런 의문이 있었어요”

“대본에 ‘강아지 같다’는 등 그런 설명은 없어요. 그런데 누가 봐도 읽으면 강아지 같은 느낌이에요. 애교가 엄청 많은 스타일은 또 아니잖아요. 그냥 감정에 솔직해서 나오는 표현인데, 루이 성향이 좀 그런 것 같아요. ‘38 사기동대’ 양정도가 본능적으로 표현하는 게 거친 느낌이라면, 루이는 살아왔던 환경을 봤을 때 본능적으로 표현하는 것들이 거친 것보다 혼자 앓는 느낌이 있어요. 혼자 억울해하고, 혼자 삐지고, 혼자 기분 좋아하고. 그런 것들을 표현했을 때 좀 귀엽게 생각할 수 있는 요소가 있지 않나 해요”

물론 극을 이끌어가는 것은 배우 한 사람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배우들과 제작진의 호흡, 배우들 간의 호흡이 중요하다. 로맨틱코미디를 표방하는 ‘쇼핑왕 루이’는 무엇보다 메인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서인국과 남지현의 로맨스 호흡이 중요했다. 이 점에 대해 서인국은 상대 배우였던 남지현을 추켜세웠다.

“2부를 보시면 루이가 복실한테 거의 질문밖에 안 해요. 질문하는 그 톤을 다 다르게 해야지 2부 자체가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많은 리허설을 했어요. 남지현 씨한테 고마운 게, 굉장히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배우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어떤 것을 해도 받아들여줘요. 그게 저도 지향하는 부분이고 그래서 리허설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런 부분이 비슷하다 보니까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최고의 호흡을 만들어냈던 것 같아요”

“나이 차이 걱정은 그렇게 많이 하진 않았어요. 같이 연기하면서 느낀 건데 남지현 씨가 엄청 성숙해요. 장난으로 제가 ‘선배님 오셨습니까’ 이러기도 했지만, 그 친구가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굉장히 성숙한 친구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감정을 보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를 가지고 있으니까 같이 작업하기 너무 편한 거예요. 뭘 해도 수용해주고 또 다른 표현을 해주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씬이 굉장히 많았고, 많은 분들이 재미있어 해주신 것 같아요”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도 마찬가지였다. 단 한 번도 큰소리가 난 적이 없다는 ‘쇼핑왕 루이’ 촬영장은 늘 화기애애했다. 연기할 때 웃음을 잘 참는다는 서인국도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는 웃음이 터져 정신을 못 차렸었다고 표현했을 정도.

“오대환 형님과는 ‘38 사기동대’를 같이 했잖아요. 너무 다른 사람인 거예요. 2부 마지막에 루이한테 우산을 씌워주면서 ‘너의 우산이 되어 줄게’ 하는 씬이 있는데, 다들 못 느끼셨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늑대의 유혹’ 강동원 패러디예요. 그런데 ‘홀리데이’에서 최민수 선배님이 우산 속에서 웃는 그 씬 같이 완전 무서운 거예요. 그래서 제가 눈 좀 선하게 뜨라고 했어요”(웃음)

“윤상현 형님께서는 호흡이 강한 느낌이었잖아요. 그 캐릭터가 카리스마도 있고, 본능을 누르려고 노력하는 유일한 캐릭터였어요. 그걸 맞추려고 오히려 저는 포인트로 한 번씩만 형님을 따라하거나 했는데, 그 안에 재미있는 그림이 너무 많아서 웃음이 멈춰지지도 않았어요. 또 배우들이 호흡을 맞출 때 감독님도 마음껏 해보라고 컷을 잘 안 해주세요. 그래서 오히려 저희 애드리브를 살리고 다른 것들을 손봐주신 경우가 많았어요”

서인국은 ‘쇼핑왕 루이’를 이야기하는 내내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타이틀 롤을 맡아 이끌었고, 그 결과가 좋아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3개월여 애정을 쏟아부었던 작품, 그 결말도 마음에 들었을까.

“결말이 좋았던 게, 결혼하는 모습이 상상으로 나오고 둘이 같이 밤을 지새우는 씬이 나왔잖아요. ‘그래서 둘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느낌이었어요. 저희 드라마의 동화적인 느낌이 함축적으로 잘 표현됐던 것 같아요. 나중에 루이가 복실과 아이를 낳아 이름을 지으면 루이 2세, 루이 3세 이렇게 이름 짓고 살았을 것 같다, 루이가 우겨서 복실 2세, 복실 3세 이렇게 지었을 수도 있다. 그런 아이디어도 있었어요. 또, 저랑 똑같은 애가 나와서 ‘밥 줘, 돈 줘’ 이러고, 복실이랑 똑같은 애가 보살피고.(웃음) 그렇게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로 궁전 같은 곳으로 복실을 데려가는 것도 아니고, 루이가 살면서 가장 행복을 느꼈던 그 순간으로 가서 마무리를 짓는 게 동화적이고 만족스러웠어요”(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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