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운명을 바꿔줄 왕자님이 없어도 괜찮다. 디즈니 프린세스, 드디어 독립적인 히로인이 됐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모아나'(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는 바다가 선택한 소녀이자 족장의 딸인 모아나(아우이 크라발호)가 부족의 터전이자 저주받은 섬 모투누이를 구하기 위해 신이 선택한 전설 속의 영웅 마우이(드웨인 존슨)와 함께 모험에 나서는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이다.
'모아나'는 '겨울왕국'(2014) '주토피아'(2016) 등 디즈니 흥행 신화를 이끌었던 주요 제작진들이 참여한 작품이다. 특히 유럽 고성이나 탑이 아닌, 열대섬에 사는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점이 눈에 띈다. 이 애니메이션의 배경은 오세아니아 동쪽 폴리네이시아 제도로, '모아나'는 그들의 언어로 바다를 뜻한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모아나의 모험이 펼쳐지는 주 무대이기도 하다. '모아나' 속 바다는 의인화돼, 사람처럼 행동하고 반응한다. 바다가 택한 소녀는 위기에 처한 부족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모험심을 활용한다.
그간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거쳐간 공주들은 많았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백설공주' '인어공주' 등이 대표적이다. 가장 최근에는 '겨울 왕국'을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모아나는 이들과는 가는 길이 다르다.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지체 높은 신분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모아나는 과거 디즈니 프린세스들과 비교했을 때 훨씬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다.
이를 드러내는 가장 극명한 차이점은 왕자의 존재 여부다. '모아나'에는 위기에 처한 미녀를 구하기 위해 달려오는 왕자가 없다. 남자 주인공은 폴리네시아 문화권의 전설적 영웅 마우이로, 그는 인간들을 위해 활약하다 섬에 갇혀버린, 저주에 걸린 반신반인이다.
모아나는 천신만고 끝에 마우이를 찾아내, 모투누이 섬에 닥친 재앙을 해결하고자 한다. 하지만 마우이는 모아나에게 협조적이지 않다. 첫눈에 반하는 일도 없다. 그는 그저 누군가에게 추앙받고 싶고, 인정받길 원하는 공명심 가득한 인물이다. 오히려 그는 모아나를 귀찮고 쓸모없는 존재로만 여긴다. 실종된 남녀 주인공들의 로맨스, 그간의 공식을 깨는 전개다.
그렇다면 위기에 처한 모아나에겐 누가 손을 내밀까. 바로 자기 자신이다. 모아나는 처음에는 마우이의 능력에 의지하려 하지만, 곧 자신의 힘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는 바다가 선택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신에게 유리구두를 신겨줄 것이라는 신데렐라 콤플렉스에서 탈출한 진정한 히로인의 탄생인 셈.
'모아나'는 폴리네시아 제도 문화권의 전설을 차용해, 보다 진일보한 디즈니 프린세스를 보여줬다. 모아나의 강인한 의지와 정신력은 역경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준다. 수동적이던 여성 캐릭터의 진화다. 오랜 역사와 전통의 디즈니 공주님 계보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모습이 바뀌었다.
선입견과 편견을 부수는 전개 외에도 '모아나'는 미덕이 많은 작품이다. 디즈니는 아날로그 작업 방식에 최첨단 CG를 더해 오세아니아 해역의 아름다운 풍광을 스크린에 옮겨왔다. 바다는 모아나가 성장통을 겪는 공간이기도 하다. 여기에 지상낙원을 연상케 하는 모투누이섬 사람들의 일상까지, 눈이 즐거워지는 화려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시그니처인 OST를 듣는 재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아우리 크라발호는 청아한 목소리로 주제곡' 하우 파 아윌 고'(How Far I’ll Go)를 열창했다. 말 잘 듣는 순종적인 딸로 살고 싶지만, 그러기엔 수평선과 맞닿은 바다가 자신을 부른다는 가사는 그의 모험심과 도전정신을 상징한다. '겨울왕국'의 히트송 '렛 잇 고(Let it go)' 못지 않은, 16세 소녀의 당찬 자유선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