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자신의 실제 고민마저도 작품으로 해소한다니 천상 연기자인가보다. 배우 경수진(29)에게 '역도요정 김복주'는 남다른 의미였다.
11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극본 양희승 김수진/연출 오현종 남성우)는 바벨만 들던 스물한 살 역도선수 김복주(이성경)에게 닥친 폭풍 같은 첫사랑을 그린 감성 청춘 드라마다. 극 중 경수진은 한얼체대 3학년 리듬체조부 송시호 역을 맡았다. 수준급 실력을 갖춘 인물로 정준형(남주혁)의 전 여자친구이자 대학교의 퀸카이다.
하지만 송시호는 화려해보이는 삶 뒤에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인물이기도 했다. 그의 꿈을 위해 온 집안이 헌신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내면서 방황을 시작했었다. 경수진은 "감정 소모가 많았다. 대본에 지문도 '운다' '계속 운다' '엉엉 운다'가 많더라"라며 웃었다.
특히 7, 8회는 송시호가 처한 환경을 드러내면서도, 감정소모가 많은 신이 몰려있는 회차였다. 경수진은 "가세가 기울고 선수로서 컨디션도 안 좋아지는 부분이 거기에 다 있더라. 감정선이 그렇다보니 나 스스로도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너무 몰입한 나머지 우울했었다고 털어놨다.
"촬영 3개월 전부터 다큐멘터리와 기사를 보면서 리듬체조 선수에 대해 공부했다. 내가 생각한 송시호는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유망주였고, 지역대회나 시장배, 대통령배에 나가면 항상 상을 휩쓸 정도였을 것이다. 정신력이 강하지 않았을까. 어린 리듬체조 선수들의 영상을 보면서 '송시호도 이렇게 컸겠구나' 싶더라."
사실 송시호의 성장통은 배우 경수진의 고민과도 맞닿아있었다. 1987년생인 경수진은 지난해 서른이 됐다. 나이의 무게를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잠깐의 방황도 있었다고. 그는 "작년이 내겐 힘들었다. 예전에는 서른이 되고 싶었는데, 막상 그렇게 되니 생각과는 다르더라. 한국에서 여배우가 30세라고 하면 나이가 적은 축은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불안감이 들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런 경수진에게 위로이자 응원이된 건 극중 송시호처럼 살아왔을 실제 리듬체조 선수들이었다. 그는 "리듬체조를 배우면서 현역들에게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았다"라며 "그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하루하루가 죽고 싶을만큼 힘든 적도 많았다고 하더라. 집안형편이 어려워서 그런 경우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되게 열심히 살았구나' 싶고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되더라. 내겐 '역도요정 김복주'가 전환점이었다"라며 느낀 점이 많았다고 했다.
서른 하나, 아니 이제 만 29세가 된 경수진의 올해 목표는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다. 그는 "나는 욕심이 많다.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내면이 어두운 캐릭터를 맡다보니 스스로 피폐해지더라. 그래서 힘들었다. 2017년에는 밝은 배역을 연기하면서 웃으며 한해를 마무리 하고 싶다. 그리고 30대 후반에는 연륜이 묻어나는 역을 할 수 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김복주와 정준형의 로맨스 가운데 내가 꼈다고 욕을 많이 먹었다. 아무래도 오래 살건가보다.(웃음) 사실 나는 송시호가 정준형에게 집착한 건 사랑 때문이 아니라고 본다. 송시호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한 아이다. 근데 가정형편이 안 좋아지고, 성적도 떨어지는 등 현재가 힘들다보니 과거가 생각나고, 그러다보니 정준형에게 기대고 싶었던 게 아닐까. 작가님들이 송시호의 성장통을 잘 마무리지어주셔서 고마울 따름이다."

