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판도라’ 김명민이 현실의 민낯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무능한 대통령을 압도적 존재감으로 표현해낸 김명민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정도로 ‘판도라’의 대통령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관객의 주먹을 불끈 쥐게 한다.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제작 CAC엔터테인먼트)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연가시' 박정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4년간의 기획을 거쳤다. 여기에 김남길, 문정희, 정진영, 이경영, 강신일, 김대명, 유승목, 김주현 그리고 김명민이 출연한다.
‘연가시’로 박정우 감독과 흥행 콤비를 이뤘던 김명민은 감독과의 의리로 ‘판도라’에 특별출연했다. “‘판도라’ 대통령을 연기할 배우는 대한민국에 김명민 밖에 없다. 김명민이 출연하지 않는다면 대통령 캐릭터를 대폭 축소할 것”이란 박정우 감독의 말에 ‘판도라’에 합류한 김명민은 무능력한 대통령을 사실감 넘치게 그려냈다. 결과적으로 김명민 특별출연은 ‘판도라’의 신의 한 수였다.
김명민이 연기한 ‘판도라’의 대통령은 그야말로 허수아비, 꼭두각시나 다름없다. 총리(이경영)의 주도 하에 국정 운영이 이뤄지고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보고 또한 총리의 검열 하에 진행된다. 때문에 원자력발전소 한별 1호기 시설이 노화돼 폐쇄를 요청하는 보고서 또한 비선 라인을 통해서야 받게 된 대통령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사태를 알게 됐을 땐 늦어도 한참 늦은 상황. 뒤늦게 수습해보려 해도 총리와 원자력발전소 관계자들에게 저지당하는 대통령이다. 결국 제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지진이 발생하고 원자력발전소에서 1차 폭발이 일어나고도 대책 하나 내놓지 못하는 무능한 대통령의 모습은 흡사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와 닮아 있어 답답함을 안긴다.
그동안 작품에서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던 김명민은 무능함의 끝을 보여주며 무기력한 정권의 허수아비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난 별로 한 게 없다”는 김명민의 말처럼, 아무것도 한 것이 없으니 오히려 더 현실적이다.
중동 순방 후 귀국하는 대통령을 보며 “나랏일 때문에 힘들 것”이라고 맹목적 지지를 보내는 재혁(김남길)의 어머니 석여사(김영애)와 같은 국민들. 하지만 대통령은 결국 국민에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꺼내게 된다. 참으로 답답하고 울분 터지는 현실, 아니 영화다.
‘판도라’에서 가장 많이 했던 대사가 “죄송합니다”였다는 김명민은 촬영 중에도 재난 현장에 가지 않고 청와대 세트장에서 럭셔리한 슈트를 입은 채 연기했다. “재난 현장에 가본 적 없어서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는 김명민이다. 그마저도 영화 그리고 현실과 맞닿아 있으니 영화가 현실인지, 현실이 영화인지 모를 지경이다.
한편 ‘판도라’는 오는 12월7일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