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황수연 기자]남성 중심의 충무로에 감독과 주연 배우가 모두 여성인 영화가 찾아온다. 흔한 모성애를 소재로 했다고? 천만에. 모성애이기에 더 눈을 뗄 수 없는 숨 막히는 스릴러가 펼쳐진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제작 다이스필름)은 워킹맘 지선(엄지원)이 딸 다은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진 보모 한매(공효진)의 이름과 나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단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5일간의 추적을 그린다.
어느샌가 한국 영화계는 남자들의 세계를 그린 영화들이 주를 이뤘고, 이는 곧 남성 영화의 범람으로 이어졌다. 출연할 영화가 없다는 여성 배우들의 답답한 외침처럼 여성은 주인공의 캐릭터를 뒷받침해주는 감초 역할을 주로 맡았다. 여성 주연 영화는 저예산 영화 쪽으로 눈을 돌려야만 했다.
'미씽: 사라진 여자'가 제작 초기 단계에서 좋은 시나리오로 소문이 자자했음에도 투자자들이 쉽게 나타나지 않은 이유였다. 모두가 여성 중심인 이 영화의 흥행에 의문을 제기했고, 이는 곧 투자의 망설임으로 이어졌다. 영화 한 편의 흥망에 생존이 걸린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보다 안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지만, 어째 씁쓸한 자본 논리의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여성 감독과 배우들이 뭉쳤다고 '여성 영화'라고 단정 지어 불리는 현실은 조금 웃프다. 얼핏 들으면 여권 신장을 다룬 영화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미씽: 사라진 여자'는 남녀노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며, 충분히 일어날 법한 현실적인 소재들 다룬다.
오히려 이언희 감독과 엄지원, 공효진의 시각이 담겼기에 더욱 리얼해졌고, 섬세한 감정선이 가능했다. 한 장면을 촬영할 때마다 좋은 방향을 찾아가기 위해 이언희 감독과 두 배우가 촬영장 안팎에서 치열한 토론과 대화를 나눴다는 후문이다. 관객들을 사로잡을 강한 스릴러는 '미씽: 사라진 여자'의 핵심이다. 진한 누아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의리와 배신, 화려한 액션과 피가 흥건한 잔인한 장면은 없지만 대신 손에 땀을 쥐는 반전이 있다. 이언희 감독은 지선이 한매의 진실을 파헤쳐 가는 과정을 5일이라는 시간적 제한을 두고 짜임새 있게 그려냈다. 편집과 음악으로 긴박함을 고조시켰고, 동시에 배우들의 처절한 연기가 더해졌다.
무엇보다 캐릭터가 역대급이다. 잃어버린 딸을 찾아 한매의 흔적을 쫓는 지선을 연기한 엄지원은 이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비밀스러운 중국인 보모 한매를 연기한 공효진은 최근작인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 표나리의 향기를 지워내며 완벽한 반전을 선사한다. 엄지원이 "우리 작품은 공효진의 연기 변신을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정도로 '미씽: 사라진 여자'는 두 여배우의 합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영화는 어둡고 불편한 현실을 그리지만, 홍보만큼은 유쾌하다. 최근 '미씽: 사라진 여자'의 홍보 스케줄을 따라가보면 이 작품이 꼭 코미디 영화라고 느껴질 정도다. 여배우들은 왠지 도도할 것만 같은 이미지도 선입견이다. 엄지원과 공효진은 같이 한 방을 쓰며 친분을 다졌다. 엄지원은 "영화 안에서는 한매 때문에 힘들었는데, 영화 밖에서는 공효진에게 많은 힘을 얻었다"며 파트너 공효진에게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엄지원에게 친 언니처럼 의지하는 공효진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충무로에서 여성 영화는 흥행이 힘들다는 시선을 딛고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졌다. 지난 21일 언론배급시사회와 VIP 시사회에서는 첫 선을 보인 이후로 연일 호평이 계속되고 있다. 우선 시작은 좋다. 언니들의 진한 스릴러, 한 방이 가능할까. 30일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